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퍼포먼스 - 매순간 나를 넘어서는 힘
브래드 스털버그.스티브 매그니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부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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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요?"


"항상 최고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번아웃(Burn-out, 탈진) 없이 지속적으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이 있을까요?"


"최고의 폼을 유지하면서 내 삶을 충실하게 살아낼 수 있을까요?"




그런 길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고 배우고 익혀야 하지 않을까요? 한 번의 인생, 낭비하지 않고 내가 살아낼 수 있는 최선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멋진 인생, 기억할만한 인생, 살아내야 할 인생일 테니까요. 최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비밀을 설득력 있는 언어로 담아낸 책 번아웃 없이 지속적으로 최선의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보여준 책이 있습니다. 늘 믿고 보는 '부키'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한 [피크 퍼포먼스 - Peak Performence]입니다.








띠지에 소개한 것처럼 피크 퍼포먼스는 번아웃을 피하고 최고의 성과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정곡을 찌른 책입니다. 나는 지근거리에서 번아웃에 빠진 분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진력을 다 쏟아낸 후,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일을 이루고 난 후, 칭찬받아 마땅한 일을 성취한 이후 번아웃에 빠지셨습니다. 


그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웠습니다. 갯벌에 발이 빠진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지내셨습니다. 잘 웃지도 않고, 그렇다고 화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매사에 생기를 잃어버린 모습이었습니다. 


이 대단한 일을 이루고 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모두가 존경하는 그분이 맞나 싶었습니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게 해드려야 했습니다. 몇 달간의 쉼의 시간을 마련해 드려야 했습니다. 지도자 그룹을 설득하여 재충전의 시간, 쉼의 시간을 마련해 드렸습니다. 상당한 체력과 마음의 근력을 회복하시고 돌아오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나는 교회의 목사입니다. 목사로서 교회에서 사역하며 교회를 배우고 경험하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목사로 사역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담임 목사로 교회를 섬기고 이끄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는 것입니다. 목회는 예술과 같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괜히 나온 말이 아님을 깨닫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Northpoint Community Church의 담임 목사 Andy Stanley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주 다른 사람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일 년 52주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당신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순간까지

어김없이 매주 다른 사람 앞에 서야 합니다.

당신의 프레젠테이션에 의해 회사의 현재와 미래, 

성공과 실패가 달려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 물론 그 자리에는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압박, 어떤 기분을 느낄 것 같습니까?"




Northpoint Community Church Senior Pastor Andy Stanley


교회의 담임 목사가 받는 압박과 책임을 표현한 것입니다. 번아웃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노릇입니다. 나는 피크 퍼포먼스라는 책을 보자마자 읽고 싶었습니다. 나 역시 그 길을 걷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은 쉽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다 채워주신다. 

하나님이 도와주신다. 

하나님이 필요한 은혜를 주신다"라는 말입니다.


틀린 말 아닙니다.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쉽게 내뱉어서는 안 되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나를 이해하시고, 나와 함께 하시고, 나를 붙들어 주십니다. 도와주십니다. 하나님이 도와주시고, 은혜 주신다는 것이 하나님께서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대신 지신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전히 짊어져야 할 책임감이 있고, 십자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번아웃에 빠질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예외가 없습니다. 열정적으로 살수록, 책임감이 강할수록, 성실하고 신실할수록 번아웃에 빠질 가능성은 더 높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이 이유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피크 퍼포먼스는 명료하고 확신에 가득한 어조로 번아웃을 피하고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길 최선의 폼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안합니다. 이 책에 주목하고, 이 책이 제안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이유는 저자가 심각한 수준의 번아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그 쓰라린 순간을 통과하고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전체의 흐름은 간결합니다.


* 스트레스 + 휴식 = 성장

* 최적 루틴을 개발하고 하루를 설계하는 힘

* 목적





1. 스트레스 없는 세상은 없습니다. 그런 삶도 없습니다. 스트레스를 부정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나를 자극하고 임계점을 넘어서게 하는 디딤돌로 볼 것인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적절한 휴식(적극적인 성장으로서의 휴식)을 더 해야 합니다.


* 나에게 이 부분이 특히 와닿은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일과 휴식이라는 삶의 리듬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삶의 리듬"이라는 말은 성경이 아주 중요하게 가르치는 개념입니다. 저자 역시 이 부분을 인지하고 언급합니다.


