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조선 시대. 조신 시대를 주름 잡던 최고의 요괴 퇴치사 해치. 요괴 퇴치사 해치는 미래 사회를 혼돈에 빠뜨리고 있는 요괴를 물리치라는스승의 명을 받고 머나먼 미래를 향해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그는 어떤 일을 만나게 될까요?
가장 먼저 해치가 만난 요괴는 귀수산이란 요괴입니다. 바다에 사는 요괴 귀수산은 흉악한 요괴가 아닙니다. 오히려 고통 받는 요괴입니다. 그것도 사람 때문에 괴로운 요괴입니다. 이 요괴가 견디지 못해 뻘떡 일어섭니다. 그때문에 지진처럼 땅이 흔들리고, 운동회를 하던 해치의 친구들은 두려움에 떱니다. 해치가 나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문제가 무엇이었을까요? 어이없게도 문제는 온갖 해양쓰레기가 귀수산의 목구멍과 콧구멍을 틀어막은 것이었습니다. 결국 해치가 귀수산의 콧구멍과 기도를 막은 쓰레기를 다 처리하자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었습니다. 귀수산은 힘겨운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스스로 봉요함으로 들어갑니다.
이 요괴는 요괴가 아니라 요괴스러운 인간의 탐욕과 결과로 고통받는 자연을 보여줍니다. 일본과 하와이 사이, 하와이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에 거대한 쓰레기 섬이 각각 하나씩 있습니다. 쓰레기 섬은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와 생활쓰레기로 가득합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쓰레기도 상당히 몰려 있다고 합니다. 쓰레기섬의 크기가 무려 대한민국의 16배라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새와 거북, 물고기가 쓰레기를 먹이로 알고 먹고 죽는 일은 다반사라고 합니다. 인간의 탐욕 때문에 자연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열돔이 생기고, 북미대륙이 타고 있는 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되돌려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 빨리 탐욕이란 괴물을 물리쳐야 할 이유입니다.
두 번째 괴물은 사람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홀리는 괴물입니다. 사람 마음 홀리는 대표적인 요괴는 당연 구미호지요. 여기서도 구미호가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가 갑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아가고, 영혼마저 서서히 집어삼킵니다. 구미호에게 홀린 아이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구미호가 아이들의 마음을 홀리는 방법은 '미디어'입니다. 스마트 폰으로 아이들의 마음과 영혼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구미호가 두 번째 요괴입니다. 해치는 이번에도 멋지게 구미호를 물리칩니다. 이땐 해치와 함께한 삼족구(세 발 달린 강아지)가 큰 역할을 합니다.
미디어의 폐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쥔 아이들은 오로지 스마트폰만 보려고 합니다. 미디어 중독이란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니란 뜻입니다. 얼마 전 나의 아들과 집으로 돌아오는 때였습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나의 아들이 한 여학생을 보니더 "스몸비다" 라고 외쳤습니다. 나는 아들이 아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저 아이 이름이 스몸비야? 이름이 희한하네." 아들이 낄낄대며 웃더니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빠, 좀비와 스마트폰을 합친 단어가 스몸비에요. 길을 걸을 때조차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사람을 스몸비라 불러요." 그러고 보니 그 아이는 내가 운전하는 차량을 보지도 않았습니다.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걸었습니다. 아마 그 아이도 스몸비라는 단어를 알 것 같은데, 자신을 스몸비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미디어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잠식해 가고 있습니다. 쉬는 시간이면 스마트폰을 꺼내 듭니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영상을 보지 않으면 심심하다고 말합니다. 힘껏 뛰어놀아야 할 때에 스마트폰으로 들어갈 기세로 영상만 쳐다보는 것은 분명 문제입니다. 건강한 정서발달과 원만한 대인관계, 풍부한 정서함양을 위해서라도 스마트폰 문제는 자녀와 꼭 이야기를 하고, 제한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해치가 만난 세 번째 요괴 역시 사람의 탐욕과 직결된 괴물입니다. 산속에만 살고 있던 도깨비가 이제 사람이 사는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해치를 만난 도깨비는 사람이 자신을 불렀다고 항변합니다. 사람이 도깨비를 불렀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도깨비는 사람이 자신이 살고 있던 산을 다 깎아버렸다고 말합니다. 숲을 파괴하고 산을 없애버렸으니 결국 자신은 갈 곳이 없고, 살 곳이 없어 사람 사는 곳으로 왔다는 뜻입니다.
이 문제 역시 사람의 일방적인 폭행 또는 착취에 가까운 난개발 문제를 꼬집습니다.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 산을 깎고 공사하는 곳을 자주 목격합니다. 산을 깎아서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한 곳이 많아도 많아도 정말 많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을 정도입니다. 산을 깎아 아파트를 만들고, 바다를 메워 아파트를 세웁니다. 글쎄요.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시켜야 할 필요는 있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안 됩니다. 지금 우리네 풍경을 보면 도를 넘어선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도 해치처럼 자연파괴라는 이름의 흉칙한 괴물을 물리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