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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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일본인일까? 한국인일까?

그 경계선 어디쯤에 속한 사람일까?

일본의 독특한 정서와 문화,

그 안에서 나고 자란 한국 사람이 겪을 수밖에 없는

비극과 회복 이야기.

그들의 삶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엿보게 하는 명품 소설 [파친코 2]


파친코.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두려움과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찾거나, 조작과 조장을 해서라도 움켜쥐려는 마음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곳일 게다. 파친코를 찾는 사람의 마음 그 깊숙한 곳을 파헤치는 소설 파친코는 파친코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비극으로 읽히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며, 그 한 가족이 대표하는 시대와 문화를 가로지르는 아픔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색적으로 표현한다면 일본을 향한 거부감과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영화 [항거]를 보면서 일본에 대한 미운 마음은 한 뼘은 더 깊어지고 자란 것 같기도 했다. 역사를 공부하고 읽을 때면, 특별히 일제강점기의 참상을 대면할 때면 불편한 마음의 농도는 고도로 농밀해진다. 역사를 해석하는 저들의 시선은 도대체 왜 그따위인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어쩌면 나 역시 왜곡과 편향된 시선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여전히 나는 일본이 불편하다. 




소설 파친코를 읽으면서 뭉뚱그려진 나의 시선은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나고 자란 한국 사람의 이야기와 그들의 삶의 무게로 옮겨졌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들은 여전히 일본인이 아니다. 일본인으로 간주되지 않고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색안경을 끼고 조선인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마음은 어떨까? 그런 따가운 시선과 편견 속에서 성공적인 삶이란 도대체 어떤 삶일까? 제대로 된 직장조차 잡을 수 없었던 사람이 적지 않았고, 그래서 파친코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으며, 파친코를 운영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쁜 사람, 야쿠자로 인식되어버린 저들의 삶의 무게는 어느 정도이며, 그들의 세상은 도대체 어떤 색깔일까. 

사람의 삶이란 참 복잡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을 살아가지만 여전히 삶이다. 그 안에서도 여전히 사랑이 있고 미움과 시기와 질투가 있으며, 동경과 그리움은 여전하다. 아니 어쩌면 삶의 무게가 무겁고 그들의 삶의 배경이 어두침침하기에 삶은 더 짙은 여운을 남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이렇게나 사실적으로 게다가 깊은 시선으로 이들의 삶을 담아냈는지 궁금했다. 책 맨 마지막에 덧붙여 놓은 감사의 글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작가 이민진은 1989년에 이 이야기의 착상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예일대학교에서 초청 강연을 받은 한 선교사로부터 조선계 일본인(자이니치-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 거주자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이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착상된 이야기는 더 깊이 뿌리를 내렸다. 

결혼 후 남편이 도쿄의 일자리를 제안받았고 이민진은 남편과 함께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동안 그간 자신의 마음에 뿌리박은 이야기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고, 처음부터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쓰고 고치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거의 30여 년이 지난 후에 소설 파친코는 세상에 태어났다. 30년 넘는 시간을 품에 안고 다녔고, 일본에 살면서 온몸으로 자이니치의 삶을 톺아보면서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으니 깊어질 수밖에 없고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렇게 우리에게 찾아온 소설 파친코는 읽는 이의 생각과 마음을 찌르고 파고든다. 경계인의 삶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그 삶을 조금이라도 맛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다가와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지구촌에는 나라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도 적지 않다. 터잡고 살아가는 곳에서 거주민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어느 곳에 자리 잡든지 반강제로 자이니치가 되고 만다. 아무리 그곳에 오래 살았다고 해도 여전히 자이니치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일본이 유별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이주민 노동자나 국제결혼을 통해 이 땅에 자리 잡은 사람을 향한 나의 시선 우리의 시선은 부끄러울 정도로 편협하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자이니치가 아닐까라고.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5년 정도 미국에서 산 시간 외에는 한국에서 살고 있다. 미국에 살 때도 나는 한국 사람이라는 의식이 분명했다. 전쟁의 소문이 무성할 때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여보, 전쟁 나면 당신과 애들은 이곳에 있어. 난 한국에 다녀올게" 내가 뭐라고, 나 한 명 때문에 전쟁의 승패가 좌우되는 것도 아닌데 나는 내 민족이 있는 한국에 가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뼛속 깊이 한국 사람이다. 그런데도 종종 나는 스스로를 자이니치로 느끼곤 한다. 이상한 일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곳곳에 예수와 교회 이야기가 등장한다. 내가 자이니치라고 느끼는 결정적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예수 믿는 사람으로 살아가면 누구나 느끼는 바가 있다. 피곤함이다. 예수 믿으면 이상하게 피곤함을 느낀다. 코로나가 우리 일상을 빼앗아갔다. 교회가 시발점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교회는 도매금으로 매도당했다. 코로나 시대 속에서 빠르게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예배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손가락질 당하고 비난당하기 일쑤다. 성경을 보면 기가 막힌 말씀이 있다. 예수 안에서 경건하게 살면 박해받는다는 말씀과 세상이 너희를 미워해도 이상하게 여기지 말라는 말씀이 그것이다. 

