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오렌지'라는 제목과 엘러리 퀸이라는 저자에 끌린 책입니다. 사건의 잔혹함이나 연쇄임을 강조하는 요즘 추리소설들과 달리
그의 이야기는 동기,밀실이기에 풀기 어려운 범행과정,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딱 들어맞는 범인에 대한 설명이 자세한데요.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를 한자리에 모으고 '그래서 이 사건은...'이라며 풀어내는 전통의 추리풀이를 보고 싶을때 선택하게 됩니다.
이번 사건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호텔 22층에서 벌어진 사건이지만 그 층을
관리하는 부인이 있어 사건이 일어나던 시간쯤 복도를 오가는 사람은 없었다는 증언이 나옵니다. 문은 잠겼고 밖으로 통하는 곳은 있지만 다닌 사람은
없으니 분명 밀실 사건이 맞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게다가 범인이 밀실 속 피해자와 그 방에 이상한 짓을 해놨다는 걸 알게
됩니다. 뭐든지 '거꾸로' 인 상태를 만들어놓은 겁니다. 그 이유를 알면 범인도 드러나겠지만 엘러리 퀸이 말해줄때까지 절대 알 수 없는 그
이유는 생각도 못하게 되는데요.
퀸 탐정은 역시나 사건의 첫 발견자가 되고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새를 연상시킨다는 그의 아버지 퀸 경감이 도착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새하고는 거리가 먼 그런 모습입니다만..)
으르렁대며 반대의견으로 싸우다가도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며 정보를 교환하는 정다운 모습도 보여주는데요. 추리에서는 아들인 퀸 탐정이,
조사적 경험에서는 아버지 퀸 경감이 한 발씩 빠르다는 걸 이번 사건에서도 보여줍니다.
"그 방에 관한 건 무엇 하나 빠뜨릴 것 없이 전부 다 중요해요. 그 탄제린도
그렇구요.... . 아버지도 그 중요성을 물론 알고 계시죠?"-136
이럴 때
탐정옆에 있는 사람은 감탄보다 한숨을 내쉬겠지만 우리들은 그냥 "뭘까" 라며 기다리게 되는데요. 이렇게 전혀 단서도
의심스런 인물도 알수가 없는데 할 때쯤, 반짝이는 엘러리 퀸 탐정이 "이제껏 난 바보였어"을 외치고 하나씩 풀어갑니다. 그런 말을 들었음에도
도통 알아낸게 없는 우리에게 이번에도 '독자에의 도전' 에서 같은 공간, 같은 사실을 공유했으니 범인은 꿰어맞추기만 하면 된다는 ...
조언을 던지고 말입니다.
그런 후 그는 밀실의 완벽한 풀이를 해내는데,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감탄을 하게 됩니다. 작가인 그들에게요. 예전 있었던 사건에서 따오는 건지, 이런 장치를 해보고 사건을 만드는 건지,
아님 누가 이런 걸 따라해보겠어 하고 상상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건지
말입니다.
그렇게 엘레리 퀸 탐정은 이번에도 사람들을 모아서 이번 사건은,, 이라며
재구성을 하는데요. 그때까지 범인에 대한 감이 안 오는 사람들은 그 순간만큼 기다려지는 때가 없을 겁니다. 반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범인이 우리의 의심속에 이유도 없이 자리잡았을 사람인 경우도 있겠지만 사건을 따라가는 정확한 추리가 보고 싶을땐
다음에도 엘러리 퀸 탐정을 찾지 않을까 싶은데요.
퀸의 최고걸작중 안 읽은 게 아직 많이 남았는데요. 특히나 "탐정 소설 역사상 가장 멋들어진 결말"이란 말을 들은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등은 조만간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