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 - 귄터 그라스, 파트릭 모디아노, 임레 케르테스… 인생에 대한 거장들의 대답
이리스 라디쉬 지음, 염정용 옮김 / 에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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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알리치의 죽음"의 이야기를 머리말에서 보게됩니다. 이반은  죽음을 앞두고 누워있다 자신이 잘못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제껏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 모든 것들이, 일, 생활,심지어는 가족조차,  죽음을 앞두고 있는 순간까지 계속 유지될 그런 것들은 아니였다는 걸 말입니다. 이런  글을 볼 때 무서워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담 우리는 무엇을 소중하게 하며 마지막까지  살아가야 하는 건지  방향을 알 수 없기에 말입니다.

죽음을 이야기할 때 삶의 본질에 더욱 가까워진다!!
죽음을 이야기할 때 삶이 더 잘 보이게 되는건지, 그렇담 많은 글들을 써가는 동안  많은 생각과 많은 관찰로 인간의 삶을 우리보다 몇 배 이상 고민했을 작가들이라면 죽음을 평범한 이들의 두려움과는 다르게 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함이 생기게 됩니다.  고민의 시간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준비가 되지않았을까 하는 기대로 말입니다.

유럽 문학 거장이라 불리는 19인들이 자신들의 인생과 죽음에 관한 솔직한 생각을 들려줍니다. 이 책의 저자 라디쉬도 생각지 못하게 인터뷰  몇 달 후 죽음을 맞이한 이도 있어 죽음의 의외성이라는  당황스런 삶의 진실을 맞이하게도 되지만 말입니다.

"세상은 우리보다 더 유쾌하게 돌아갑니다. 우리는 죽지만, 세상은 죽지 않기 때문이지요."-105
어떤 삶이든 모두 기적의 연속으로 서술될수 있다고 말하는 안드레이 비토프는 자신도 죽음의 경우를 열 번 이상 넘겼다면서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게 기적일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죽음이 모든 것 중에 가장 위대한 기적일수도 있다고요. 이런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원하는 죽음의 긍정적인 면을 보게도 됩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죽음 후의 세상이 이별이 아니라 만남일지 말입니다.

문학계의 세계적 거물로 살고 있음에도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며 인터뷰 자리에서도  불평을 놓지않는 라이히라니츠키나 신을 믿느니 차라리 나무를 믿겠다는 자라 키르쉬의 모든 걸 받아들이는 건가  싶은 삶의 태도등 극과 극이라 할 수 있는 이들에게서    전쟁을 공통적으로 겪었지만  생각은 다들 각각이라 세월이 주는 지혜가 다 같을 수는 없다는 걸 보게 됩니다. 자신의 상황이나 경험에서   다른 생각을 갖게 되는 건 그들도 마찬가지구나 하게 되는데요. 그들을 보면서 인간사, 시간의 흐름이 주는 노년의 지혜와 슬픔, 고집과 내려놓음, 그렇게 채워가는 삶이라는 다양한 면들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아주 늙은 몸이 되어서도
여전히 경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마음에 듭니다.-195
자신들이 지금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솔직하게 보여주는 이들의 이야기는 지내온 세월이 앞으로의 나를 여러 방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 아닐까 하는데요. 지금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보다는  나중에 저런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이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면서 죽음보다 삶의 시간을  생각해보게 하는 건   인간에게 주어진 삶과 죽음의 역설일수도 있겠다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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