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항상 달콤한 기억은 아닙니다. 때로는 쓰라린 기억, 부끄러운 기억, 고통스러운 기억, 도려내거나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까지 아우릅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희로애락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꼭 그럴 수는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부끄러운 일과 고통스러운 일, 도려내거나 지우고 싶은 기억은 어느 때라도 돌아보기 쉽지 않은 기억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답은 분명합니다. 오늘의 고통스러운 시간, 불편하고 까다롭고 어색하고 쓰라린 시간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고, 돌아보면서 웃음 지을 수 있고, 나의 자녀와 자녀의 자녀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려면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합니다. 최선이란 단어를 더 아등바등 사는 것이나, 성공을 향해 온갖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삶으로 해석하고 싶진 않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과 주변 사람이 보여준 것처럼 일상에서 더 많이 사랑하고 이해하고 삶을 공유하려는 노력으로 보고 싶습니다.
지금 나의 삶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족과 이웃, 그리고 친구. 이 상황을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정부를 조금 더 여유롭게 바라보아야겠습니다. 무엇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과 따듯한 눈빛을 주고받고, 소소한 인사를 나누고,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주고받으며 살아야겠습니다. 도움받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 내미는 것에 인색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일정 부분 자신을 희생하고, 자신의 욕심을 줄여나가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삶을 살아낸다면 굳이 2080년까지 가지 않아도(나는 그때까지 생존해 있지 못할 가능성이 99% 이상입니다) 우리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코로나 시대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땐 참 힘들었어. 하지만 그 어려운 시간을 지나면서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고,
서로의 소중함을 알았으며,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나와 이웃을 바라보게 되었어.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삶의 지혜를 많이 발견하고
배운 행복한 시간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