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은 같은 제목으로 영화로 먼저 상영되었습니다. 치매 환자 가족을 둔 많은 사람의 영혼에 깊은 공명과 울림을 준 영화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영화에서 다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 출간했습니다. 조금 더 깊고 넓고 자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본인이 치매에 걸렸을까 봐 노심초사합니다. 남편과 딸이 병원에 가서 검사 받아보자는 말에 흔쾌히 동의할 정도입니다. 그 대목에서 목이 콱 막혔습니다. 내가 치매 환자로 판명 받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 가족에게 민폐와 같은 존재로 전락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치매 판정을 받고 난 후 치매 환자의 삶뿐 아니라 보호자인 90을 넘긴 고령의 남편과 멀리 떨어져 사는 딸(저자)의 삶이 송두리째 변합니다. 평생 밥이나 설거지 빨래나 청소를 하지 않았던 90을 넘긴 남편이 그 모든 일을 배우고 익히고 척척해냅니다. 멀리 떨어져 살던 딸은 자주 부모님을 찾아뵙습니다. 자신의 삶과 습관과 삶의 방식을 모두 바꿉니다.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비록 치매에 걸린 환자지만 여전히 아내이고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가족을 돌보기 위해, 가족을 더 사랑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고 섬기는 기관과 단체가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기관이 있고 전문가가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요양원으로 모시고 가서 거기서 돌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씁쓸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겠다 싶습니다.
작가가 직업상 가정용 카메라를 구매하고 카메라로 부모님을 촬영했습니다. 오랜 기간 부모님을 촬영하다 보니 치매에 걸리기 전의 부모님의 모습과 인격과 됨됨이가 역사 자료로 남아 있습니다. 이후 작가의 엄마가 치매에 걸리고, 고령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돌보는 장면, 장을 보고, 빨래를 하고, 음식을 만들고, 청소하는 장면까지 담았습니다. 이 기록이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것은 치매 환자가 치매에 걸리기 전의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치매 환자가 되기 전 치매 환자의 인격을 담고 있다는 것 자체로 치매 환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해야 하는지에 관한 방향성을 제시해 줍니다. 매우 소중한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