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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 여행을 생활 같이, 생활을 여행 같이
배지영 지음 / 시공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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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하늘 길이 막혔습니다. 해외 여행이 딴 세상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국내 여행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럭저럭 버틸만 했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피곤이 누적되면서 마음이 힘들어 졌습니다. 삶이 버거워졌습니다. 사람이 대단한 이유는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돌파구를 찾아낸다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적응할 뿐 아니라 코로나 시대 속에서도 지혜롭게 살아가는 삶의 돌파구는 찾기 시작했습니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식물을 기르거나, 반려동물을 입양하거나, 독서와 같은 꽤나 근사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 한 달 살기에 도전하는 분들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는 멋진 한줄 문구처럼 여행을 생활 같이, 생활을 여행 같이 보낸 우리 주변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한 달 살기를 다녀오신 분들의 면면도 다양하고, 살아본 장소와 컨셉도 다양합니다. 목차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각 챕터마다 곱게 수놓은 멋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일과 생활, 생활과 일 #일하면서 놀고먹고

"다른 데 가서 한 번씩 살아봐, 서울에서 안 살고 싶을걸?" - 출판사 대표의 강릉 한 달 살기

"처음 만나는 파밭 뷰, 그곳에서 만난 인생예술가들" - 작곡가의 완주 한 달 살기

#자녀 동반 #마음 스트레칭

"엄마, 오늘 우리 뭐해?" 계획이 없으니까 떠났다 - 초등학교 교사의 지리산 한 달 살기

"41일간의 일몰 감상, 우울증에서 벗어날 힘을 얻다" - 두 아이 아빠의 속초 한 달 살기

#은퇴맞이 장기여행 #제주 한 달 살기

"생애 첫 일탈, 하지만 퇴근 시간은 언제나 오후 4시 30분" - 중학교 교사의 제주 한 달 살기

"32년 만에 떠난 장기 휴가, 버킷 리스트 예행연습" - 주말부부의 제주 한 달 살기

"기꺼이 시간과 돈을 바쳐 얻은 해맑음" - 방사선사의 제주 한 달 살기

#취향 존중 #내 호흡에 맞는 여행

"성덕이 되기 위해 유럽 대신 동네 서점으로" - 직장인의 군산 한 달 살기

"목표는 100개 도시, 8개 도시에서 한 달 살기 했죠" - 직장인의 아산, 서울 한 달 살기

"숙소 가는 길에 보는 노을, 부산 바다 사랑해!" - 대학생의 부산 한 달 살기


나의 가까운 친구가 제주 한 달 살기를 다녀왔습니다.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부럽기도 했습니다. 안스러운 마음도 조금 들었습니다. 친구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복잡한 감정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 친구가 이젠 카메룬으로 한 달 살기에 도전했습니다.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주변에 한 달 살기에 도전한 분들이 많다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고 삶의 환경을 바꾸는 데는 그만한 가치와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한 달 살기에 다녀오신 분 중 여러 분이 그곳에서 조금 더 머물고 싶어했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거기서 삶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다움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새로워졌기 때문입니다.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 바로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각 지역에서 한 달을 살아내신 분들은 솔직한 후기와 함께 한 달 살기에 소요된 경비와 인근에 꼭 가볼 곳까지 꼼꼼하게 추천해 주셨습니다.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미국에서 5년 정도 유학생활을 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큰 도전이었고, 평생 기억할만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유학하는 동안 가족과 함께 미국 이곳 저곳을 여행했습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차 안에서 밥을 먹고, 저렴한 숙소를 구해서 자녀와 함께 여행했습니다. 보다 넓은 세상을 눈과 마음에 담아 보고 싶었습니다. 세상을 나의 삶을 다른 관점에서 관조하듯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아웅다웅 다툼도 있었습니다. 힘든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시간들이 삶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나의 두 자녀에게도 잊을 수 없는 선물이 되었으리라 짐작합니다(실은 나의 바람이 더 큽니다. 꼭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도 숨길 수 없습니다)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에 도전하시는 분들을 응원합니다. 여러 가지 형편 때문에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읽으실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이 코로나 시대에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내시는 분들을 더욱 응원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겠지만 나중 기회가 닿으면 국내든 국외든 가족과 함께 여행을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새로운 활기와 힘을 넣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획이 공상으로 끝나지 않도록 적금을 넣어보면 어떨까요? 한 달 살기가 남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나눠주어서 서로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도록 지금 꿈꾸고 작은 일부터 실천해 보면 좋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한 달 살기로 검색해 보면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 중 마음에 드는 곳, 꼭 가보고 싶은 곳에서 한 달 살아본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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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할 차례야 - 몬테소리 비폭력 대화법
크리스티나 테바르 지음, 마르 페레로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다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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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태어난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옹알이를 시작합니다. 옹알이는 어느새 말로 이어집니다. 몇몇 단어를 말하다 어느 순간 문장을 말합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단어조합으로 웃음을 선물하고, 창조력을 뽐냅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말을 배운 이후,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사람은 말하며 살아갑니다. 말 그대로 사람은 말하는 존재입니다.

