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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와 진실의 빛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사회파 미스터리하면 떠오르는 누쿠이 도쿠로의 "후회와 진실의 빛"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적응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늘 따로 떠도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데요. '잘난 사람 잘난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대로 산다.'는 노래의 가사처럼 굉장한 차이가 있을 거 같지만 잘나서 혼자라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사이조 형사같은 사람이나 적응못해 속으로만 불만을 터뜨리다 사건을 벌이는 범인이나 타인에 의한 상처가 있고 그 아픔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는 건 같다는 걸 보여주기때문인데다, 우리 역시 다른 사람들과의 좋기만 한 관계를 맺는다는 게 어렵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표시를 하느냐, 아니냐 문제가 아닐까 했는데요. 그들을 보다보니 그 상처가 자신에게서 온 것이라 여기는지
아니면 무조건 타인의 잘못으로만 여기는 것인지의 차이에서도 오지 않을까 하게 됩니다. 물론 충분히 이성적일거라 여겼던 사이조의 극단적 선택은
자신의 탓으로 여기는 사람도 좋지 못한 결과를 택할수 있다는 걸, 그럼으로 누구나 극단적일수 있다는 걸 알려 주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신고에 출동한 경찰이 사건을 발견하게 됩니다. 끔찍한 사건에 몸무리치는
그와는 달리 사건이 발생하면 어디든 달려가는 사이조도 나타나는데요. 빨리 범인을 찾아야겠다는, 경찰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그의 의지는
다른 경찰들에게 출세에 눈 먼 인간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는 그가 너무 그들사이에서 겉도는게 제일 큰 원인인데요. 계속
사건이 발생해 수사반 범위가 확대될수록 부서간의 알력, 같은 부서안에서도 벌어지기만 하는 경찰간의 틈이 보이며 큰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강제적으로라도 냉정해야 할 그들이 과연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게 됩니다.
차갑고 뚝 자르기만 할것같은 사이조에게도 사실은 ..이라며 털어놓을 사연이 많다는 것과 그를
유난히 시기하는 와타비키 형사네 사정은 또 이렇다는 것, 범인의 잘난척하는 시선은 참아주기 힘들지만 그에게조차도 나름의 고충이라는 게 있다는
걸 보여주며 문제가 시작됐다는 걸 알 수 있었을 때 그들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생기게도 됩니다. 인간이 뒷 결과를
알았더라면 다들 다른 선택을 하겠지만 그걸 못하니 인간이고, 또 후회하고 고민하는게 인간이라는 작은 위로조차 그들 스스로 하지
않기때문인데요.
사건은 연쇄가 되어가며 오리무중이 되어가고, 사이조 역시 범인의 계획, 주변의 질투,
그리고 자신안에서의 문제로 포기라는 걸 하게 됩니다. 그가 이런 선택밖에 할 수 없었을까 할 정도로 말입니다. 사건의 동조자를 만들기가 얼마나
쉬운 세상이 되었는지, 끔찍한 사건에도 장난처럼 반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보여주면서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보게 되는데요.
'범인은 사건 가까운 곳에 있다' 라는 사건과 범인의 알려진 공식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짧았다는 건 좀 아쉽지만 그안에서도 사람사이 볼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 것은 과연 누쿠이 도쿠로의 이야기구나 하게 됩니다. 자신이 '빛과
그림자' 라 뭐든, 누구든 정의할 수 있지만 만인에게 옳다라는 이야기만 듣는 선택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을 범인과 혐사라는 극의 위치에 있는
이들을 통해 보여주기에 타인에 대한 시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지않나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