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이 나고, 반항심이 생기고, 또래 아이들과 은밀한 비밀이 많았던 십 대 시절. 어느새 아득해져 버린 나의 십 대 시절을 회상하게 만들어준 책을 만났습니다. 어느새 십 대가 된 나의 아들과 십대 진입을 눈앞에 둔 나의 딸이 어떤 사춘기를 겪게 될지 짐작하게 한 책을 만났습니다. 아몬드로 유명한 손원평 작가의 성장동화(나는 성장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위풍당당 여우꼬리 1: 으스스 미션 캠프]입니다.







주인공 단미는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 미묘하면서 너무나 확실한 신체 변화를 감지합니다. 어딘가 간지러우면서도 어떻게도 거부할 수 없는 변화입니다. 주인공 단미는 악몽을 꾼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으니까요. 갑작스레 꽃 몽우리가 활짝 열리듯, 우산을 확 펼치듯, 하늘로 쏜 불꽃이 빵 터지듯 어느 날 자신에게서 꼬리가 생겼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너무나 충격적이게 말입니다.

단미는 방학 전 마지막 날 친구들과 으스스 미션 캠프에 참석합니다. 학급 친구와 제비뽑기로 조를 편성합니다. 선생님이 내주신 미션을 가장 먼저 클리어하는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입니다. 모든 학생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학교의 전통입니다. 밤에 낮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의 학교에서 미션을 달성해야 하는 캠프입니다. 으스스 미션 캠프라는 이름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미션 캠프를 앞두고 단미는 자신에게 꼬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미션 캠프 내내 어떻게 숨길 수 있을지 벌써부터 고민입니다.

'으스스 미션 캠프' 조 편성부터 말썽이었습니다. 썩 좋아하지 않는 친구, 가장 가까운 친구, 늘 구석에서 혼자 지내는 어딘지 어두워 보이는 친구가 모두 단미와 같은 조에 편성됐습니다. 출발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좌충우돌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고, 같은 조를 이룬 친구 사이에 갈등이 피어납니다. 그 와중에 꼬리까지 자꾸 터져 나옵니다. 단미는 자신이 구미호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전전긍긍합니다. 으스스 미션 캠프는 무사히 끝날까요? 단미는 자신이 구미호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같은 조를 이룬 제각각 개성을 가진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친구들과 미션은 잘 마칠 수 있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사춘기'를 떠올렸습니다. 사춘기는 신체가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질풍노도의 시기, 신체적 변화, 정서적 변화, 인지적 변화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사춘기는 청소년들이 아동기를 벗어나면서 큰 변화를 겪는 시기이지요.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란 신체적 특징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인지적인 면에서는 타인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게 되며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위풍당당 여우꼬리]에서 손원평 작가가 다루고 싶은 내용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는 아이들의 심리를 구미호라는 정체성의 변화로, 꼬리라는 신체적인 변화로, 나와는 너무 다른 친구와 갈등을 경험하기도 하며, 친구에 대한 존중으로 갈등을 극복해 가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묘사했습니다. 무엇보다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경험하면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청소년의 모습,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의 변화를 존중하며 받아들이면서 한 단계 더 성숙하고 성장하는 모습으로 담아냈습니다.

책을 읽으며 나의 십 대 사춘기 시절을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격렬한 사춘기를 보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사건과 사고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애교로 봐줄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 자신을 향한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 변화, 정서 변화, 성적 충동, 다른 사람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 너무나 많은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났습니다. 종종 나 스스로가 맘에 들지 않아 고민했습니다. 그럼에도 나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어떻게 내 맘에 들지 않는 나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이 고민은 다른 사람을 향해서도 뻗어갔습니다. 내 맘에 들지 않는 친구, 주는 것 없이 괜히 미운 친구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정도가 심하지 않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손원평 작가는 청소년의 심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절 겪을 수밖에 없는 심리, 인지, 신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엿보게 합니다. 우리 자녀들이, 나의 아들과 딸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문제로 갈등하는지 맛보게 합니다. 내 생각과 내 기준을 잣대로 아이들을 재단하고 끼워 맞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생각하게 합니다. 어른이 생각할 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고,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문제처럼 보이는 것들이 청소년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에게는 죽을 만큼 힘든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청소년기를 지나는 자녀의 고민과 아픔을 존중하고 여지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동시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도 얼마든지 단합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다는 것과 이루어나가야 할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또 헤쳐나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거부할 수 없는 변화 앞에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끙끙대지만 결국엔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성숙하고 성장해 갈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어른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를 가지고 자녀를 기다려주는 것과 응원하고 격려해 주는 일이라는 것도 가르쳐 줍니다.


어른이 되면 신체나 정서 인지 부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변화 자체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살다 보면 상실을 경험합니다. 상실은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킵니다. 신체의 일부를 상실하거나, 건강을 상실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사람이라면 이것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챌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변화 중 하나입니다.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것,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는 것, 소화력이 떨어지는 것, 흰머리가 날 뿐 아니라 머리가 빠지는 경험합니다. 세월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그만큼 살아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받아들이는 것뿐입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른도 상당하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입니다. 보톡스나 성형, 염색과 두발 이식 등으로 젊음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은 온 세상이 다 아는 비밀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손원평의 위풍당당 여우꼬리는 청소년을 향한 동화이나 성장소설입니다. 아이들을 더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동시에 어느 연령에 있든지 변화할 수밖에 없는 우리를 대면하게 합니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을 대면하게 하고 그런 자신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줍니다. 무엇보다 내 맘에 쏙 들지 않는, 어쩌면 좀 불편한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지혜를 엿보게 합니다. 아직 가제본 책이지만 다시 한번 손원평 작가에게 감탄했습니다. 청소년 시기를 지나는 자녀는 말할 것도 없고 나이가 더 든 어른도 함께 읽으며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참 좋은 책을 만나게 해준 창비 출판사에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창비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받았습니다. 아직 출간하지 않은 책을 먼저 읽어본 것만으로도 특권을 누렸다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몬드'로 유명한 손원평 작가의 성장동화(성장소설)라서 더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기를 지나는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과 딸, 이 땅의 많은 청소년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님이 먼저 읽어보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조금은 결이 다르지만 사춘기를 지나는 청소년이 주인공인 아름답고 멋진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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