평생 말을 하고 살아가지만 말에 대해 배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게 말하는 법을 배운다면 어떨까요?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말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말을 배우고 연습하고 실천하면 어떻게 될까요? 말하는 사람의 삶이 멋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은 물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도 넉넉하게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 나왔습니다. [몬테소리 비폭력 대화법 내가 말할 차례야]라는 멋진 제목의 책입니다. 이 책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데는 이유는 있습니다. 나의 가족은 나와 아내, 아들과 딸 네 명입니다. 네 명이 단란하게 살아가지만 때때로 말 때문에 한판 전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나의 딸은 재잘재잘 말이 많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쉬지 않고 재잘거립니다. 때로는 노랫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재잘거리는 소리가 더없이 사랑스럽습니다. 매일 매순간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쉬지 않고 말하는 딸 때문에 규칙이 생겼습니다. 가족이 함께 밥을 먹거나 시간을 보낼 때는 말하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어야 합니다. 가족 중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으면 말이 끝나고 난 후에 비로소 손을 들어 동의를 구한 후 말할 수 있는 규칙입니다. 이 정도 규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 말하려고 아웅다웅 다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에게 [내가 말할 차례야]는 단비와 같은 선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공원에서 함께 공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러다 서로 하겠다고 우기고 다툽니다. 이 역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결국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서로를 밀치고 다툽니다. 결국 엉엉 울고 양가 부모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합니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는 것은 아닌지(요즘엔 워낙 그런 일이 많으니까요) 신경이 쓰였습니다. 실생활에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고요.










나는 이 그림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림 그리는 분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달은 순간입니다. 아이들 마음에 불덩이가 생기고, 까만 구멍이 생겼습니다. 문제와 갈등 때문에 생긴 아이의 마음을 이 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아래 그림 역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화난 아이의 언어와 생각이 얼마나 꼬일 수 있는지,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하고 뒤죽박죽 엉켜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서로 말하기 바쁩니다. 남의 말 들을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 나의 아들과 딸이 다투는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지혜로운 어른이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어른이 아이들 싸움에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그림입니다. 인상적이었고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마음에 새겨준 그림입니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쉽게 번지는 오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그림입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들에게 나무조각을 든 사람이 말하고, 다른 사람은 들어보자고 제안합니다. 아이들은 그 말에 동의합니다. 나무조각을 든 사람이 말하고, 다른 친구는 들으면서 기다립니다. 자기가 나무조각을 들 때까지.