스트레스와 휴식이라는 리듬을 따라 살아가면 

반드시 성장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최고의 결과를 얻게 되리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합니다.




2. 최적 루틴을 개발하고 하루를 설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모든 위대한 작가, 음악가, 미술가, 운동선수는 저마다의 루틴이 있습니다. 루틴은 그 자체로 힘이 있습니다. 나도 루틴을 만들고 루틴 대로 글을 쓰고 설교문을 작성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시간 그 장소에 가면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무의식에 심는 것입니다. 그러면 더 빠른 시간 안에 더 몰입해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마지막 세 번째는 목적입니다.

나를 넘어서는 목적을 뜻합니다. 물론 나 자신을 위한 목적이라도 나쁘진 않습니다. 사람은 원대한 목적이 있을 때 도무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어려움(스트레스)도 이깁니다. 나를 잊어버릴수록, 나에게 함몰되지 않고 나보다 더 높고 큰일에 헌신할수록 더욱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 역시 나에겐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예수께서 정확히 그와 같은 삶을 사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는 자신을 위해 살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원대한 사명을 위해,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사셨습니다. 십자가에 달린 그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예수는 자신을 위해 기도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못 박은 사람과 못 박으라 외친 사람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피크 퍼포먼스는 종교 서적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피크 퍼포먼스와 예수의 이야기를 조금 더 엮어보고 싶습니다.

예수는 스트레스(끝이 보이지 않는 사역)와 휴식(습관을 따라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셨습니다) 규칙적인 리듬을 따라 사셨습니다. 예수께서 최고의 삶을 사신 이유입니다.


예수는 최적의 루틴을 개발하고 설계하셨습니다.

습관을 따라 기도하셨습니다. 예수의 기도는 너무나 독특하고 아름다워서 제자들이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습니다. 예수는 하나님의 음성을 따라 하루하루 충실하게 사셨습니다. 


예수는 사명(목적)에 이끌리는 삶을 사셨습니다. 자기 자신보다 더 큰 하나님을 주목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헌신하셨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을 섬기고 그들을 자유케 하는 일에 자신을 드리셨습니다.


피크 퍼포먼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예수가 번아웃을 경험하지 않고 최선의 삶, 

최고의 삶을 사신 이유입니다.




목사이자 교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나의 관점에서 피크 퍼포먼스를 읽었습니다. 피크 퍼포먼스와 예수의 삶을 연결해 보았습니다. 저자의 의도가 아닐 것이며, 출판사의 의도도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책을 통해 해석이 확장되고 확대되며 구체화된다는 점에서는 저자도 출판사도 흔쾌히 인정하고 받아주리라 생각합니다. 


참 피곤한 세상입니다.

기대치는 상한가가 없습니다.

성과로 말해야 하고 자신을 증명해야 합니다.

어느 분야에 종사하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피크 퍼포먼스(Peak Performence)는

번아웃(Burn-Out)에 빠지지 않고

최고의 성과를 꾸준히 거둘 수 있는 길을 제안합니다.


저자의 확신에 가득 찬 언어, 

명확한 언어만큼이나 

겸손한 언어가 더욱 돋보인 피크 퍼포먼스를 읽으며

더 나은 나, 더 나은 내일을 설계하고 준비하고 살아내길 응원합니다.




#피크퍼포먼스 

#Peak_Performence 

#부키 

#burnout

#탈진

#최고의삶

#지속적으로최고의삶을사는법

#성장 

#스트레스 

#휴식 

#회복탄력성 

#마인드셋 

#몰입 

#마음챙김 

#걷기 

#운동선수 

#루틴 

#성장 

#마라톤 

#의지력 

#효율성 

#실패 

#마음근육 

#소진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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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DNA - 300년 전쟁사에서 찾은 승리의 도구
앤드루 로버츠 지음, 문수혜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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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은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말했습니다. 인류가 전쟁 없이 평화를 누린 날이 과연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역사 자료를 연구한다면 그런 날이 얼마나 턱없이 부족했는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크고 작은 전쟁이 없었던 때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세상에는 크고 작은 전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전쟁 중입니다(휴전은 종전이 아닙니다).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로 눈을 돌리면 끝이 보이지 않는 내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온 국민이 신음하고, 온 나라가 잿더미가 되었지만 전쟁을 끝낼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은 장악했습니다. 카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여인과 어린아이는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현장