자이니치로 살아가면 미움받는다. 손가락질 당할 때가 있다. 예수쟁이로 사는 것도 다르지 않다. 이 땅에 발 딛고 살아가지만 이 땅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는 정체성. 경계선에 머무는 삶이란 피곤할 따름이다. 소설 파친코는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피곤하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편견 없는 세상을 동경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을 바라보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꼭 종교인이 아니어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지구에 발 딛고 살아간다. 지구의 유구한 역사에 비추어보면 우리는 자이니치이다. 하지만 눈치 보며 사는 자이니치, 차별받는 자이니치, 편견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이니치가 아니길 바랄 따름이다. 우리의 시선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자이니치로 살지만 꽤나 근사한 노매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부조리한 세상, 그 안에서 겪는 피곤함과 안타까움은 더 나은 삶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지판일지도 모를 일이므로. 

소설 파친코는 드라마로 나왔다. 아직 보지 않았지만 등장인물을 상상하며 읽었다. 영상으로는 어떻게 담아냈을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기회가 닿으면 소설을 떠올려보면서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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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5 - 휴가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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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남자들이 유머 코드가 궁금하세요?

허풍 심한 남자들이 세상이 궁금하세요?

그렇다면 북극 허풍담을 읽으실 때입니다.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1권부터 읽은 것이 아니라 느닷없이 5권째부터 읽어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읽다 보니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재밌기까지 했으니 1~6권 시리즈 중 어느 것을 먼저 읽는다고 해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북극 허풍담 시리즈입니다.




북극 허풍담이지만 허풍치지 않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덴마크식 농담일까? 추운 극지방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의 일상에서 이런 농담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라는 상상까지 겹쳐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을 담아낸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아무렴 어때요. 재밌게 읽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 모든 소설이 사람 사는 세상 풍경을 묘사하기도 하고, 고발하기도 하고, 비유와 은유로 은근히 드러내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북극 허풍담 역시 허풍이 가미된 이야기지만 덴마크와 북유럽, 또는 북극 지방을 살아가는 사람의 문화와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풍자적으로 담아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점은 이 농담과 이 분위기와 정서가 극지방을 사는 사람의 것일까 아닐까가 아니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남자들의 이야기처럼 읽힌다는 점입니다. 일단 등장인물이 남자 중심입니다. 물론 여성이 나오기는 하지만 중심축에서 비켜나가 있습니다. 그만큼 남자의 이야기로 그만큼 남자의 이야기로 가득하다는 뜻입니다.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격한 공감과 손뼉 치며 맞장구칠 수밖에 없는 대목들이 나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 몇몇을 열거해 본다면 파이프 담배 하나 때문에 별별 짓을 다하다 결국 주먹다짐까지 하고 서로 잡아죽일 듯 싸운 남자 이야기. 화해하는 방식도 빼놓을 수 없죠. 화해하는 방식도 심할 정도로 남성미 뚝뚝 떨어집니다(꿀이 떨어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주먹다짐이죠. 서로 잡아죽일 듯 주먹다짐을 하고 더 이상 움직일 여력조차 없을 만큼 싸운 후에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합니다. 이 지점은 여자로서는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이자 허풍처럼 들리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목축업을 개척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도 읽다 보면 배꼽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를 잡으러 갔다가 소 흉내나 내고 있는 모습이라니. 아무 준비 없이 일단 저지르고 보는 남자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느닷없이 휴가를 떠나는 이야기나, 스키를 타고 길을 가다 거의 죽을 뻔한 이야기,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은밀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남자들의 이야기, 어울리지 않게 뜨개질을 하는 남자와 그 남자에게 얽혀 있고 숨어 있는 입을 다물 수 없는 무용담까지. 북극 허풍담은 오롯이 남성의 세상을 탐구하고 탐험하며 소개하는 소설로 다가왔습니다. 허풍과 진지함과 유머가 절묘하게 뒤범벅 댄 채로...




