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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한국신화
김익두 지음 / 한국문화사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나 말고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신화'라는 표제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단군'신화이고 '고주몽설화'설화를 말하지 않을까? 문헌에 전하는 몇 개의 신화를 배우면서도 그 당시에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닐었기 때문에 이름정도만 기억하고 국사 주관식 정답으로 써 넣었다. 시간이 제법 흐른뒤 그리스 로마 신화 인도 신화 중국 신화 북유럽 신화들을 배우면서 그제서야 나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왜 한국의 여타의 신화처럼 다양한 신들이 존재하지 않고 무미건조한 인물과 건국 신화들만으로 가득할까라는 의문이었다. 이 단순한 의문이 그 때부터 한국신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한국 신화에서도 신들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신화>(서정오 , 현암사)를 통해서였다. 수 많은 신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고 마을을 이뤄 살고 있었다. 외래의 신화들처럼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비천하다 멸시당했던 만신(무당을 대접하여 이르는 말)의 무가 속에서 은자의 삶을 살면서 신으로서 인간들의 삶의 기복을 품어내고 있었다. 외래의 신화들에 등장하는 신들처럼 화려하거나 위엄을 앞세우지 않고 인간들 곁에 함게 숨쉬는 신들이었다.
옥황상제붙터 시작해서 대별왕 소별왕 오늘 장상 할락궁이 바지대왕 삼신할머니 바리데기 군웅신 저승차사 강림도령 강상이 손님네 사만이들의 신들은 각자의 소임을 다했지만 그들은 인간 세상의 저편 저승에 기거하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뿐이었다. 문자로 남지는 못했다. 혹자들은 무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신들은 현세 기복적인 신들이라서 신신화로서의 권위가 없다고 하기도 했고 신화 연구 영역에 두려고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글로 남기는 것이 역사라지만 입말의 시대에도 역사는 존재했으며 그 역사를 말하는 것이 음성인 말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볼만하다.
문서에 기록된 한국신화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책이 <이야기 한국신화>이다. 한국에서 회자되어지는 신화들 문헌 속에 살아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겠다고 밝히고 독특한 시간과 공간 체계를 선언한다. 주로 인용된 책들은 ,<부도지> , <환단고기> <규원사화> 를 중심으로 신화를 이야기하고 신화의 중심에 단군신화를 두고 선천시대 중천시대 후천시대로 신화의 시대를 구분하고 문헌에 나오는 신화를 제시하고 후반부에는 무가에 전해지는 우리네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개정판 23쪽 마지막 한 문단을 보면 이런 문장이 있다. "한국 신화의 근원을 단군신화가 아닌 다른 것 예컨데 무속신화 같은 것에서 찾고자 하는 연구 작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성공할 수도 없다"고 선언하고 있어서 후반부에 제시한 무속에나 등장하는 신들의 이야기는 스스로의 논지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이기까지하다. 게다가 구전으로 전해지는 무가를 부정하면서 , 채록한 자료는 각주를 달아 어떤 사람에게 채록했다는 자료를 제시하고 ㅇ있는데 이것은 일관성이 없어보인다.
<이야기 한국신화>는 다양한 신화들을 살피면서 우리가 중국의 신들이라고 알게 된 몇몇 신들이 옛조선의 시들이었음을 이야기하는데 <부도지>와 <환단고기>의 기록에 근거한다. 말들의 시대가 끝나고 기록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든 기록은 <삼국유사>에 의존해서 설명되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박혁거세 설화에서 시작해서 시조 설화들을 풀어놓는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지는 듯하다. 첫부분은 단군의 이전 시대이고 두번째 부분은 <삼국유사>에 기댄 역사의 시대이고 세번째 부분은 현세가 아닌 저 넘어의 세계의 신들을 무가의 입을 빌어 이야기한다. <이야기 한국신화>는 이 책이 아니었으면 <부도지><규원사화><환단고기><삼국유사><우리가 꼭 읽어야할 우리신화> 등 5권이 넘는 책을 읽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각 책에서 시간의 흐름에 맞게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고 배열해놓고 있다. 한 권으로 다양한 신화를 만나기에 적당해 보인다. 그러나 <삼국유사>나 <우리가 꼭 읽어야할 우리신화>정도를 읽은 사람이라면 초반부만 읽어도 좋다. 창조설화들을 확인하는 것으로도 수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