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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9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한상남 옮김, 찰스 산토레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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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가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찰스 산토레의 그림과 함께 말이에요. 책을 받아든 순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찰스 산토레의 섬세하고 사실적인 그림은 인어공주 이야기의 방향과 결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려주었습니다. 그림책은 글은 말할 것 없고 그림이 독자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법이지요. 앞표지에서부터 뒤표지는 이 가슴 시리게 아픈 동화의 분위기를 오롯이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책의 속살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랑하지만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꽃피우고 열매 맺을 수 없는 인어공주와 왕자님의 이야기를 감지하게 만들어 줍니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읽을 때면 종종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책은 과연 어린이를 위한 책일까? 아니면 어른을 위한 이야기일까? 이 이야기를 통해 안데르센이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공부가 필요한 지점이지요.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의 이름을 단박에 드높여준 작품입니다. 슬라브 신화에 나오는 루살카 전설과 푸케의 운디네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안데르센이 짝사랑했던 에드워드 콜린의 결혼 소식을 듣고 깊은 상실감에 빠져 집필한 동화기도 합니다. 책 전체 분위기가 왜 무겁고 우울한지, 왜 인어공주가 말을 하지 못해 자기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책을 받자마자 딸아이가 먼저 읽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공주 이야기니까요. 딸 유은이는 그림이 조금은 무섭고 무겁다고 말했습니다. 책의 분위기가, 이야기의 내용이, 안데르센의 마음이 그림에 오롯이 담겨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찰스 산토레가 안데르센을 정확하게 이해했고 그것을 그림으로 멋지게 담아냈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죠.


딸이 읽은 후 저도 읽었습니다. 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과 분위기가 절절하고 마음 아팠습니다. 안데르센의 마음을 엿보는 기분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상엔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 부둥켜안아야 할 때가 많고, 눈물을 삼키고 한숨을 내뱉는 때가 많지요. 어쩌면 이것이 우리 삶의 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안데르센도 그런 삶을 살았고, 거짓 없이 담아낸 인어공주 이야기로 살면서 꽃길만 걸을 수는 없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들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고전이니만큼 아들딸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같이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정말 제대로 된 인어공주 이야기를 만난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어린이 작가정신에서 참 좋은 책을 출간해 주어서 고마운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동화라는 이름에 어색한 듯한 무거운 리뷰지만 어쩌면 인어공주에 어울리는 리뷰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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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전쟁편 - 벗겼다, 끝나지 않는 전쟁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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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다."



누가 지어낸 말인지 모르지만 사람 심리를 꼬집은 문장임에 틀림없습니다. 부끄럽지만 불구경과 싸움 구경은 흥미진진하고 재밌습니다.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말이지요.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재밌게 다가옵니다. 만약 나와 상관있는 이야기라면, 나의 이야기라면 분위기는 정반대로 작용합니다. 불구경, 싸움 구경만큼 잔인한 일도 없습니다. 구경할 일이 아니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고 도움이 절실한 일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전쟁편을 읽는 동안 나의 마음을 강타한 생각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전쟁편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재밌었습니다. 잔다르크와 백년전쟁에 얽힌 비화를 읽으면서 "이런 비밀이 숨어 있었단 말이야"라는 생각을 연신 내뱉었습니다. 두루뭉술하게만 알고 있었던 전쟁 이야기를 속살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를 넘어서서 특권처럼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마음이 물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무거워지고, 마리아나 해구 가장 밑바닥에 가라앉은 돌덩이와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너무나 참혹한 전쟁 이야기이며, 그 안에 얽히고 설킨 열강의 탐욕,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부와 권력과 탐욕에 눈먼 소수의 사람으로 인해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 생명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다룬 전쟁은 총 10개입니다.


1. 벌거벗은 백년전쟁 - 임승휘

2. 벌거벗은 미국 독립전쟁 - 김봉중

3. 벌거벗은 아편전쟁 - 윤영휘

4. 벌거벗은 메이지유신 - 박삼헌

5. 벌거벗은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분쟁 - 박현도

6. 벌거벗은 베트남 전쟁 - 김봉중

7. 벌거벗은 소말리아 내전 - 황규득

8. 벌거벗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 박현도

9. 벌거벗은 유고 내전 - 김철민

10. 벌거벗은 우크라이나 전쟁 - 류한수






인류 역사 속에서 일어난 끔찍하고 잔인한 전쟁의 면면을 말 그대로 발가벗겨 놓았습니다. 왜 그 전쟁이 일어났는지 배경을 알려줍니다. 그 안에 배배 꼬이고 꼬인 나라와 정치 문제, 경제 문제, 권력 문제, 탐욕 문제를 고발하듯 발가벗겨 놓았습니다.

