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 올드 사나에서 바그다드까지 18년 5개국 6570일의 사막 일기
손원호 지음 / 부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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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본디 더운 계절입니다.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번 여름은 덥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견디기 힘들 만큼 더운 것 같습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겠지요. 뉴스를 통해 접하는 북미의 살인적인 더위에 비하면 그나마 나아보입니다. 유럽이나 러시아도 더위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 인류가 뜻을 합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더위'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사막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사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아프리카와 중동이 떠오릅니다. 동시에 꼭 한 번 들리고픈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연결됩니다. 두바이는 어쩌다 20여년 전부터 두바이라는 곳을 주목하고 있고, 기회가 닿으면 꼭 한 번 밟아보고 눈에 담아보고픈 도시로 남아 있습니다. '석유', '오일머니', '이슬람', '아랍어', '테러' 'IS' 라는 단어와 '알라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이야기로 다가오는 아랍국가는 나에게 있어 신비로운 곳입니다.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을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관심만 있었지 제대로 그 나라와 그들의 문화에 무관심했던 나의 눈을 번쩍 띄게 한 반가운 책이 있습니다. 손원호 작가의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라는 책입니다.






아랍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색깔과 문양을 가진 책을 받아든 순간 좋은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 표지부터 신경을 많이 쓴 표가 역력했습니다. 예멘의 카이로, 올드 사나, 메디나, 바그다드, 두바이 등 아랍의 주요 국가 주요 도시에서 무려 18년 5개국 6570일의 삶을 담아낸 책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첫 번째 국가는 이집트입니다. 이집트는 나에게 특별한 나라입니다. 이집트를 가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친구가 사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십년 전이었습니다. 김해공항에서 선교사님을 배웅해 드리고 나오던 저녁 시간이었습니다. 한 외국인이 초조한 얼굴에 대합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무심히 지나오다가 자꾸 그의 얼굴이 떠올라 다시 그에게로 갔습니다. 그는 이집트인이었고 큰 배의 전기를 설치하는 엔지니어였습니다. 그를 마중 나오기로 한 한국 회사에서 연락이 없다고 했습니다. 조국 이집트에 긴급 메일을 보냈지만 시차가 달라 확인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한국 회사 쪽도 퇴근 시간을 넘겨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나의 전화번호를 주고 혹시라도 연락이 없으면 전화를 하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9시 30분 정도에 전화가 한통 걸려왔습니다. 받아보니 김해공항 직원이었습니다. 그녀가 한 외국인이 나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친구였습니다. 공항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화를 했다고 했습니다.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그때는 나의 첫째 아들이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나는 김해공항으로 달려갔습니다. 공항에서 만난 그는 한국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했습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괜찮다 우리집으로 가서 자고, 내일 회사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충분한 대접을 받았고, 지금 회사에서 데리러 오고 있다고 끝내 사양했습니다.


그와 헤어지면서 서로의 이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며칠 후 그에게서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고마웠다는 인사였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일은 거의 없겠지만 행여나 내가 이집트로 온다면 너는 거기서 친구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이집트 형제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인사였습니다. 그 후로도 나는 그와 지금까지 종종 소식을 주고 받습니다. 나는 'Mohamed Gadelrab'이란 이름의 이집트 형제가 있습니다. 그가 사는 나라 이집트가 특별한 이유입니다.