다른 날이었습니다. 남자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었습니다. 여자 아이도 그네가 타고 싶었습니다. 서로 타겠다고 싸웁니다. 갈등과 문제가 생겼습니다. 마음에 또 다시 불덩이가 생기고 큰 구멍이 생기겼습니다. 그때 여자 아이가 지난 경험을 떠올립니다. 이번엔 돌을 든 사람이 먼저 말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남자 아이도 동의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듣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말합니다. 아이들은 이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결국 서로 그네를 번갈아 타는 것으로 합의할 뿐 아니라 그 동안 서로의 등을 밀어주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갈등과 문제를 조율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갈등과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했다는 기분 좋은 경험도 덤으로 가졌습니다. 아마 이 아이들은 자라면서 갈등과 문제를 만날 때마다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책을 보면서 지금 나의 가족에서 하고 있는 일과 비슷한 부분이 보여 반갑고 기뻤습니다. 이런 문제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실은 어른들에게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자신의 생각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말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말할 기회를 준다고 해도 실제로는 듣지 않습니다. 딴청을 피우거나 자신이 할 말만 생각하기 일쑤입니다.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의 모습을 갈등하고 다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말할 차례를 참을성 있게 기다릴 뿐 아니라 다른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며 갈등과 문제를 해결해 나간 것처럼 어른도 참을성 있는 대화를 통해 갈등과 문제를 극복해 나가면 어떨까요? 우리나라 갈등해소 비용이 전세계에서 1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갈등해소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다는 이야기입니다. 건설적인 대화법, 참을성 있는 대화법,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대화법, 문제와 갈등을 조장하거나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대화법을 공부하고 개발하고 시도하면 어떨까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가장 먼저 나부터 우리 가정에서부터 시도해 본다면 성숙한 시민, 성숙한 다음 세대를 길러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서 어른이 살아가는 세상을 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삶의 지혜 한 조각을 발견한 기분 좋은 책입니다. 자녀를 기르시는 부모, 자녀에게 건강하고 창의적인 대화법을 가르치고 싶은 부모, 다른 사람의 말에 경청하는 법을 함께 배우고 싶은 부모,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은 부모에게 기쁜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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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와 낙서
서지형 지음 / 케이스스터디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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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려준 재능이 있습니다. 주로 문학, 예술, 스포츠 종사자들에게서 하늘이 내려주신 재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단어 몇 개를 조합해 사람의 저 내면 깊은 곳을 표현하고 만지는 시인과 소설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놀라운 빛과 색의 조화를 보여주는 미술 작품,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선율과 멜로디, 타고난 신체 능력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선수들. 하늘이 내려주신 재능에 무게를 측정하기 어려운 수고와 땀을 더해 재능을 꽃피운 사람이 있습니다. 가끔은 왜 나에겐 저런 재능이 없는지 아쉬워하고, 그들을 지나치게 부러워한 때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하늘이 내려주신 재능을 가진 사람, 그 재능을 더욱 갈고 닦은 사람 때문에 마음과 생각과 삶이 부요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들 때문에 울고 웃습니다. 그들 때문에 손에 땀을 쥐고 몰입하기도 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본인은 한사코 손사래를 칠테지만 나의 시선에서 볼 때 [의자와 낙서]를 쓰신 서지형 작가와 그녀의 두 자녀 조윤후 조수민은 하늘이 내려준 재능처럼 보입니다. 나는 그림, 미술, 조각과 분야에서 놓고 볼 때 심각한 수준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것 같습니다. 미술 선생님이 저의 데생을 보시며 한마디 남기셨습니다. "혁철아, 너는 앞으로 절대 그림은 그리지 마라!" 선생님도 저도 저의 작품을 보며 모두 웃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조금 지나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누구라도 제가 그린 그림을 보았다면 속으로라도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지형 작가는 두 자녀와 드로잉 세상을 펼쳐나갑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자녀 양육서일까? 드로잉으로 자녀 양육하는 법을 보여주는 책일까? 드로잉 책일까? 질문이 생겼습니다. 읽으면서 저자의 자녀 양육 철학과 방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두 자녀를 참 예쁘게 기르신다는 생각이 새순처럼 돋아났습니다. 아이들과 그림으로 소통하고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이야기를 읽고 들으며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림에 젬병인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드로잉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을 표현하면서 아이의 정서를 섬세할 뿐 아니라 풍성하게 길러주는 작가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동시에 나의 두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생겼습니다.


굳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아이들과 즐겁게 낙서하고, 드로잉으로 발전시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조금씩 시도해 보면 사랑하는 자녀의 내면을 조금씩 더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또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알려준 대로 아이의 드로잉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유익할 테지요.


책을 읽고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니 나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드로잉이 떠올랐습니다. 찾고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한 아들 녀석의 드로잉이 생각났습니다. 유학 시절 가족을 데리고 미국 서부 3대 캐년(Grand, Zion, Bryce)과 Sedona 지역을 여행한 후였습니다. 여름이어서 무척 더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한참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방에서 아들이 드로잉을 하더군요. 나중에 보니 Zion Canyon을 여행하는 우리 식구 네 가족이었습니다. Wow!!!!