전쟁 참상을 담은 사진이 곳곳에 있어서 전쟁이 어느 정도로 큰 상처를 남기고 트라우마를 남기는지 극히 일부분이지만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도대체 왜?"라는 말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나 오만하고 완고한 마음이라니. 돈이 뭐길래, 그놈의 국익이 뭐라고, 힘 있는 나라가 지도 위에 자를 대고 직선으로 줄을 긋고 영토를 나누고, 하루아침에 이웃을 적이 되게 만들어 버린 역사를 보고 있자니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경제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익이라고 하면 일단 덮어두고 우리나라부터 챙기려는 마음은 너 나 할 것 없는 우리의 고질적인 문제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돈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돈이 된다고 하면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이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는 안하무인의 태도 역시 용납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처럼 지구가 몸살을 앓고, 지구 온난화 문제로 온 인류고 공멸을 향해 달려가는 것도 그 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인류의 욕심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다른 나라를 지배하고, 훔치고 빼앗으면서도 부끄러운지도 모르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 현실을 모두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풍경을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얼굴도 모르는 일평생 한 번 밟아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할 어느 나라와 그들의 이야기보다는 지금 여기 나의 고뿔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부정할 수도 없고 부인할 수도 없는 사실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무한 이기주의, 무한 경쟁, 무한 성장을 부르짖고 바라보고 노래할 수는 없습니다. 인류가 가진 지구라는 환경 자체가 유한하기 때문입니다.


공멸이 아니라 공존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각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면 좋겠습니다. 무한 성장을 부르짖으며 배를 불리기 위해 온갖 탐욕을 부리며 그것을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역사를 단편적으로 보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전쟁이란 역사 사실 속에서 대면해야겠습니다. 아파도 참아야 하고, 부끄러워도 견뎌야 하겠습니다. 그 후에야 비로소 우리 각 사람과 민족과 국가와 인류가 걸어가야 할 길이 조금은 더 뚜렷하게 볼 수 있을 테니까요.


벌거벗은 세계사: 전쟁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중요한 자리에 서 있는 나라의 지도자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톺아보면서 바른 판단과 합리적인 사고, 서로를 향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전쟁이라는 비인간적인 역사를 중단하고 평화라는 새로운 길, 인류가 모색하고 걸어야 할 길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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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이상한 물고기 - 환경 생태 감수성 을파소 그림책 2
나오미 존스 지음, 제임스 존스 그림, 김세실 옮김 / 을파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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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물고기가 너무 많아서 

세지도 못하겠어!"



플라스틱을 물고기로 착각한 물고기의 입에서 빌려온 문장입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매일 바다로 흘러들어간다고 합니다. 얼마 전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행성]을 읽다가 발견한 사실이 있습니다. 인류가 남긴 흔적 중 가장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플라스틱이 콘크리트 건물이나 철로 만든 그 어떤 것보다 더 오래도록 썩지 않고 남아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었습니다.


문어와 고래, 펭귄과 바다사자와 수많은 물고기가 그물에 칭칭 감기고, 그물이라는 감옥에 갇힌 채 죽어갑니다. 거북은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하고 삼켜 결국 죽음을 맞이합니다. 몇 달 전 보았던 한 애니메이션 영상이 떠오릅니다. 미래에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 뱃속을 보여주었습니다. 온갖 쓰레기가 물고기 뱃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지금 인류가 저지르고 있는 짓의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상이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일 뿐 아니라 참으로 두렵고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환경 생태 감수성을 길러주는 그림책 [아주 이상한 물고기]는 심각한 수준으로 전락한 바다 환경 문제를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꼬마 물고기의 시선에서 다룬 책입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던 꼬마 물고기 한 마리가 어딘가 다르게 보이는 아주 이상한 물고기를 발견합니다. 호기심에 이끌린 꼬마 물고기는 아주 이상한 물고기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넵니다. 하지만 아주 이상한 물고기는 아주 이상한 물고기답게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거 고개만 까딱 까딱거릴 뿐이었습니다. 혼자 남은 아주 이상한 물고기가 가엽게 여긴 꼬마 물고기는 아주 이상한 물고기의 가족을 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이상한 물고기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어디에서도 이상한 물고기의 가족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를 보았다는 해마의 말을 듣고 방향을 찾았습니다. 물길을 헤치고 가던 중 그물에 걸린 문어를 만나 힘을 합쳐 구해주기도 했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를 본 적이 있었던 문어도 방향을 알려주었습니다. 또다시 한참을 가던 꼬마 물고기와 이상한 물고기는 비닐을 먹고 배가 아픈 거북을 만납니다. 꼬마 물고기가 그만 먹으라고 말해주어서 거북은 다시금 건강을 되찾았지요.