이 책에서 이집트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기자지구의 피라미드, 물담배, 알렉산드리아,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꼼꼼하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예수가 아기였을 때 헤롯을 피해 달아난 곳도 이집트입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집트는 더욱 특별한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꼭 가보고 싶다는 말로는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두 번째 나라는 예멘입니다. 예멘은 할리우드 영화로만 듣고 보았던 나라 예멘. 여성의 인권이 낮은 대표적 나라 예멘. 테러로 인해 여행 금지국가에 목록을 올린 예멘. 작가 손원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자신이 보고 경험한 예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어학원에서 함께 지낸 사람 중에 테러리스트가 있었다는 사실을 안 후 등골이 서늘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사막이나 중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 낙타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예멘은 한 때 제주도 난민 문제로 여론에 올랐던 나라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예멘 사람이 왜 국가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왜 그들이 난민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아픈 마음으로 기록해 두었습니다. 한 때 우리나라와 연결되었던 예멘이기 때문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읽을 수밖에 없었던 부분입니다. 무조건 그들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르면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그들을 알면 두려움이 이해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지구상 가장 강력한 이슬람 국가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에 첫 여성 운전면허 소유자가 나와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하게 만든 나라이기도 합니다.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자산이 무려 1246조가 넘는 나라. 부의 상징처럼 여겼던 만수르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앞에서는 기가 팍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 손원호는 그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고 경험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잘 담아놓았습니다. 이야기 중에는 사우디를 사랑한 영국 신사 로렌스의 이야기와 영국 땅을 밟은 사우디 소년 파이살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한 가지 무척 흥미로웠던 것은 석유에 대한 그들의 반응입니다. 오일머니 때문에 국민성이 변질됐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마치 복권에 당첨된 사람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나 할까요. 석유가 준 축복이 오히려 저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지식인의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네 번째는 이라크입니다. 나에게 이라크를 끝없는 테러의 나라로 다가옵니다. 책에서도 저자는 그의 바그다드 생존기(생존기는 아지만 그의 글을 읽다보면 눈물겨운 생존기처럼 보입니다)에서 테러의 위험과 두려움을 생생하게 들려주었습니다. 사람과 역사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담 후세인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오래 전 사담 후세인이 했던 연설을 보았습니다. 그때 그는 "바벨론의 영광, 느부갓네살의 영광"을 회복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습니다. 자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뿐 아니라 그가 가진 이라크를 향한 열정과 야망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던 구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책에서 바벨탑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독교와 천주교, 그리고 이슬람교의 공통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아브라함의 이야기와 아브라함이 살던 집에 대한 기록도 있습니다. 성경에 등장할 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이라크의 이야기라는 점이 크게 다가왔던 대목이었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아랍에미리트연합입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그들, 기적이라는 단어가 아니고서는 달리 표현하기 어려운 두바이, 아랍인의 시간 개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진주와 진주에 얽힌 눈물 없이 읽기 힘든 그들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나는 아랍에미리트 연합 두바이에 잠깐 들린 적이 있습니다. 들렸다고 말하기가 무색합니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잠깐 대기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밤하늘에서 두바이를 본 것이 전부이고, 공항에서 두바이의 향기와 공기를 들이마신 것이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두바이를 밟아보았노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짜 두바이를 밟아보고 담아볼 때가 올 때까진 아쉽지만 두바이에 대한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2018년 아프리카 모로코에 갔을 때 그곳에서 중동을 본 것 같았습니다. 현지 선교사님께서 모로코는 분명 아프리카에 속한 나라이지만 모로코는 강력한 이슬람 국가이며, 모든 면에서 중동과 닮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그때 모로코에서 보았던 풍경과 색깔과 문양과 문화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모로코 사람이 외국인에 대해 친절했다는 것과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는 것, 한류 열풍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에게 중동은 이상하게 먼 나라였습니다. 아랍 국가는 막연한 두려움을 주기도 합니다. 다소 폭력적인 사람이라는 오해를 갖기도 했습니다. 대다수 테러리스트가 아랍인이라는 이유 때문이겠지요.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를 읽으면서 오해가 이해로 바뀌었습니다. 그들이 평화를 사랑하며, 열정적이라는 사실, 자신의 시간을 너그럽게 내어줄 뿐 아니라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장차 아랍권을 배제하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모르면 두려움이 생깁니다. 반면 알면 이해하게 되고 두려움이 아니라 친근함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들과 우리가 K-Pop을 공유하고 한국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통할 수 있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를 읽으면서 아랍국가와 중동에 대한 이해를 길러갈 수 있습니다. 그들이 매력적인 나라라는 사실, 주목할만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들에게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면 아랍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깊어질 것입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면 안전한 나라 안전한 장소에서부터 아랍을 탐색해 보는 것도 대단히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두바이에 들러 손원호씨와 향신료 가득한 아랍 커피를 한 잔 마셔보고 싶습니다. 그의 책을 읽으며 아랍에 대한 이해를 키웠고, 이곳 두바이에까지 오게 되었노라고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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