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 전쟁편 - 벗겼다, 끝나지 않는 전쟁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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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다."



누가 지어낸 말인지 모르지만 사람 심리를 꼬집은 문장임에 틀림없습니다. 부끄럽지만 불구경과 싸움 구경은 흥미진진하고 재밌습니다.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말이지요.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재밌게 다가옵니다. 만약 나와 상관있는 이야기라면, 나의 이야기라면 분위기는 정반대로 작용합니다. 불구경, 싸움 구경만큼 잔인한 일도 없습니다. 구경할 일이 아니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고 도움이 절실한 일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전쟁편을 읽는 동안 나의 마음을 강타한 생각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전쟁편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재밌었습니다. 잔다르크와 백년전쟁에 얽힌 비화를 읽으면서 "이런 비밀이 숨어 있었단 말이야"라는 생각을 연신 내뱉었습니다. 두루뭉술하게만 알고 있었던 전쟁 이야기를 속살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를 넘어서서 특권처럼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마음이 물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무거워지고, 마리아나 해구 가장 밑바닥에 가라앉은 돌덩이와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너무나 참혹한 전쟁 이야기이며, 그 안에 얽히고 설킨 열강의 탐욕,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부와 권력과 탐욕에 눈먼 소수의 사람으로 인해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 생명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다룬 전쟁은 총 10개입니다.


1. 벌거벗은 백년전쟁 - 임승휘

2. 벌거벗은 미국 독립전쟁 - 김봉중

3. 벌거벗은 아편전쟁 - 윤영휘

4. 벌거벗은 메이지유신 - 박삼헌

5. 벌거벗은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분쟁 - 박현도

6. 벌거벗은 베트남 전쟁 - 김봉중

7. 벌거벗은 소말리아 내전 - 황규득

8. 벌거벗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 박현도

9. 벌거벗은 유고 내전 - 김철민

10. 벌거벗은 우크라이나 전쟁 - 류한수






인류 역사 속에서 일어난 끔찍하고 잔인한 전쟁의 면면을 말 그대로 발가벗겨 놓았습니다. 왜 그 전쟁이 일어났는지 배경을 알려줍니다. 그 안에 배배 꼬이고 꼬인 나라와 정치 문제, 경제 문제, 권력 문제, 탐욕 문제를 고발하듯 발가벗겨 놓았습니다.

전쟁 참상을 담은 사진이 곳곳에 있어서 전쟁이 어느 정도로 큰 상처를 남기고 트라우마를 남기는지 극히 일부분이지만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도대체 왜?"라는 말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나 오만하고 완고한 마음이라니. 돈이 뭐길래, 그놈의 국익이 뭐라고, 힘 있는 나라가 지도 위에 자를 대고 직선으로 줄을 긋고 영토를 나누고, 하루아침에 이웃을 적이 되게 만들어 버린 역사를 보고 있자니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경제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익이라고 하면 일단 덮어두고 우리나라부터 챙기려는 마음은 너 나 할 것 없는 우리의 고질적인 문제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돈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돈이 된다고 하면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이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는 안하무인의 태도 역시 용납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처럼 지구가 몸살을 앓고, 지구 온난화 문제로 온 인류고 공멸을 향해 달려가는 것도 그 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인류의 욕심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다른 나라를 지배하고, 훔치고 빼앗으면서도 부끄러운지도 모르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 현실을 모두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풍경을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얼굴도 모르는 일평생 한 번 밟아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할 어느 나라와 그들의 이야기보다는 지금 여기 나의 고뿔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부정할 수도 없고 부인할 수도 없는 사실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무한 이기주의, 무한 경쟁, 무한 성장을 부르짖고 바라보고 노래할 수는 없습니다. 인류가 가진 지구라는 환경 자체가 유한하기 때문입니다.


공멸이 아니라 공존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각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면 좋겠습니다. 무한 성장을 부르짖으며 배를 불리기 위해 온갖 탐욕을 부리며 그것을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역사를 단편적으로 보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전쟁이란 역사 사실 속에서 대면해야겠습니다. 아파도 참아야 하고, 부끄러워도 견뎌야 하겠습니다. 그 후에야 비로소 우리 각 사람과 민족과 국가와 인류가 걸어가야 할 길이 조금은 더 뚜렷하게 볼 수 있을 테니까요.


벌거벗은 세계사: 전쟁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중요한 자리에 서 있는 나라의 지도자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톺아보면서 바른 판단과 합리적인 사고, 서로를 향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전쟁이라는 비인간적인 역사를 중단하고 평화라는 새로운 길, 인류가 모색하고 걸어야 할 길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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