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할 차례야 - 몬테소리 비폭력 대화법
크리스티나 테바르 지음, 마르 페레로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다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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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태어난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옹알이를 시작합니다. 옹알이는 어느새 말로 이어집니다. 몇몇 단어를 말하다 어느 순간 문장을 말합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단어조합으로 웃음을 선물하고, 창조력을 뽐냅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말을 배운 이후,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사람은 말하며 살아갑니다. 말 그대로 사람은 말하는 존재입니다.

평생 말을 하고 살아가지만 말에 대해 배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게 말하는 법을 배운다면 어떨까요?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말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말을 배우고 연습하고 실천하면 어떻게 될까요? 말하는 사람의 삶이 멋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은 물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도 넉넉하게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 나왔습니다. [몬테소리 비폭력 대화법 내가 말할 차례야]라는 멋진 제목의 책입니다. 이 책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데는 이유는 있습니다. 나의 가족은 나와 아내, 아들과 딸 네 명입니다. 네 명이 단란하게 살아가지만 때때로 말 때문에 한판 전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나의 딸은 재잘재잘 말이 많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쉬지 않고 재잘거립니다. 때로는 노랫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재잘거리는 소리가 더없이 사랑스럽습니다. 매일 매순간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쉬지 않고 말하는 딸 때문에 규칙이 생겼습니다. 가족이 함께 밥을 먹거나 시간을 보낼 때는 말하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어야 합니다. 가족 중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으면 말이 끝나고 난 후에 비로소 손을 들어 동의를 구한 후 말할 수 있는 규칙입니다. 이 정도 규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 말하려고 아웅다웅 다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에게 [내가 말할 차례야]는 단비와 같은 선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공원에서 함께 공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러다 서로 하겠다고 우기고 다툽니다. 이 역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결국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서로를 밀치고 다툽니다. 결국 엉엉 울고 양가 부모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합니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는 것은 아닌지(요즘엔 워낙 그런 일이 많으니까요) 신경이 쓰였습니다. 실생활에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고요.










나는 이 그림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림 그리는 분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달은 순간입니다. 아이들 마음에 불덩이가 생기고, 까만 구멍이 생겼습니다. 문제와 갈등 때문에 생긴 아이의 마음을 이 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아래 그림 역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화난 아이의 언어와 생각이 얼마나 꼬일 수 있는지,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하고 뒤죽박죽 엉켜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서로 말하기 바쁩니다. 남의 말 들을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 나의 아들과 딸이 다투는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지혜로운 어른이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어른이 아이들 싸움에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그림입니다. 인상적이었고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마음에 새겨준 그림입니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쉽게 번지는 오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그림입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들에게 나무조각을 든 사람이 말하고, 다른 사람은 들어보자고 제안합니다. 아이들은 그 말에 동의합니다. 나무조각을 든 사람이 말하고, 다른 친구는 들으면서 기다립니다. 자기가 나무조각을 들 때까지.


다른 날이었습니다. 남자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었습니다. 여자 아이도 그네가 타고 싶었습니다. 서로 타겠다고 싸웁니다. 갈등과 문제가 생겼습니다. 마음에 또 다시 불덩이가 생기고 큰 구멍이 생기겼습니다. 그때 여자 아이가 지난 경험을 떠올립니다. 이번엔 돌을 든 사람이 먼저 말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남자 아이도 동의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듣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말합니다. 아이들은 이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결국 서로 그네를 번갈아 타는 것으로 합의할 뿐 아니라 그 동안 서로의 등을 밀어주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갈등과 문제를 조율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갈등과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했다는 기분 좋은 경험도 덤으로 가졌습니다. 아마 이 아이들은 자라면서 갈등과 문제를 만날 때마다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책을 보면서 지금 나의 가족에서 하고 있는 일과 비슷한 부분이 보여 반갑고 기뻤습니다. 이런 문제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실은 어른들에게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자신의 생각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말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말할 기회를 준다고 해도 실제로는 듣지 않습니다. 딴청을 피우거나 자신이 할 말만 생각하기 일쑤입니다.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의 모습을 갈등하고 다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말할 차례를 참을성 있게 기다릴 뿐 아니라 다른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며 갈등과 문제를 해결해 나간 것처럼 어른도 참을성 있는 대화를 통해 갈등과 문제를 극복해 나가면 어떨까요? 우리나라 갈등해소 비용이 전세계에서 1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갈등해소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다는 이야기입니다. 건설적인 대화법, 참을성 있는 대화법,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대화법, 문제와 갈등을 조장하거나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대화법을 공부하고 개발하고 시도하면 어떨까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가장 먼저 나부터 우리 가정에서부터 시도해 본다면 성숙한 시민, 성숙한 다음 세대를 길러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서 어른이 살아가는 세상을 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삶의 지혜 한 조각을 발견한 기분 좋은 책입니다. 자녀를 기르시는 부모, 자녀에게 건강하고 창의적인 대화법을 가르치고 싶은 부모, 다른 사람의 말에 경청하는 법을 함께 배우고 싶은 부모,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은 부모에게 기쁜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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