BTS와 철학하기 - 소유에서 존재로, 넘버원에서 온리원으로, 진리에서 일상으로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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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를 모르면 간첩이 아닐까요? 이 전제가 성립된다면 나는 간첩입니다. 나는 BTS가 몇 인조 보이 그룹인지 모릅니다. 단 한 명의 이름도 모릅니다. 제자가 건네준 음악 파일에서 BTS의 음악을 몇 번 들어보긴 했으나 제대로 감상한 적이 없으니 그야말로 간첩 of 간첩입니다.

2019년 대학생 몇몇을 데리고 독일에 갔을 때였습니다. 저녁 식사를 위해 대학생과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그들이 보기에도 단박에 아시아인. 서빙하시던 분이 물어왔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한국에서 왔고 독일 몇몇 곳을 둘러보고 갈 계획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서빙하시던 분은 반색하시며 한마디 날리셨습니다.

"BTS!!!"

조만간 독일에서 BTS 공연이 열린다고 했습니다. 자기 아들과 딸을 포함한 독일의 수많은 청소년과 청년이 BTS에 열광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이 조금은 불편하셨던 모양입니다. 서빙과 잡담을 마치고 돌아서면서 한마디를 던지셨습니다.

"BTS Concert's Ticket is too Expensive!!"


BTS가 K-Pop으로 세상을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국위 선양에 앞장서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 같아요. 2018년 대학생을 인솔하여 모로코에 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거기서 만난 모로코 대학생이 'BTS'와 'BLACKPINK'를 포함한 K-Pop에 열광하던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노래를 부를 뿐 아니라 함께 모여 안무까지 따라 하던 모습을 보았습니다. 신기했습니다. K-Pop과 한국 드라마 때문에 한국말을 배우고 있으며, 한국에 한 번 방문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K' 열풍은 더 이상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일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 BTS와 K-Pop에 열광하며, 그들의 음악을 찾아듣고,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말을 배우는 판국에 나는 한국 사람이면서 그들의 음악을 듣지 않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나는 아마도 간첩이 맞나 봅니다. 근래 시대에 뒤떨어진 나라는 생각에 쐐기를 박은 사건(?)이 생겼습니다. 어이없게도 책 때문입니다. 그것도 철학자의 책 때문입니다. 철학자 김광식이 BTS와 철학하기라는 책을 내버렸습니다. 아~ 이젠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습니다.





김광식은 BTS의 노래와 철학자를 연결시킵니다. 기가 막히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잘 모르는 BTS의 노래와 나에게 익숙한 철학자의 이름과 사상을 접목시켰습니다. 철학자의 면면을 보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1. BTS vs 니체 : '피 땀 눈물'과 초인의 철학

2. BTS vs 하이데거 : 'On'과 죽음의 철학

3. BTS vs 프롬 : Dynamite'와 존재의 철학

4. BTS vs 하버마스 : 'Am I Wrong'과 소통의 철학

5. BTS vs 라캉 : 'Fake Love'와 욕망의 철학

6. BTS vs 들뢰즈 : '쩔어'와 리좀의 철학

7. BTS vs 보드리야르 : '등골 브레이커'와 시뮬라시옹의 철학

8. BTS vs 데리다 : '불타오르네'와 해체의 철학

9. BTS vs 롤스 : '봄날'과 정의의 철학

10. BTS vs 로티 : '작은 것들을 위한 시'와 아이러니의 철학

11. BTS vs 쿤 : 'We On'과 혁명의 철학

12. BTS vs 버틀러 : '상남자'와 젠더의 철학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BTS가 이런 철학을 이해하고 철학을 바탕으로 한 가사를 만들고 가사를 담아낼 멜로디를 만들었을까? 그들은 이런 철학 사조를 알고 있었을까? 이렇게나 심오한 철학을 바탕으로 작사, 작곡, 안무를 구성한 걸까? 아니면 우연의 일치일까? 그도 아니라면 철학자 김광식의 해석일까?

글쎄요. 현재의 나로서는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BTS를 몰라도 너무 모르니까요. 한 가지 확신하는 바는 이들의 음악과 세계관이 전 세계에 이렇게나 영향을 끼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 그들만의 철학과 땀과 눈물과 피를 쏟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그들만의 철학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수고가 함께 어우러졌을 수도 있겠지요.

책을 읽는 동안 떠올랐던 다른 한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나도 BTS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들의 음악과 노랫말에서 철학적 사유를 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책으로 출간하는 사람이 있는 판국에, 전 세계가 여전히 BTS에 열광하고, 한국을 방문하려는 이 시기에 지나치기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도 좋지 않겠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한때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으로 BTS의 음악과 그들의 세계관을 탐색해 보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습니다.

한 가지 소망이 있습니다. BTS 멤버와 팬클럽 ARMY, 방시혁을 포함한 하이브 관계자가 김광식의 [BTS와 철학 하기]를 읽으면 좋겠다는 소망입니다. 단순히 한때의 유행이나 흐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음악과 세계관으로 조금 더 깊은 영향을 끼치길, 사람 사는 세상을 한켠이라도 더 아름답게 만들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뚜렷한 철학과 사상이 바탕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생각을 더 날카롭게 가다듬길, 단지 노래할 뿐 아니라 노래한 대로의 삶을 살아내길 응원합니다.


자유는 가르칠 수 없다. 

스스로 깨우칠 수 있을 뿐이다.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모든 생각과 행동이 

나로부터 말미암도록 산다는 건데,

그 '나'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통하는 단 하나의 절대적인, 

자유롭게 사는 비법 같은 것은 없다.

자유롭게 사는 방식은 사는 이에 따라 

제각기 어울리는 방식이 따로 있다.

자유는 맞춤옷과 같다. 

똑같은 자유는 없다. 

저마다의 자유가 있을 뿐.

BTS와 철학하기 274-275p


BTS 팬이라면 꼭 사서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나처럼 BTS 팬이 아니라도 이 시대의 흐름을 알고, 너무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싶은 분들도 사서 읽으시면서 BTS의 노래까지 함께 들어보시면 더없이 좋을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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