나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영화로 다큐, 책과 상상으로 전쟁의 비참함을 알고 있을 따름입니다. 어쩌다 보니 2차 세계 대전에 관심이 많고, 특히나 아돌프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 관심이 많습니다. 2019년 여름엔 대학생을 이끌고 독일 본토를 방문, 유대인 학살 기념관과 유대인 학살 기념공원, 악명 높았던 작센하우젠 수용소를 방문했습니다. 저절로 마음이 무거워졌으며, 숙연해졌습니다.




나의 부모님은 한국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고 계십니다. 아버지가 13살 어머니가 12살 되던 해 한국 전쟁이 터졌습니다. 나의 고향 통영에서도 전쟁이 있었습니다. 당시 나의 할아버지가 마을 이장이셨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온 마을을 채운 피난민과 군인을 보았습니다. 네것 내것 없이 물자를 공유하고 음식을 나누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느 날 저녁 집에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군인이 몰려와 식사하던 때를 기억하셨습니다. 자다가 깼더니 그 많던 군인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얼마 후 바로 옆 산에서 밤이 새도록 총성과 폭탄 터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날이 밝자 산에서 수많은 시체와 부상병을 마을로 후송하는 장면도 고스란히 목격하셨습니다. 머리에 총을 맞은 군인도 목격하셨습니다. 고지를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군 지휘부가 지형지물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통영에 들어왔던 모든 공산군을 섬멸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그때 전투에서 패했다면 어쩌면 내가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 마을에는 저 유명한 백마고지에서 살아돌아오신 어르신이 한 분 계셨습니다. 다리에 총을 맞아 절뚝거리셨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으론 전쟁에서 살아남아 돌아오신 이후 한동안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하셨다고 하셨습니다.

늘 비명을 지르고, 악몽에 시달리셨다고 합니다. 예배당에 오셔서도 걸핏하면 소리를 지르고, 옆자리를 주먹으로 치셨다고 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린 셈입니다. 현충일이 되면 군복을 차려입으시고 훈장을 다신 어르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어르신은 사병 출신인데 장군들이 선배님으로 깍듯이 모셨을 뿐 아니라 먼저 경례를 붙이는 장면도 보았습니다. 만약 그 어르신이 글 쓰는 재주가 있었다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셨을지도 모릅니다.

전쟁의 참상을 오롯이 몸으로 겪었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으셨으니까요.




전쟁의 승패는 지휘관(지도자, 리더)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승자의 DNA의 저자이자 런던 킹스칼리지 전쟁사 교수인 앤드루 로버츠 역시 이 점을 주목합니다. 300년 전쟁사를 연구하며 그 전쟁의 승패를 좌우했던 지도자이자 지휘관을 면밀히 연구했습니다. 그의 연구 대상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지도자입니다.

1장: 왜 누구는 승리하고 누군가는 패배하는가

- 겸손한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2장: 나는 항상 15분 앞서 있었다

- 타고난 포식자 호레이쇼 넬슨

3장: 결핍은 어떻게 운명을 역전시키는가

- 울보 수상 윈스턴 처칠

4장: 오직 자기 자신을 믿어라

- 승리의 설계자 조지 마셜

5장: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 위대한 방패 샤를 드골

6장: 계획은 무용하나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 550만 군의 지휘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7장: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 타협 없는 사자 마거릿 대처

8장: 거짓말을 하려면 최대한 크게 해야 한다

- 20세기의 지배자 아돌프 히틀러

9장: 공포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 공산권의 일인자 이오시프 스탈린


모르기가 어려운 사람의 명단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의 흔적을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이 훌륭한 이야기꾼의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인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긴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들의 속 사정을 엿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재밌다는 뜻입니다.