처음엔 호기심에 이끌리며 읽었습니다. 두 번째는 남자 이야기에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세 번째는 좀 더 각별하게 다가온 깨우침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들이 하나같이 큰 욕심이 없다는 점입니다. 대단한 계획을 세우고 거창한 일에 도전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살아가는 자리에서 즐겁게 살아갈 뿐입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자리를 사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과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관계를 맺고, 가진 것이 얼마든 그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의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소탈함과 단출한 멋을 재발견하게 해준 소설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단순하고 만족할 줄 알며 주변의 소소한 것(우리가 일상이라 부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들은 말도 안 되는 기후와 지독한 외로움을 뚫어냅니다. 이런 삶을 추구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적어도 그 사람이 사는 곳의 풍경은 지금처럼 욕심과 이기심에 찌든 모습은 아닐 거란 확신도 생기더군요.




북극 허풍담을 소개한 어느 글귀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읽다 보면 전권을 다 구매하게 될 것이라는 소개 글입니다. "설마 그렇기까지야 하겠어!"라는 것이 저의 첫 소감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궁금하거든요. 재밌기도 하고, 우리 삶을 단순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이것 역시 통상적인 의미에서 남자 이야기, 남자의 시선이라 생각합니다).

소탈하고 털털하게 사는 남자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딱 제 취향입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복잡한 수 싸움과 계산으로 자판을 두드리지 않고, 온갖 계획을 세우는 일에 진빼지 않고 소박하고 소탈하고,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면서도 무용담을 가진 삶을 사는 남자라면 충분히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별별 생각을 다해보았습니다. 어려운 말 아닙니다. 읽어도 좋을 좋은 책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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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낱말퍼즐 (스프링북) - 어른을 위한 고급 어휘력
박찬영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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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타파! 스트레스 타파!

어휘 확장! 두뇌계발!



아는 것만큼이나 모르는 단어가 많은데? 내 어휘가 이렇게나 부족했었나? 글을 쓰려면 단어 공부, 어휘 공부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 책을 만났습니다. [어른을 위한 고급 어휘력 가로세로 낱말퍼즐]입니다.







일단 스프링 북이어서 펼치고 닫기가 편리합니다. 무엇보다 낱말퍼즐이어서 재미있습니다. 풀어가는 재미가 있고, 가로 세로 낱말을 연결하면서 완성을 향해 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흠이라면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것! 간장게장이 밥도둑이라면 낱말퍼즐은 시간 도둑! 한 번에 다 풀려고 덤벼들면 곤란합니다.


저자의 아이디어인지 편집팀의 실력인지 책 모양을 지혜롭게 꾸며두었습니다. 지나치게 시간을 낭비하거나 빼앗기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Round 1부터 Round 5까지 엮었고, 각 라운드 끝에는 정답을 붙여 두었습니다(나와 같은 사람에겐 진짜 고마운 편집입니다).




Round 1을 알리는 페이지. 이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책의 속살을 대면할 수 있습니다.







책의 속살을 살짝 공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워낙 문제가 방대해서 한두 컷 공개한다고 해서 흠이 될 것 같진 않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흥미를 끌 수도 있겠다는 짐작으로



익숙한 가로열쇠 문제와 세로열쇠 문제랍니다. 예시까지 있어서 힌트로 삼을 수 있고, 답을 유추해 볼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누워서 떡 먹기로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가물가물한 단어도 있고, 전혀 모르는 단어도 있어서 어휘 공부 및 확장에 딱이랍니다.



보시는 것처럼 답은 여기에 써야 합니다. 문제를 풀기 전 미리 사진을 찍어서 깔끔하게 나왔습니다. 실제로 답을 써가다 보면 지우거나, 줄을 긋고 다시 써야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말 그대로 어휘를 확장시켜 나가는 기분을 팍팍 느낄 수 있더라고요.





