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 소믈리에가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소믈리에는 와인에만 해당하는 전문 영역이라는 생각이 지나치게 크게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차 소믈리에 이유진은 오랜 시간 쌓아온 차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내 들려줍니다. '아침의 차', '오후의 차', '저녁의 차', '주말의 차'라는 네 개의 범주로 나누어 빼곡하게 차 이야기, 차에 얽힌 사람 이야기를 엮어 놓았습니다.
전혀 몰랐던 세계를 엿본, 아니 자세하게 들여다본 기분이 들었습니다. 차에 이렇게나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 때에 알맞은 차가 있다는 것, 차를 우려내는 도구도 다양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나의 무식함 때문이겠지만 차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차를 배우고 함께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차 소믈리에 엄마의 영향이겠지만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이 차를 좋아하고 즐겨 마신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각기 좋아하는 차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차와 어울리는 음식을 준비해서 먹고 마시는 풍경도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녀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한 것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일화입니다. 차 소믈리에 이유진의 슬하에서 자란 딸과 아들이 탄산이 아니라 차를 먼저 찾고 마시는 데도 어릴 때부터 차를 마시고 대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엄마의 영향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이래서 환경이 중요한 것이겠죠.
이 대목에서 차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나는 나의 아들과 딸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질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죠. 나는 나의 자녀가 바른 사람, 반듯한 사람,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이유진의 차와 일상에서 다시금 배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