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사춘기'를 떠올렸습니다. 사춘기는 신체가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질풍노도의 시기, 신체적 변화, 정서적 변화, 인지적 변화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사춘기는 청소년들이 아동기를 벗어나면서 큰 변화를 겪는 시기이지요.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란 신체적 특징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인지적인 면에서는 타인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게 되며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위풍당당 여우꼬리]에서 손원평 작가가 다루고 싶은 내용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는 아이들의 심리를 구미호라는 정체성의 변화로, 꼬리라는 신체적인 변화로, 나와는 너무 다른 친구와 갈등을 경험하기도 하며, 친구에 대한 존중으로 갈등을 극복해 가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묘사했습니다. 무엇보다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경험하면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청소년의 모습,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의 변화를 존중하며 받아들이면서 한 단계 더 성숙하고 성장하는 모습으로 담아냈습니다.
책을 읽으며 나의 십 대 사춘기 시절을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격렬한 사춘기를 보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사건과 사고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애교로 봐줄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 자신을 향한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 변화, 정서 변화, 성적 충동, 다른 사람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 너무나 많은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났습니다. 종종 나 스스로가 맘에 들지 않아 고민했습니다. 그럼에도 나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어떻게 내 맘에 들지 않는 나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이 고민은 다른 사람을 향해서도 뻗어갔습니다. 내 맘에 들지 않는 친구, 주는 것 없이 괜히 미운 친구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정도가 심하지 않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손원평 작가는 청소년의 심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절 겪을 수밖에 없는 심리, 인지, 신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엿보게 합니다. 우리 자녀들이, 나의 아들과 딸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문제로 갈등하는지 맛보게 합니다. 내 생각과 내 기준을 잣대로 아이들을 재단하고 끼워 맞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생각하게 합니다. 어른이 생각할 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고,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문제처럼 보이는 것들이 청소년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에게는 죽을 만큼 힘든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청소년기를 지나는 자녀의 고민과 아픔을 존중하고 여지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동시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도 얼마든지 단합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다는 것과 이루어나가야 할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또 헤쳐나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거부할 수 없는 변화 앞에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끙끙대지만 결국엔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성숙하고 성장해 갈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어른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를 가지고 자녀를 기다려주는 것과 응원하고 격려해 주는 일이라는 것도 가르쳐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