위는 정답을 모아놓은 부분이에요. 각 챕터 끝자락에 이렇게 정답이 나와 있습니다. 정말 모르는 단어는 어쩔 수 없이 찾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라면 네이버에서 검색을 통해 답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끝자락에 가면 또 한 번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색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은 368개 사자성어 목록과 해설입니다. 물론 가나다 순서이고요.




이 사진이 부록 첫 페이지고요 아래 사진이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가나다 순서로 편집되어 있어서 필요한 단어를 찾아볼 수도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자성어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정직하게 말하자면 처음 보는 사자성어가 많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모르는 것만 있으면 재미가 반감되는 법이지요. 책을 읽고 문제를 풀고, 부록을 읽다 보니 반가운(?) 사자성어를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까지 두루두루 만날 수 있었습니다.







풍부한 어휘는 마음에 떠도는 생각과 머릿속을 뱅뱅 맴도는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합니다. 글을 써보신 분이라면 깊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생각을 글로, 마음을 글로 담아내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작업인지. 자칫 잘못하면 장황해지고, 삐끗하면 쪼그라들어 의미 전달에 실패하고 마는...


가로세로 낱말퍼즐로 즐겁게 문제도 풀고, 어휘도 점검하고, 구체적인 의미를 익혀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적재적소에 멋들어진 사자성어를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고, 짐짓 젠체하지 않으면서도 무게감을 줄 수 있는 단어를 습득하게 도와줍니다.


어른다운 어른, 생각과 마음을 정갈한 언어로 담아낼 줄 아는 어른이 더 필요한 세상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이 그 길을 열어가는데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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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농장 (그래픽 노블)
백대승 지음, 조지 오웰 원작, 김욱동 해설 / 아름드리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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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동물 농장은 동물 농장인데

내가 생각했던 동물 농장이 아니네요!"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책을 받고 난 후 아들과 딸이 동시에 뱉은 말입니다. 아들과 딸은 신동엽이 진행하는 TV 프로그램 [동물농장]을 생각하고 있었지 뭐예요. 저는 당연히 조지 오웰을 동물 농장 책이 온다고 알려줬었는데... (그랬겠지? 조지 오웰이란 이름을 붙였을 것이야. 아들과 딸이 못 들었을 뿐이었다고!)


이렇게 우리 가족은 조지 오웰의 명저 동물 농장을 그래픽 노블 버전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 농장을 읽었어요. 단지 읽은 정도가 아니라 조지 오웰이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더라고요. 책의 흐름을 알고 있었던 아들은 더욱 몰입감 넘치게 이 책을 읽었습니다. 딸은 아직 동물 농장을 읽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르지만 그래픽 노블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받자마자 집중력 있게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나중에 소설 동물 농장을 다시 읽어보길 기대 기대)





표지 아래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에서도 나오는 명대사이자 시대상을 핀셋으로 꼬집듯 정확하게 꼬집은 명문장이지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그래픽 노블에서도 이 문장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당나귀 할아버지의 시선에서 이 말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도 선명하게 밝혀주었고요. 원작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지만 그래픽 노블에서는 무게감을 살려 담은 문장도 있습니다. 

동물들은 뒤엉켜 싸우는 저들을 보며

누가 동물이고 누가 인간인지 헤아릴 수 없었다.

동물 농장, 그래픽 노블 220p.




조지 오웰의 소설을 읽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그래픽 노블로 읽어보니 마음에 더 와닿았습니다. 그림이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대상을 꼬집을 뿐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의 민낯을 고발하듯 보여주는 그래픽 노블을 보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고요. 


시키는 대로, 힘 있는 누군가가 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 그래서 별생각 없이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문득 세월호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무고하게 희생당한 단원고 학생을 가볍게 여기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단면적인 이야기지만 세월호 사건 때 희생당한 아이들 대부분은 너무나 착해서 시키는 대로 따랐던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요. 질문하고,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길러내야 하는데... 우리나라 교육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시키는 대로 하게 만들고, 그렇게 강요하고 시키는 대로 따르는 사람을 모범적인 학생상으로 제시하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은 저만의 시선이 아니길... 






