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장 하던 앞집은 일찌감치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가서 자리잡았다.

할머니와 내가 고향을 떠날쯤이 되어서는 온 마을이 거의가 비었고 무너져가는 집이란게 낮설지 않을때 였다.

닭집 딸네미를 다시금 본 건 참 오랜시간이 지나 먼 친척 뻘 집 애 결혼식에서였다.

역시나 먼저 알아본 건 내가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겐 고질적인 안면인식 불량문제가 있다.


"너 잊어버렸는데 보니까 알겠더라"

"오빠가 너 보고 싶다고 울다가 아빠한테 맞았어"

"너 한테 간다고 집 나갔거든"

"아빠 지갑 들고서 말야"

"오빤  저기 있는데. 너 못 알아보더라고"


우린 전에도 친했을까.

기억하는 한 그 집 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그 집 닭만큼이나 없다.

얘가 나에 대해 아는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린 서로를 보고 있는게 아니라 서로 공유하고 있는 고향의 기억을 추억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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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귀여운 얼굴에 당혹, 곤란, 혼란, 망설임 등등이 지나가는게 훤히 보인다.

잠깐 그러다 엉겹길에 불쑥 튀어 나온다.

 

"이모부"

 

아가야, 난 이모랑 결혼한 적이 없단다.

결혼말이 나온 적도 없단다.

심지어 이모랑 연인이었던 적도 없단다.

그렇지만 지금은 내가 너라도 별 다를게 없구나.

대체 누구라고 불러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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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20-08-15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글 올리신듯! ^^

- 저는 어머니와 결혼하시지도 않고 연인이신적도 없는 어머니 친구분을 삼춘이라고 불러요. ㅎ (우리 동네에서는 이웃의 어르신들을 삼춘이라 부르는 거.. 아시죠?)
삼춘이라는 호칭이 공용어가 되면 좋겠다는 쌩뚱맞은 생각을....

저는 신부님,이라고 부르던 분이 사제직을 떠나 일반신자가 되었을 때, 신부님 호칭을 버리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호칭이 참 어렵습니다 ㅠㅠ

hanalei 2020-08-16 06:57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잘 계시겠죠.
뜸 한건 그저 만사가 귀찮아서 그런겁니다.
생각이란게 피곤하거나 생각할 필요가 없거나.


 

누나는 종종 조카들에게 자기가 날 업어 키웠다고 그런다.

한장의 색 바랜 흑백사진이 강력한 증거로 남아있기에 부정은 할 수 없다.


어린 조카들은 마냥 신기해 한다.

아빠보다 덩치가 훨씬 더 나가는 삼촌을 어떻게 엄마가 업고 다닐 수 있었을까.

혹은 저 덩치도 자기처럼 쪼끄만 했을 때가 있었나.


그래, 그 어느쪽도 이해가 안될때가 있단다.

심지어 조카 나이의 열배를 더 먹었어도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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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만에 임플란트를 하나 더 해 넣었다.

그때 같이 할 수도 있었지만, 조금 더 기다려 보고 하자고 한게 무려 십수년, 

그동안 잘 버티어 왔으나 결국 턱뼈가 한계치에 도달, 금이 가 버렸다.


십수년전에 한 바로 그 병원, 그 의사를 찾아갔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그 뿐이기도 했으나 먼저 한 게 그 동안 전혀 말썽이 없어,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양반이다.


난, 무부하 상태에서 초고속으로 왱~ 돌아 가는 치과용 드릴의 경쾌한 소리가 참 좋다.

드릴 날이 턱뼈를 깍는, 큰 토크가 걸려서 내는 둔탁한 저음도 꾀 근사하다.

이때 생기는 턱뼈 전체를 흔드는, 무게가 실린 진동도 좋다.

수동 렌치로 핀을 돌릴때 나는 탁,탁,탁 소리도 좋고.

가끔은 렌치 압력이 너무 커서 턱이 부서져 버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현실은 정반대.

턱뼈가 너무 강해 핀이 뿌러질까 겁먹은 의사 선생이 렌치를 반대로 돌려 핀을 풀어 버렸다.


(1) 큰 드릴로 턱뼈에 구멍을 낸다. 

(2) 작은 드릴 척에 핀을 끼워 그 구멍에 고정 시킨다.

(3) 수동렌치로 핀을 확실히 감아 끼운다.


벽에 나사못 박는 거랑 완전히 똑 같은 과정(1)(2)(3)을 무려 1시간 동안 3번이나 반복하다 끝났다.

턱뼈가 너무 견고한 연유로 단계(3)에서 핀이 완전히 들어가지 않아서 그랬단다.


머 아무래도 좋았다.

난 마취에 워낙 약한 몸이라 비몽사몽. 거의 전신마취 수준. 노곤한 굿 필링.

아마 이래서 연예인들이 우유주사를 그렇게나 좋아했나 보다.


의사 선생은 내가 통증을 잘 참는다고 하는데, 이런 애기는 어디 한두번 들어 본게 아니다.


참는게 아니다.

아프지가 않다.


초등1년, 엄지 발가락이 거의 잘려 나갔을때, 담임은 정신이 거의 나갔지만  난 그냥 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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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Word 가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물론 작심하면 되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알라딘 ID,  PassWord 모두 잊어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언제 부터인가 ID 가 이메일로 대체된 덕분에 모두 찾아내는데에는 별어려움이 없었지만.


명박씨가 자신의 주민번호를 답하지 못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 된다.

그런건 갑자기 누가 물으면 나도 제대로 답할 확신이 없다.

게다가 나는 복수의 주민번호를 갖고 있어 상황에 따라 적절한 번호를 말하거나 써야 하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군번은 잊지도 않고 틀리지도 않는다.

심지어 군번이 한자리 더 길기도 한데 말이다.

흠..운전면허번호는 단 한자리도 생각나지 않네.


폰번호는? 

한동안은 폰 껍데기에 크게 써 두었던 일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모른다. 여전히 명함을 들추어 본다.

세상에 내가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는 단 한개 뿐이다.


아파트 비밀번호는? 

외우고는 있으나 항상 불안하다.

언젠가는 비밀번호를 몰라 집에 못들어갈 날이 올 것이다.


PC, 노트북, 폰 비밀번호는?

아에 설정 조차도 하지 않았다.


차번호는?

모른다.

요즈음은 주차권을 주지 않고 차번호만 대면 온라인으로 무료 주차 처리 해 주는 곳이 점차 많아져 당혹스럽다.


사무실 비밀번호는?

그건 안다. 1234


케이블 결제 비밀번호는?

그것도 안다. 0000


가죽 슈트 케이스는?
알아냈다. 12345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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