제가 질문했습니다. "여기가 어디야?"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Zion Canyon" 이에요. 다시 제가 물었습니다. "기억이 나?"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당연하죠" 기대감에 부푼 제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어떤 기억이야? 그때 좋았지?" 아들이 툭 내뱉듯 대답했습니다. "아뇨,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진짜 너무너무 더웠어요"


이후에도 아들과 딸은 꽤나 많은 드로잉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했습니다. 저에게는 놀라운 재능으로 보였습니다. 아마도 예술쪽으로 재능이 있는 아내의 영향으로 보였습니다




딸아이는 사뭇 다릅니다. 딸은 무척이나 대범합니다. 선을 긋거나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할 때 거침이 없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도화지에 거침없이 선을 긋습니다. 서지형 작가는 이런 행위 역시 드로잉의 하나라고 하더군요. 아이가 어려워할 땐 조금씩 도와주면서 함께 드로잉을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약간의 자극만 주어도 아이들은 자신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는 것도 실물로 보여주었습니다. 




[의자와 낙서]를 읽으면서 나의 자녀를 더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안목이 있었어도, 조금만 이 책을 일찍 읽었어도 그림으로 소통하며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더 많이 더 깊이 나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됐으니, 서지형 작가의 책 [의자와 낙서]가 대단히 영향력 있는 책임엔 틀림없습니다.


자녀를 기르시는 부모님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자녀와 양질의 시간을 보내기 원하시는 부모님, 자녀의 마음과 내면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은 부모님, 자녀와 드로잉으로 소통하시고 싶은 부모님, 자녀의 감성을 섬세하게 또 풍부하게 길러주시고 싶은 부모님이 읽어보시면 유익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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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맛과 멋 - 와인에 녹아든 문화, 문화로 마시는 와인
박경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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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와인을 일컫는 우아하고 품격 있는 말입니다. 신의 물방울이라 부를 만큼 와인이 특별하다는 의미이겠지요. 어쩌면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와인은 꽤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뜻입니다.

나는 와인을 즐겨 마시지 않습니다. 와인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Sweet 한 와인과 Dry 한 와인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입장에서는 Dry 한 와인보단 Sweet 한 와인이 좋았습니다. 달콤하니까요. 마치 음료수처럼.




미국 유학 시절 가끔(진심 아주 가끔)저렴한 와인을 마셔보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괜히 아내랑 분위기 한 번 내보고 싶은 치기 어린 마음이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 특성상 먼 거리를 여행할 때면 자기 전에 조금 마셨습니다. 피로를 빨리 풀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면서 Dry 한 와인이 생각보다 매력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와인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은 포르투갈에 다녀온 이후입니다. 포르투갈에 왔으니 포르투갈의 문화를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지인은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먹거리 중 하나로 'Porto Wine'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아주 진한 맛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가격도 저렴했습니다(주머니 형편상 저렴한 것으로 구매했습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단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와인도 있었습니다. 맛이 대단했습니다.

별 이유없이 와인이 궁금해졌습니다. 인터넷 서치를 통해 많은 나라에 많은 와이너리가 있고, 좋은 와인을 공급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 나라별로 특징이 분명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와인의 매력에 대해 공부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와인의 맛과 멋]이라는 맛있고 멋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해박한 와인 지식을 가진 박경래 작가가 와인의 A to Z를 담은 책을 출간했습니다. 저의 호기심을 단박에 충족시켜준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부 : 와인의 정체

