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훈 시인의 [시의 쓸모]를 읽으며 나의 이 생각은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원재훈 시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이 마주한, 자신을 찾아온 싯구나 시어를 한 움큼 쥐여줍니다. 그 후에 시인의 감성을 담아 그 시, 싯구, 시어에 담긴 의미를 풀어냅니다. 이렇게나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그 안에서 어떻게 저렇게 깊고 맑은 우물을 길어올릴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시는 그 시를 만나는 사람에게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다른 깊이로 다가가기도 합니다. 원재훈 시인처럼 시인의 감성과 시선과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더없이 깊고 풍성하게 다가갑니다. 놀랍게도 나처럼 얄팍한 시선과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도 시는 충분한 의미와 넘치는 상상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시를 마주하게 되면 마음이 정화되고, 침잠하는 이유입니다.
하나의 시, 싯구, 시어 다음에 원재훈 시인은 시를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오롯이 공개합니다. 콕콕 Point를 짚어줍니다. 마치 일타강사처럼 말입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시인의 작업실을 엿본 기분입니다. 시인의 마음과 그의 시선을 훔쳐본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