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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없는 달 - 환색에도력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8월
평점 :
사람들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대, 그 에도시대를 잘 살아가게 하는 건 사람들의 연대감이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에도시대를 사랑한다는 미미 여사의 "신이 없는 달-환색에 도력"에서도 어쩌다 가깝게 살게 된 아이나 이웃을 걱정하는 이들, 어쩌다 악에
물들 수 밖에 없는 이들도 이해해주려하는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불이 난 때는 섣달
스무여드렛날 밤이라는 '귀자모화'부터 눈을 날리고 싶었다며 자신 가족의 복수를 하는 긴이란 여인의 '종이눈보라'까지, 12개의 이야기는 돌고
돌아 겨울에서 더 오싹한 겨울로 끝나는데요. 짧은 이야기들이라서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된걸까 라는 호기심에 눈을 떼지않고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지만, 물론 아쉬운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조금 더 용기를 냈더라면 결말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은 몇몇에게 마음이 쓰여서
말입니다.
외로운 사람이 어디든, 언제든 많았나 봅니다. 이 이야기들중에도 집이
가난해 남의 집살이 하러 가야하는 아이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가족을 떠나야만 하는 그들이야 그렇다 해도 나이 들어 혼자 사는 이들도 얼마나
외로우면 구입한 물건에 귀신이 붙었다는 걸 알면서도 좋아하는 걸까 싶은 이야기를 보면 말이죠.
그래도 그들 곁에 걱정해주는 이웃이 있어 다행이다 싶습니다. 외로워하던
이들이 집착하는 물건이 귀신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조용히 떠나려 했던 건 더 있다간 자신들을 걱정해 주는 이웃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그동안에 대한 고마웠던 마음때문 아닐까 싶어서인데요. 정보가 많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이런 사람들까지 있어?? 라고 놀라며
뉴스를 보게 되는 건 나 살기도 바쁘다는 마음에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미미여사가 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런 건 아닐까 추측해보게 됩니다.
'귀자모화'에서는 불을 낸 아이 오카쓰를
달래주는 오토요는 혼이란 건 믿지 않는다면서도 아이를 위해 "어머니의 혼"이라는 멋진 위로를 생각해냈고, '목맨 본존님'에서는 어쩔수 없이
끌려오듯 왔지만 또 걱정시킬게 뻔한 수습사원 아이를 위해 자신의 과거를 보여주는 멋진 주인이 있고, '와비스케 동백꽃'에서는 아픈 몸을 이끌고
어려움에 처한 요스케를 도와주는 고헤에네 가족등이 서로를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어때야 하는 건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물론 이런 이들이 있었더라면 다른 결말을 내지 않았을까 싶은 '종이눈보라'의 긴이나 '신이없는 달'의 이치조들도 보면서
말입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습니까. 강물처럼 모두 흘러가고 있어요. 같은 자리에 멈춰 있질 않아요."-273
조금만 달라지면 될거 같아 올바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살짝
눈감고 싶은게 인간의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리석음이기도 하고, 안쓰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 방법이 정당하지 않다면 작은 부분은 점점
나쁜쪽으로만 커지며 손댈수 없는 운명으로만 올 거라는 게 미미여사가 우리에게 건네고 싶었던 뜻 아닐까 하는데요. 에도 시대를 통해
살아간다는 건 우리 모두가 어우러졌을 때가 가장 좋다는 걸
전설의 고향처럼 보여주는 미미 여사의 이야기가 가슴 따뜻하게도, 그렇지 않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거 같으니 오싹하게도 이번에도
만들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