거북이 이상한 물고기처럼 생긴 물고기가 사는 곳을 알려주어서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한 곳은 이상한 물고기처럼 생긴 물고기로 가득했습니다. 이상한 물고기가 너무 많아 도무지 셀 수조차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쓰레기 섬입니다.











태평양에는 우리나라 16배에 규모의 쓰레기 섬이 있다고 합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버젓이 일어났고 또 일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수를 셀 수 없는 물고기와 바다 생명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오만하고 방만한 생각과 태도의 결과입니다.








이 이야기는 작가 나오미와 제임스가 둘째 아들과 함께 [블루 플래닛 2]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보다가 시작했습니다. 둘째가 글쎄 물고기와 플라스틱을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바다에 사는 생물들도 플라스틱과 다른 것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그물에 걸리기도 하고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집어삼켜 병들고 다치고 심지어 생명을 잃습니다.


매해 1200만 톤 가량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다고 합니다. 1분마다 쓰레기차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을 바다에 쏟아 버리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나 무책임한 태도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 이 일에 예외가 아니라는 것도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얼마 전 휴가 때 고향 통영에 다녀왔습니다. 고향 바다는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안타깝게도 여기저기 플라스틱 쓰레기와 부표 조각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통영 환경 연합회 회장으로 섬기고 있는 작은형과 가족은 마을 사람과 함께 쓰레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바닷가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줍고, 인근 섬으로 가서도 쓰레기를 수거해 옵니다. 형과 마을 사람의 수고로 바다가 많이 깨끗해졌습니다. 사라져버렸던 잘피 군락이 다시 생겨났고 확대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야 하고, 누군가 버린 쓰레기를 주워야 합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도 줄여야 합니다. 개인의 노력과 지역과 단체와 기업과 정치인이 함께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바다가 조금씩 더 깨끗해지고 바다 생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도 찾을 수 있을 테고요.







자녀의 환경 생태 감수성을 길러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많은 분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자녀들이 안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각 사람의 욕심을 조금씩 줄여가야겠습니다. 매년 부르짖는 경제성장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어떻게 매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요? 제한된 자원과 시간과 환경 속에서 무한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달콤한 거짓말이고 거짓된 환상이 분명할 테니까요.


환경 생태 감수성을 길러주는 그림책 [아주 이상한 물고기]를 읽으며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우리가 삶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고쳐야 할 부분을 고치고, 바로잡아야 할 부분을 바로잡아서 지속 가능한 지구, 다양한 생명이 넘쳐나는 바다와 지구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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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꿀꺽
현민경 지음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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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어느새 우리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 우리 가족 곁을 든든히 지켜준 과일이 있습니다. 바로 포도입니다. 포도 이름을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고작 청포도와 포도, 근래에는 샤인 머스킷 정도로만 구분할 줄 아는 무지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포도를 좋아합니다. 달콤한 포도, 새콤달콤한 포도. 포도를 먹고 씨를 뱉을 것인지 아니면 씨까지 아작아작 씹어 먹을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저는 주로 씨까지 씹어 먹는 길을 선택합니다. 건강에 좋다고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뱉어내기가 귀찮아서 ^^;;

포도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 반가운 그림책이 찾아왔습니다. 무려 창비 출판사에서 나온 [포도 꿀꺽]이란 제목의 그림책입니다. 




더운 여름 할 일은 없고 심심한 주인공이 나옵니다. 심심한 주인공은 포도를 한 송이 들고 원두막으로 갑니다. "포도나 먹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에요. 바로 그때부터 심심타파. 포도 한 알을 입에 넣는 순간부터 심심한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상상의 나래를 활짝 폅니다. 포도, 파도, 페도, 포포포포포포포 도도도도도도도, 나도 먹고 거미도 한 알 훔쳐 먹고, 날아가던 벌도 포도 한 알을 들고 갑니다. 

이 맛있는 포도 나 혼자 먹기 아까워 태양에게도 한 알 던져줍니다. 청포도를 던졌는데 태양에게 맞고 튕겨 나온 포도는 잘 익은 보라색 포도로 바뀌었습니다. 구름도 포도를 먹고 보랏빛 구름으로 변신. 포도 즙을 시원하게 흩뿌려줍니다. 온 세상이 포도 즙으로 가득 차오를 때까지. 그곳에서 수영도 하고, 포도 즙도 마시고. 그야말로 일석이조. 커다란 포도즙 파도까지 일어서 더욱 신나는 포도 상상. 결국 주인공이 온 세상을 가득 채운 포도 즙을 쪽쪽 빨아 마셔서 다시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갑니다. 

포도 한 송이로 이렇게나 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으니 한 송이로 만족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한 송이 더 먹으면서 더 큰 상상, 더 멋지고 재미있고 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좋겠지요.