또한 각 사람마다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는지, 말도 안 되는 어려움을 당할 때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성품이 얼마나 괴팍한지, 그들이 얼마나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사람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단지 영웅적인 이야기로 미화하지 않고 그들이 진면목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어려운 시기에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책의 끝자락에서 저자 앤드루 로버츠는 자신이 면밀히 조사하고 연구한 지도자가 갖추고 있는 특징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1. 몰입 - 승리할 미래를 통째로 외워라

2. 신념 - 더 굳세게 믿는 자가 이긴다

3. 언어 - 모든 위대한 존재는 문학가다

4. 근성 - 단 한 대도 얻어맞지 마라

6. 겸손 - 싸움은 최후의 수단이다

7. 책임감 - 그 누구도 당신 대신 비난당해 줄 수 없다


이 주목할 만한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히틀러와 스탈린에게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교사도 교사니까요) 위대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앤드루 로버츠는 "위대함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그는 9명의 사람으로 이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후천적 노력으로 누구나 위대한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 낯설고 이상한 세상에서도 승리자의 멘탈, 승리자의 DNA를 갖춘 사람은 세상을 이긴다는 뜻입니다.

저자 앤드루 로버츠는 책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혹하다. 지금 당신이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이 전쟁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잔인하고 냉정한 세계의 질서에 압도되어 울타리를 쌓고 두려움에 벌벌 떨며 사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며,

움막을 걷어차고 세상 밖으로 나가 죽기 살기로 맞서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이다.

우리는 흔히 전자의 삶을 합리적이라고 믿는다.

질서를 유지하는 일은 안전하며 실패할 염려도 없기 때문이다.

승자의 DNA 333p.

모든 위대한 문학가와 인문학자가 그렇듯 조지 버나드 쇼는 이런 우리의 생각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적응시킨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계속 노력한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

승자의 DNA 334p


전쟁 영웅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은 그들은 모두 비합리적으로 살아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따라간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그 상황을 뚫어내려고 미친 듯이 살아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우리가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오늘도 다르지 않겠지요. 이 당혹스럽고 낯선 세상, 전쟁과 같은 세상에 순응하지 않고 비합리성을 보이는 사람. 이 위대한 재능을 소유한 사람이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또다시 장식하게 될 것입니다.

조금 미친 것처럼 살아도 괜찮다는 말입니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이는 삶도 꽤나 근사한 삶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승자의 DNA이니까요.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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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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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나이는 얼마일까?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지구는 어떻게 생겼을까?

생명은 어떻게 출현했으며 어떤 과정을 겪었을까?

누가 지구의 주인 행세를 했을까?

우리 사는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기원을 생각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참을 수 없이 가려운 곳처럼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질문입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상당한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지구의 나이가 얼마인지, 우주의 나이는 어느 정도인지, 우주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지, 지구와 우주의 관계도 상당히 밝혀냈습니다.

생명의 출현에 관한 지식과 정보도 상당히 축척했습니다. 시기와 때마다 지구의 주인 노릇을 했던 생명체가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도 너무나 정확하게 밝혀냈습니다. 인류가 언제쯤 출현했고 어떻게 발전을 거듭해 왔는지까지 과학은 자연이 여기저기 흩뿌려놓은 지문을 조합하고 짜 맞추어 상당한 수준의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그저 놀랍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이해하기 쉽다는 뜻은 아닙니다. 나와 같은 뼛속 깊이 인문계인 사람은 과학이 밝혀낸 사실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과학계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 앞에 서면 일단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쉬운 일상의 언어로 과학의 발견을 알려주는 책이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지구의 짧은 역사]라는 우아하고 간결하며 핵심을 담아낸 책을 만나기 전까지 말입니다.



온 오프라인 서점에서 예쁜 책을 볼 때마다 편집자의 능력에 감탄하곤 합니다. 책이라는 게 수없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일단 독자의 마음을 클릭하려면 외모부터 달라야 합니다. 지금처럼 감각적인 시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몇 단어와 그림으로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크기와 두께도 일정 부분 중요합니다. 이 모든 부분을 만족시키기가 보통 일은 아닐 텐데 다산북스 책을 볼 때마다 놀랄 때가 있습니다. 예쁘고 잘생겨서 말입니다. 게다가 사람의 마음을 클릭하는 능력까지 두루 갖추고 있으니까요.


지구의 짧은 역사는 45억 살에 가까운 지구의 역사를 8챕터로 간략하게 구분할 뿐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접근합니다.