 



정치와 경제, 문화,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과 그저 뉴스로 사건과 사고를 접하는 민초 사이의 간극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 전 [Don't Look Up - 돈 룩 업]이란 제목의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지구 환경이 심각한 수준으로 훼손되고 공멸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골든 타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 수많은 지표가 분명하게 말하고 보여주지만 듣지 못하게 하고, 보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 이 문제를 정치 문제로 끌고 와서 자신의 권력을 붙들기에 여념 없는 사람들, 경제논리에 함몰되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 그들의 속임수에 놀아나는(?) 민중들... 현대판 동물 농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요점은 명백합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읽었다면, 그래픽 노블을 읽었다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저 시키는 대로, 강요하는 대로 세뇌된 채로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 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용기와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한 요즘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녀와 함께 읽어보시면 더 좋을 책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는 세상을 톺아보고,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새롭게 이해하게 하고, 세상을 다시 주목하게 만드는 책 [동물 농장 - 그래픽 노블]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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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나라에 간 루카스 비룡소의 그림동화 168
존 니클 지음, 조세현 옮김 / 비룡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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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없는 세상이 가능할까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쯤 종식될까요? 종전 소식을 기다리지만 하릴없이 기다려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대국 전쟁도 총성 없는 전쟁일 뿐 심각성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어쩌면 더 총을 든 전쟁보다 더 심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시선을 좁혀도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왕따, 학교 폭력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못하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묻지 마 폭행, 묻지 마 살인과 같은 말도 안 되는 폭력이 난무하다 보니 세상 사는 것이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어린아이나 여자가 마음껏 밤길을 걸을 수 있는 세상이 올 수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비관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 다운 소식과 뉴스를 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사람을 섬기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세상 한 모퉁이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더 많아지길, 그래서 우리 사는 세상이 갈수록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고, 사람 사는 맛이 더 짙어지고 깊어지는 세상이 되길 기대하고 기도합니다. 물론 나도 힘을 조금이라도 더 보태야 할 테고요. 

폭력 없는 세상, 이기심을 줄이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세상, 역지사지의 가치를 지향하는 세상,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멋진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존 니클의 [개미 나라에 간 루카스]입니다. 




루카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랍니다. 문제가 있다면 골목대장 시드. 시드는 늘 루카스를 심하게 괴롭혔습니다. 폭력을 행사하고 무시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해요. 당연히 루카스는 시드가 싫었지요. 무섭기도 하고,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사람이기도 했고요. 

시드에게 늘 괴롭힘당하던 루카스에겐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어요.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풀 대상이 필요하다고나 할까요. 루카스는 자신에 비해 작고 초라해 보이는 개미를 분풀이 대상으로 골랐습니다. 물총을 쏘고,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했지요. 마치 시드가 자신에게 하는 것과 똑같이. 


더 이상 참지 못한 개미는 루카스를 개미구멍에 집어넣어 버립니다. 졸지에 개미만큼 작아진 루카스는 개미들과 함께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음식도 모았어요. 말벌과도 싸워야 했고, 커다랗고 무서운 거미를 물리쳐야 했지요. 아 물론 여왕개미 시중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이건 루카스가 제일 싫어하는 일이었답니다). 




개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루카스는 자신이 개미들에게 시드와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답니다. 미안한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삶의 방향과 내용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러면서 위기의 순간 개미를 구하기도 하지요. 

정신이 든 루카스는 늘 자신을 괴롭히던 시드를 만나는데, 이럴 수가! 시드가 글쎄....




책을 읽다 보면 개미들이 사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의 역할을 가지고 그 역할에 충실한 개미들의 세상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교육 가치가 있는 그림책이에요. 이 책이 조금 더 유명해진 계기는 따로 있어요.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해요. 그것도 세계적인 배우가 대거 참여한 작품으로 탄생했답니다. 

세계적인 배우 톰 행크스가 이 책을 자녀에게 읽어주다가 영화로 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결국 영화로 제작했지요. 니콜라스 케이지, 줄리아 로버츠, 메릴 스트립과 같은 이름만 들어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명배우가 목소리 연기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영화 제목은 [The Ant Bully]. 

자녀들과 책을 같이 읽어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을 테고요 책을 읽은 후에 함께 명배우의 목소리 연기를 들을 수 있는 영화를 감상해 보시는 것도 멋진 일일 것 같아요. 폭력 없는 세상, 이기주의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고, 어떻게 하면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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