 



포도가 벌써 끝물이더군요. 아쉬움을 달래고자 마트에서 포도를 샀습니다. 책을 읽고, 책의 시선을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포도를 먹었습니다. 포도 한 알을 입에 넣고 달콤함과 새콤함을 음미하면서 포도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포도 한 알을 먹고 씨를 뱉을까 씹어 먹을까 고민도 했습니다. 시원한 포도를 먹으며 지구도 다시 차가워지면 좋겠다는 상상도 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포도 꿀꺽]을 읽으며 포도 한 알, 포도 한 송이가 줄 수 있는 매력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포도 꿀꺽]을 읽으면서 포도로 만들 수 있는 즐거운 상상을 펼쳐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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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시선 - 철학이 있는 교사는 어떻게 가르치는가
배정화 외 지음 / 비비투(VIVI2)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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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들과 딸은 세품기독학교 학생입니다. 학교 이름이 알려주듯 대안학교입니다. 아들과 딸을 보면서 필연적으로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오랜 시간이 훌쩍 지나서 그렇겠지만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학제도 다르고, 시험 방식도 다릅니다. 국립학교와 사립학교라는 차이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 문화가 참 많이 다릅니다. 나는 나대로의 추억이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생각하기에 나의 아들딸도 아름다운 추억 가득한 학창 시절을 보내면 좋겠다 생각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다른 분위기와 문화이지만 결코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도 발견합니다. 학교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은 더없는 축복이라는 것. 무엇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야말로 이 시기에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이 생각을 더 깊고 짙게 만들어준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현직 선생님 아홉 분이 함께 쓴 [배움의 시선]이란 제목의 책입니다. 




배정화, 배건웅, 박영미, 박찬호, 김대은, 박형윤, 손지영, 신혜진, 김민지 선생님이 함께 마음과 뜻을 모아, 그간의 교직생활을 통해 배우고 깨닫고 경험한 것을 소복소복 담았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았고 울림이 있었던 것은 선생님께서 먼저 배우는 자세를 가지고 계시다는 점이었습니다. 보다 나은 교사가 되려는 열정, 학교와 교실에서 만난 학생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대하게 존중하려는 태도가 버무려지고 조화를 이루면서 어제보다 오늘 더 좋은 선생님으로 성장하시고 성숙해 가신다는 점에 가슴에 콕 박혔습니다. 

이런 선생님에게서 배우는 학생이 부럽다는 생각의 흐름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만약 지금 내가 학창 시절로 돌아가 이런 선생님에게서 배운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부를 잘하고 잘하지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선생님, 학교 친구들과 보다 깊은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울 뿐 아니라, 학창 시절을 훨씬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아홉 명의 선생님은 각자가 가슴에 품은 단어로 자신의 이야기, 학교와 학생과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삶이 되고 추억이 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핵심 단어는 사랑, 도전, 행복, 만남, 관계, 생각, 소통, 역량, 성장입니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도당 중학교 선생님과 학생의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이 땅을 살아가는 수많은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가 바라고 꿈꾸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홉 가지 주제로 풀어가는 각 선생님의 철학과 가르침, 학생과의 관계의 이야기지만 결국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려는 열망, 학교와 학급과 주변 환경을 모두 가르침과 배움의 장으로 삼아보려는 도전, 학생과 선생님 모두의 행복과 성장을 향한 열정, 무엇보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존중과 배려. 좋은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한 헌신.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도 다양했습니다. 한문 선생님, 기술 선생님, 사회 선생님, 역사 선생님, 미술 선생님, 체육 선생님, 영어 선생님, 그리고 보건 교사까지. 마치 모자이크처럼 서로 다른 색깔과 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기막힌 조화로 한폭의 예술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서로가 없으면 완성되지 않을 퍼즐처럼 보였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보신다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단박에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영역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자기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철학에 충실하게 살아가시는 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학교와 학생, 교실과 수업, 선생님이라는 사명을 더 잘 이루기 위해 자기만의 철학을 세우고, 가다듬고, 확장시켜 가는 선생님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행복합니다. 학교는 갈수록 더 좋은 학교로, 가고 싶은 학교로 성장하고 성숙해 가리라 믿습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많은 선생님께서 함께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세대를 세워가는 일의 소중함을 한 번 더 깨닫고 그 일에 헌신하면 좋겠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도 읽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학교 좋은 학급 좋은 선생님은 좋은 학생과 학부라는 영혼의 단짝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나의 아들딸이 다니는 세품기독학교 교장선생님에게도 책 한 권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세품기독학교가 더 좋은 학교, 아름다운 문화가 있는 학교로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데 자양분이 될 책이라 확신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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