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토마 피케티 지음, 이민주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극화 현상.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인류 역사 속에서 뿌리 깊은 일이라 하겠습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서 신분 제도는 양극화 현상을 부채질한 어떤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도 인도에는 카스트 제도가 있지요.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지만 실제 그 속을 들여다 보면 훨씬 더 복잡한 신분 체계가 있습니다. 내가 인도 사람이 아니기에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쉬운 몇 마디 말로 비판할 수 없지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뭔가 아쉽고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상류 사회가 있는가 하면, 서민이 있습니다. 경제구조로 살펴보면 하위계층도 존재합니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경제에 바탕을 둔 신분 구조를 갈수록 명확해지고 심각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끝없는 성장을 향한 욕심, 무분별한 난개발과 폭행에 가까운 착취,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는 자본주의가 가져다준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그만의 예리하고도 통찰력 넘치는 시선으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약 6년에 걸쳐 유럽과 미국, 세계의 경제 문제를 논평했습니다. 풍부한 연구와 자료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문제를 짚어냈습니다. 그의 글을 모아 번역한 책이 나왔습니다.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라는 제목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경제문제가 갈수록 양극화되고,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 책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탁월한 경제학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하죠. 피케티의 글을 보면서 사람이 이렇게나 객관적이고 냉철하며 예리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 분야의 전문가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학자는 세상을 보는 눈이 이렇게 깊구나! 라는 생각도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견지에서 보수진영은 경제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합니다. 진보진영은 경제문제를 사회구조의 문제로 봅니다. 피케티가 사회주의가 시급하다고 말하는 점을 본다면 그의 입장이 어디인지는 분명합니다. 그는 진보성향을 가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를 단순히 진보성향의 경제학자로 치부하고 그의 이야기를 가볍게 대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견해만을 자신의 견지에서 주장한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피케티는 최대한 객관적 접근을 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오랜 기간의 연구와 통계,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경제문제에 접근합니다.

자본주의 정신으로 계속 나갈 경우 어떤 일을 만나게 될 것인지도 분명하게 다룹니다. 경제문제를 단순화시키지도 않습니다. 정치와 뗄 수 없는 동반자로 이해하고, 나라의 수장들과 유럽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을 향해 점점 양극화로 치닫는 경제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제안합니다. 그는 사회주의라는 말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사회주의라는 말보다 적절한 것이 없다고 봅니다. 어휘가 풍부하진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나도 피케티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경제문제에 있어서 자본주의라는 말의 대안이 사회주의라는 것 말고 달리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경제지표와 다양한 도표를 활용한 피케티의 친절함에 한 번 더 고마운 마음을 느꼈습니다. 조금 더 정직하게 말하면, 나는 그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도표와 그 아래에 달린 해석 때문에 그나마 그의 시선과 사상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입니다. 인문학 시선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 직관적인 견지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입니다. 피케티는 지구촌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일을 위해 미국, 유럽연합, 프랑스, 독일 등의 지도자들이 바른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것,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세안을 제대로 세우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이 땅을 살아가는 많은 서민이 이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릅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보수진영에 속한 사람, 부를 거머쥔 사람이 과연 그의 의견에 동의할까? 자신이 움켜쥔 권력과 경제력을 내려놓을까? 보편적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개인의 욕심을 제한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입니다. 나는 이 부분에서 회의적입니다. 역사 속에서 사람은 그렇게 살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구조, 계층구조를 포기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피케티 역시 이 부분을 모를 리 없습니다.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책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진단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말 그대로 객관적인 지표와 사실을 바탕으로 바른 선택을 내리기 바라는 것처럼 보입니다.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조세법이나 유럽연합이나 각 국가의 정부가 세계 경제문제라는 거대담론을 통해 구조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주장하는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한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기도 하고, 사람의 심리가 그렇게 작동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법이라는 강제력을 바탕으로,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나도 피케티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욕심을 조금 줄이고, 자신을 절제하고, 나눌 수 있기를 바라지만 요원한 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Collaboration)이 필요하단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언론, 법, 예술, 문학의 지도자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협력할 수 있다면 인류는 양극화의 문제를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해결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펴보기도 했습니다.




피케티가 제안한 것처럼 경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깊이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당리를 추구하거나 개인의 영달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경제계 지도자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지도자들과 협력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힘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인류가 한 공동체이고 같은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큰 시선에서 본다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기대도 포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를 읽으며 답답함과 동시에 환상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