1. 화학적 지구 - 행성 만들기

2. 물리적 지구 - 행성 모양 빚기

3. 생물학적 지구 - 생명이 지구 전체로 퍼지다

4. 산소 지구 - 호흡할 수 있는 공기의 기원

5. 동물 지구 - 생물이 커지다

6. 초록 지구 - 식물과 동물이 육지를 정복하다

7. 격변의 지구 - 멸종이 생명을 변모시키다

8. 인간 지구 - 한 종이 지구를 변형시키다

지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와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 목차만으로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지구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생명체가 무엇인지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무엇보다 책 내용이 재밌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려운 과학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집필했습니다(번역가에게도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나의 이목을 단박에 사로잡았던 역사의 한 챕터는 마지막 인간 지구입니다. 인간이 얼마나 지구를 빠르게 정복했는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미친 속도로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합니다.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살면 다음 세대에 재앙을 물려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반대로 지금 우리가 절약하고 절제하고 삶의 방식을 바꾼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더 큰 보상으로 되돌려 받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도 전합니다. 조지 워싱턴이 미국인에게 고별 연설을 할 때 남긴 말을 그대로 들려줍니다.

우리 자신이 져야 하는 부담을

후대에 비열하게 떠넘기지 말라'

지구의 짧은 역사, 267p.

저자의 말을 조금 더 나누고 싶습니다.

인류는 40억 년에 걸친 물리적 및 생물학적 유산 위에 서 있다.

인류는 40억 년에 걸친 물리적 및 생물학적 유산 위에 서 있다.

우리는 삼엽충이 고대 해저를 기어 다녔던 곳,

공룡이 은행나무가 빽빽했던 언덕을 쿵쿵거리며 다녔던 곳,

매머드가 얼어붙은 평원을 돌아다녔던 곳을 걷고 있다.

예전에는 그들의 세계였지만, 지금은 우리의 세계다.

물론 우리와 공룡의 차이는 우리가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물려받은 세계는 우리의 것임과 동시에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지구의 짧은 역사 267-268p.


지구의 역사를 이렇게 간결하게 써낸,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간결하게 쓴 명백한 이유입니다. 지구의 역사가 우리 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의식, 진정한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구를 이런 식으로 훼손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사랑하고 돌보고 아끼겠지요. 무엇보다 나의 사랑하는 자녀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가도록, 더 풍성한 삶을 살아가며, 역동하는 생명력을 경험하도록 노력하고 땀 흘리겠지요.

이 짧은 책을 읽으며 지구의 긴 역사를 한눈에 담아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지금처럼 무질서하고 혼란한 세상, 미래가 심히 걱정되는 훼손과 파괴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경종을 울려주어 참 고마웠습니다. 무엇보다 책임감 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해 주어서 더욱 고마운 책입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정독해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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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 아직도 나를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
성유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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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정만큼 복잡한 것이 또 있을까?

오래전 나의 누나가 심리학과에 입학했을 때입니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이 다들 한 마디씩 했습니다. "이제 그러면 네가 우리 심리를 다 꿰뚫어 보는 거야? 이제, 니 앞에서는 말조심해야겠다." 고작 대학교 1학년에 입학했을 따름인데 심리학과에 진학하면 사람 심리를 다 읽어내고,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다 꿰뚫어 보는 줄로 착각했습니다. 사람 마음이 얼마나 복잡한 줄 그땐 미처 몰랐던 거지요. 누나가 얼마나 당혹스러웠을지 지금 생각해 봐도 재밌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때로는 눈에 보일 정도로 분명하고 단순해 보이기도 합니다. 미움이나 사랑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을 보면 감정이라는 것이 무조건 숨어 있는 것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쉽게 읽을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종종 듣는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라는 말은 감정이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한지 가르쳐 줍니다. 감정, 참 어렵습니다.

복잡해 보이고 미묘한 감정,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빠져나가는 감정, 때로는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나서 도무지 숨길 수 없는 감정 설명서가 있다면 어떨까요? 감정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고, 이해하게 하는 길잡이와 같은 안내서가 있다면 어떨까요? 망설일 이유 없이 집어 들어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그 고마운 책이 찾아왔습니다. 한국 정신분석학회 회원, 국제 정신분석가로 활동 중이며, 정신건강의학 원장인 성유미 원장의 책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입니다.





