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노란 벤치 - 2021년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34
은영 지음, 메 그림 / 비룡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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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습니다. 일상을 빼앗기고 나서야 비로소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있습니다. 가족과 외식을 하고, 친구와 영화를 보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한껏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떠났던 여행. 이 모든 일상이 진짜 삶이었다는 것을 빼앗기고 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일상(New Noraml)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새로운 일상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이 계속 생깁니다. 백신을 맞아도 전염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또 어떤 바이러스가 출몰할지 알 수 없습니다. 빼앗긴 일상 속에서 지금의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겠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지금의 일상도 언젠가 돌아보면 참 아름다운 일상이었노라 말할 수 있는 때가 올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참 좋은 책이 나왔습니다. 은영 작가의 [일곱 번째 노란 벤치]입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 준 일곱 번째 노란 벤치


소설 속 주인공 지후는 말 그대로 일상을 살아가는, 아직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버리지 못한 어린아이 티를 벗지 못한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등장인물의 면면도 일상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이웃입니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18층 아줌마. 공원에서 만나는 사람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지후의 친구가 된 해나, 봉수(개의 이름입니다)를 데리고 산책 나오시는 할아버지, 개를 잡아다 팔아치우는 사기꾼 개 장수. 공원을 빠른 속도로 걸어 다니는 형.

[일곱 번째 노란 벤치]는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떻게 서로 서로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게 되는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과 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우리가 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인지, 어떻게 서로에게 이웃이 될 수 있는지 가르쳐 주며,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은영 작가는 일상을 소재로 삼았을 뿐 아니라 일상을 조금 깊숙이 들여다봅니다. 지후와 해미의 시선을 빌려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만듭니다. 봉수를 데리고 산책 오시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면서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독립운동가이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8층에 사시는 마귀할멈이라 생각했던 아주머니가 나를 위기에서 건져주실 수 있는 분임을 보여줍니다. 아무 말 없이 공원을 빠르게 걸었던, 정체조차 불투명했던 형이 나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공원에서 만난 옆 학교에 다니는 해나가 나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내 주변에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들이 나에게 얼마나 좋은 친구와 이웃이 될 수 있는지 일상의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어 줍니다.


마음이 무겁지만 다시 코로나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 갔을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편협하고 좁아지게 만든 것 같습니다.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꽁꽁 걸어 잠그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불안한 시선으로 이웃을 쳐다보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이대로 계속 살아간다면 우리는 일상을 빼앗길 뿐 아니라 인간다움을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만큼이나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아야겠습니다. 적어도 내 주변 사람, 자주 마주는 이웃을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겠습니다. 그들도 마음이 그리운 사람이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지켜갈 뿐 아니라 주변 사람, 내 이웃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서로 마음을 나누고, 함께 웃고 함께 울 수 있는 좋은 이웃이 될 것입니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일곱 번째 노란 벤치는 일상의 소중함과 이웃의 소중함을 동시에 깨우쳐준 참 고마운 소설입니다.




코로나로 빼앗긴 일상을 새롭게 해석하게 할 뿐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이웃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아름다운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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