제2부: 세계의 와인

제3부: 와인의 과학과 속설


나는 세계의 와인 파트가 좋았습니다. 와인 하면 떠오르는 프랑스를 비롯,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스위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그리스, 조지아,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칠레, 아르헨티나, 동유럽과 중동지방, 한국의 와인까지. 전 세계 와인을 총망라하며 각 나라 와인의 역사와 특징을 꼼꼼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책을 읽어도 여전히 와인은 어렵습니다. 저자 역시 와인은 무궁무진하며 일종의 여백을 통해 도전하고 모험하도록 격려합니다). 각 장의 마지막에 있는 "오늘의 와인"이었습니다. 각 장을 마무리하면서 그 장을 이해할 수 있는 와인 두 병을 추천합니다. 비교와 대조를 통해 와인을 경험하고 도전하고 모험하고 찾아가게 도와주었습니다. 함께 먹으면 좋을 음식까지 덧붙여 주었습니다. 저처럼 와인을 모르는 분들이라면 시간이 되고 상황이 되고 재정이 허락한다면 각 장에 붙어 있는 와인만 시도해 보아도 매우 만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시도를 통해 자신에게 잘 맞는 와인을 찾아가고 탐색한다면 와인을 통해 삶을 조금은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와인 초보자, 와인을 더 공부하고 싶은 분, 와인을 품격 있게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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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토마 피케티 지음, 이민주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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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현상.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인류 역사 속에서 뿌리 깊은 일이라 하겠습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서 신분 제도는 양극화 현상을 부채질한 어떤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도 인도에는 카스트 제도가 있지요.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지만 실제 그 속을 들여다 보면 훨씬 더 복잡한 신분 체계가 있습니다. 내가 인도 사람이 아니기에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쉬운 몇 마디 말로 비판할 수 없지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뭔가 아쉽고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상류 사회가 있는가 하면, 서민이 있습니다. 경제구조로 살펴보면 하위계층도 존재합니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경제에 바탕을 둔 신분 구조를 갈수록 명확해지고 심각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끝없는 성장을 향한 욕심, 무분별한 난개발과 폭행에 가까운 착취,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는 자본주의가 가져다준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그만의 예리하고도 통찰력 넘치는 시선으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약 6년에 걸쳐 유럽과 미국, 세계의 경제 문제를 논평했습니다. 풍부한 연구와 자료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문제를 짚어냈습니다. 그의 글을 모아 번역한 책이 나왔습니다.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라는 제목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경제문제가 갈수록 양극화되고,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 책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탁월한 경제학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하죠. 피케티의 글을 보면서 사람이 이렇게나 객관적이고 냉철하며 예리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 분야의 전문가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학자는 세상을 보는 눈이 이렇게 깊구나! 라는 생각도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견지에서 보수진영은 경제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합니다. 진보진영은 경제문제를 사회구조의 문제로 봅니다. 피케티가 사회주의가 시급하다고 말하는 점을 본다면 그의 입장이 어디인지는 분명합니다. 그는 진보성향을 가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를 단순히 진보성향의 경제학자로 치부하고 그의 이야기를 가볍게 대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견해만을 자신의 견지에서 주장한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피케티는 최대한 객관적 접근을 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오랜 기간의 연구와 통계,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경제문제에 접근합니다.

자본주의 정신으로 계속 나갈 경우 어떤 일을 만나게 될 것인지도 분명하게 다룹니다. 경제문제를 단순화시키지도 않습니다. 정치와 뗄 수 없는 동반자로 이해하고, 나라의 수장들과 유럽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을 향해 점점 양극화로 치닫는 경제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제안합니다. 그는 사회주의라는 말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사회주의라는 말보다 적절한 것이 없다고 봅니다. 어휘가 풍부하진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나도 피케티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경제문제에 있어서 자본주의라는 말의 대안이 사회주의라는 것 말고 달리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경제지표와 다양한 도표를 활용한 피케티의 친절함에 한 번 더 고마운 마음을 느꼈습니다. 조금 더 정직하게 말하면, 나는 그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도표와 그 아래에 달린 해석 때문에 그나마 그의 시선과 사상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입니다. 인문학 시선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 직관적인 견지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입니다. 피케티는 지구촌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일을 위해 미국, 유럽연합, 프랑스, 독일 등의 지도자들이 바른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것,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세안을 제대로 세우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이 땅을 살아가는 많은 서민이 이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릅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보수진영에 속한 사람, 부를 거머쥔 사람이 과연 그의 의견에 동의할까? 자신이 움켜쥔 권력과 경제력을 내려놓을까? 보편적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개인의 욕심을 제한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입니다. 나는 이 부분에서 회의적입니다. 역사 속에서 사람은 그렇게 살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구조, 계층구조를 포기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피케티 역시 이 부분을 모를 리 없습니다.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책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진단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말 그대로 객관적인 지표와 사실을 바탕으로 바른 선택을 내리기 바라는 것처럼 보입니다.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조세법이나 유럽연합이나 각 국가의 정부가 세계 경제문제라는 거대담론을 통해 구조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주장하는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한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기도 하고, 사람의 심리가 그렇게 작동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법이라는 강제력을 바탕으로,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나도 피케티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욕심을 조금 줄이고, 자신을 절제하고, 나눌 수 있기를 바라지만 요원한 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Collaboration)이 필요하단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언론, 법, 예술, 문학의 지도자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협력할 수 있다면 인류는 양극화의 문제를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해결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펴보기도 했습니다.




피케티가 제안한 것처럼 경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깊이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당리를 추구하거나 개인의 영달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경제계 지도자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지도자들과 협력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힘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인류가 한 공동체이고 같은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큰 시선에서 본다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기대도 포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를 읽으며 답답함과 동시에 환상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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