저자 성유미는 감정에 대해 우호적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감정을 숨기고 감추는 데 일가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울어선 안 된다. 일생 단 세 번만 울면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상도 남자는 감정 표현에 인색하기로 악명 높습니다(나는 경상도 남자입니다). 감정을 숨기고 감춘다는 말은 기본적으로 감정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정서를 가진 우리에게 감정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로 자신의 감정을 잘 살펴보라는 저자의 말이 생경스러운 동시에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첫 챕터 주제가 "감정에 대한 오해를 풀어라"입니다. 우리가 감정을 오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오해의 뿌리가 깊고 넓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이 주제를 다루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성유미는 감정은 엄마 배 속에서부터 평생을 함께 하는 파트너로 정의합니다. 감정을 평생의 동반자로 바라보자는 의도를 담아낸 제목입니다. 감정을 평생의 동반자로 이해한다면 감정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고, 더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감정과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존중하고, 감정을 조절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요리하고 잘 다루어야 할 대상으로 접근하겠지요.


감정을 읽는 재미(?)에 대해서도 저자는 폭넓은 경험과 예리한 지성으로 담아냈습니다. 감정은 원래 움직이는 것임을 깨우쳐 줍니다. 저자는 심리를 다루는 사람답게 감정을 "정동"으로 표현합니다. 나는 저자의 이 문장을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이 시대에 널리 퍼져 있는 오해에 대한 대답으로 읽었습니다. 이 시대는 사랑을 감정으로 대하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이 시대를 사는 대다수 사람은 사랑을 전적으로 감정으로 봅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되묻습니다. 저자는 감정은 움직이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사랑 때문에 울고불고 찌지고 볶는 우리네 민낯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나는 사랑을 감정이 아니라

의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은 사랑의 일부이면서,

진짜 사랑의 물꼬를 트는 것으로 봅니다.

성경은 우리가 하나님 때문에

사랑을 알게 됐다고 가르칩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감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의지적인 부분이 훨씬 큽니다.

우리가 아직 하나님과 원수일 때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셨고,

그 사랑을 독생자 예수를 주시는 것으로

증명하셨습니다.

원수를 끌어안는 사랑은 정서를 넘어

의지에 가깝습니다.

의지가 가면

결국 정서도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한걸음 떨어져 나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감정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읽을 수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설득 당했습니다. 분노, 슬픔, 재미를 읽어내고, 다양한 감정을 나만의 언어로 이름을 붙이면서(Naming) 감정 읽는 훈련을 제안하는 저자의 의견에는 무릎을 치면 동의했습니다.

마지막 챕터가 나는 가장 좋았습니다. 제목부터 와닿았습니다. "재미있는 삶, 행복한 인생을 찾아서"입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재미가 다르다는 것, 그 재미를 방해하는 가시부터 걷어내야 삶이 부들부들해진다고 말합니다. 물론 재미를 추구하다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패닉은 총 맞은 것과 같다고 말하며, 행복은 마음의 안정이란 토양 위에서 비로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 맺는다고 말합니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 가을입니다. 가을이 깊을 대로 깊은 시간입니다. 요즘 들어 부쩍 짧아진 가을이 아쉽고, 그래서 더 소중한 계절입니다. 마음을 깊게 하고 넓게 만드는 '독서'의 계절입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 그간 꽁꽁 싸매고 감추기에 급급했던 나의 감정을 대면해 보면 어떨까요? 내 감정을 더 소중하게 다루고,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를 읽으며 깊고 높고 넓은 마음의 세계를 탐구하며 더 풍성한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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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쓸모 - 나를 사랑하게 하는 내 마음의 기술
원재훈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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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어디에다 써먹을 수 있을까?

예술 작품을 효용성으로 따지고 드는 것만큼 천박하고 무례한 일이 또 있을까요? 인류 문화유산을 돈으로만 계산하고 사고 팔려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답답합니다. 속물근성으로 가득 찬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도 해봅니다. 대놓고 손가락질하지 못하고, 대놓고 욕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나에게 그 정도 돈이 있다면 돈을 뿌리고 또 뿌려서라도 그 예술 작품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 때문입니다.

