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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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나이는 얼마일까?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지구는 어떻게 생겼을까?

생명은 어떻게 출현했으며 어떤 과정을 겪었을까?

누가 지구의 주인 행세를 했을까?

우리 사는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기원을 생각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참을 수 없이 가려운 곳처럼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질문입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상당한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지구의 나이가 얼마인지, 우주의 나이는 어느 정도인지, 우주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지, 지구와 우주의 관계도 상당히 밝혀냈습니다.

생명의 출현에 관한 지식과 정보도 상당히 축척했습니다. 시기와 때마다 지구의 주인 노릇을 했던 생명체가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도 너무나 정확하게 밝혀냈습니다. 인류가 언제쯤 출현했고 어떻게 발전을 거듭해 왔는지까지 과학은 자연이 여기저기 흩뿌려놓은 지문을 조합하고 짜 맞추어 상당한 수준의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그저 놀랍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이해하기 쉽다는 뜻은 아닙니다. 나와 같은 뼛속 깊이 인문계인 사람은 과학이 밝혀낸 사실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과학계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 앞에 서면 일단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쉬운 일상의 언어로 과학의 발견을 알려주는 책이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지구의 짧은 역사]라는 우아하고 간결하며 핵심을 담아낸 책을 만나기 전까지 말입니다.



온 오프라인 서점에서 예쁜 책을 볼 때마다 편집자의 능력에 감탄하곤 합니다. 책이라는 게 수없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일단 독자의 마음을 클릭하려면 외모부터 달라야 합니다. 지금처럼 감각적인 시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몇 단어와 그림으로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크기와 두께도 일정 부분 중요합니다. 이 모든 부분을 만족시키기가 보통 일은 아닐 텐데 다산북스 책을 볼 때마다 놀랄 때가 있습니다. 예쁘고 잘생겨서 말입니다. 게다가 사람의 마음을 클릭하는 능력까지 두루 갖추고 있으니까요.


지구의 짧은 역사는 45억 살에 가까운 지구의 역사를 8챕터로 간략하게 구분할 뿐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접근합니다.

1. 화학적 지구 - 행성 만들기

2. 물리적 지구 - 행성 모양 빚기

3. 생물학적 지구 - 생명이 지구 전체로 퍼지다

4. 산소 지구 - 호흡할 수 있는 공기의 기원

5. 동물 지구 - 생물이 커지다

6. 초록 지구 - 식물과 동물이 육지를 정복하다

7. 격변의 지구 - 멸종이 생명을 변모시키다

8. 인간 지구 - 한 종이 지구를 변형시키다

지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와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 목차만으로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지구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생명체가 무엇인지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무엇보다 책 내용이 재밌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려운 과학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집필했습니다(번역가에게도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나의 이목을 단박에 사로잡았던 역사의 한 챕터는 마지막 인간 지구입니다. 인간이 얼마나 지구를 빠르게 정복했는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미친 속도로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합니다.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살면 다음 세대에 재앙을 물려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반대로 지금 우리가 절약하고 절제하고 삶의 방식을 바꾼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더 큰 보상으로 되돌려 받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도 전합니다. 조지 워싱턴이 미국인에게 고별 연설을 할 때 남긴 말을 그대로 들려줍니다.

우리 자신이 져야 하는 부담을

후대에 비열하게 떠넘기지 말라'

지구의 짧은 역사, 267p.

저자의 말을 조금 더 나누고 싶습니다.

인류는 40억 년에 걸친 물리적 및 생물학적 유산 위에 서 있다.

인류는 40억 년에 걸친 물리적 및 생물학적 유산 위에 서 있다.

우리는 삼엽충이 고대 해저를 기어 다녔던 곳,

공룡이 은행나무가 빽빽했던 언덕을 쿵쿵거리며 다녔던 곳,

매머드가 얼어붙은 평원을 돌아다녔던 곳을 걷고 있다.

예전에는 그들의 세계였지만, 지금은 우리의 세계다.

물론 우리와 공룡의 차이는 우리가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물려받은 세계는 우리의 것임과 동시에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지구의 짧은 역사 267-268p.


지구의 역사를 이렇게 간결하게 써낸,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간결하게 쓴 명백한 이유입니다. 지구의 역사가 우리 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의식, 진정한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구를 이런 식으로 훼손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사랑하고 돌보고 아끼겠지요. 무엇보다 나의 사랑하는 자녀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가도록, 더 풍성한 삶을 살아가며, 역동하는 생명력을 경험하도록 노력하고 땀 흘리겠지요.

이 짧은 책을 읽으며 지구의 긴 역사를 한눈에 담아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지금처럼 무질서하고 혼란한 세상, 미래가 심히 걱정되는 훼손과 파괴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경종을 울려주어 참 고마웠습니다. 무엇보다 책임감 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해 주어서 더욱 고마운 책입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정독해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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