시는 어떨까요? 인간의 내면을 정제된 언어로 담아낸 시. 벼릴 수 있을 때까지 벼리고, 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버린 후 사람의 욕망과 마음, 정신과 내면, 사람 사이 그 오묘한 관계와 정서를 오롯이 담아낸 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떨까요?

학창 시절 국어 시간. 선생님은 여러 가지 의미로 시를 분석하셨습니다. 그렇게 배운 시의 의미를 달달 외우고 외워 시험에 임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그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 '시를 분석하는 행위'였습니다. 그냥 읽고 감상하고 자신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나만의 섣부른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뼛속 깊이 인문계인 나는 학창 시절 국어 시간을 좋아했고, 시험도 곧잘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때면 "이렇게나 어렵고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는 시를 왜 공부하는 거야?"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디에도 써먹을 일이 없을 것 같은 시를 쓰는 시인의 내면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아주 오래전 제가 던진 질문에 대해 예리한 필치로 대답하는 책을 만났습니다. 원재훈 시인의 [시의 쓸모]라는 책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에게 '시'는 가깝고도 먼 어떤 것이 되었습니다. 어렵게 설명하면 그럴싸해 보일까 싶어서 저렇게 표현해 보았습니다. 날것 그대로 표현하자면 시를 좋아하는데 잘 읽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어디서 시집을 만나면 꼭 펴서 읽습니다. 하지만 서점에서 시집을 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가 얼마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얼마나 쓸모(?) 있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생각해 보십시오. 윤동주 시인의 시는 민족의 혼을 붙들었을 뿐 아니라 일제에 저항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싯구는 우리의 가슴에 잘 박힌 못처럼 박혔을 뿐 아니라 빼앗긴 조국을 회복해야 할 이유와 의미를 알게 했습니다.

시는 쓸모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우리의 생각과 내면을 바르게 하고 부요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정돈된 언어, 정제된 언어가 담아내는 생각과 내면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면 시가 얼마나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고, 깨끗하게 하고, 깊게 만드는지 짐작할 것입니다. 시는 그 자체로 쓸모가 있을 뿐 아니라 쓰임새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깊고 풍성하다 하겠습니다.


원재훈 시인의 [시의 쓸모]를 읽으며 나의 이 생각은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원재훈 시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이 마주한, 자신을 찾아온 싯구나 시어를 한 움큼 쥐여줍니다. 그 후에 시인의 감성을 담아 그 시, 싯구, 시어에 담긴 의미를 풀어냅니다. 이렇게나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그 안에서 어떻게 저렇게 깊고 맑은 우물을 길어올릴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시는 그 시를 만나는 사람에게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다른 깊이로 다가가기도 합니다. 원재훈 시인처럼 시인의 감성과 시선과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더없이 깊고 풍성하게 다가갑니다. 놀랍게도 나처럼 얄팍한 시선과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도 시는 충분한 의미와 넘치는 상상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시를 마주하게 되면 마음이 정화되고, 침잠하는 이유입니다.

하나의 시, 싯구, 시어 다음에 원재훈 시인은 시를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오롯이 공개합니다. 콕콕 Point를 짚어줍니다. 마치 일타강사처럼 말입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시인의 작업실을 엿본 기분입니다. 시인의 마음과 그의 시선을 훔쳐본 기분입니다.

원재훈 시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시인의 작업실을 엿본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인의 마음의 시인의 시선을 훔쳐본 기분입니다.

그야말로 특권 중의 특권입니다


아름다운 그림과 친절한 설명, 정갈한 언어로 담아낸 싯구를 읽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우리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고, 생각을 정돈해 주며, 삶의 의미를 더 많이 생각하게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로 삶의 보폭을 맞추게 됩니다. 자신과 타인이 분리할 수 없는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발 딛고 살아가는 자연과 세상을 다른 시선, 시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시의 쓸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굳이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우리네 삶은 가볍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삶의 속도가 느려진 것만큼은 분명하고, 느리게 걷는 만큼 조금 더 자세히 보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자세히 보거나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상상하고, 방향을 점검하면서 삶은 깊어지고, 삶의 내용이 충실해지는 법이지요.

깊어가는 가을 원재훈 시인의 [시의 쓸모: 나를 사랑하게 하는 내 마음의 기술]을 집어 들고 읽어보는 것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의적절한 때에 우리를 찾아온 참 고마운 책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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