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밤에 돌아다니다 보면 괜히 으스스해질때가 있습니다. 잘 알고있는 곳인데도 말이죠. 그럴때면 스스로에게 "단지 밤일뿐이라고" 중얼거리게 되는데요. 별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뭔가가 스멀스멀 내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 그게 밤의 힘일겁니다.


"봄바람이 꽃을 흩뜨리면 꾸는 꿈은-"

"깨고서도 여전히 가슴 설레는도다."

"알겠어?" "이게 '야행(夜行)'이야"-201

기이한 그림, 열차, 안다고 생각했는데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들, 그리고 사라진 여자 라는 이야기는 우리를 몽환적인 이야기속으로 끌고가는데요. 깨고나서도 지금이 꿈인건지 현실인건지 정신없을때처럼   '구라마 진화제'를 보기위해 다시 모인  이들은 이상한 이야기속으로 우리를 데리고 들어가게 됩니다.


그들은 이미 이상한 일을 같이 겪은 사이인데요. 10년전에도 여섯 명이 구라마 진화제를 보러왔다가 하세가와라는 이가 갑자기 사라진 겁니다. 그 후로 그녀는 어느 곳에도 나타나지 않았기에 그들에게는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는 상태인데요. 오랫만에 모인 그들이 다시 그녀를 떠올리게 된 건 당연한 일일겁니다. 그러다 한명씩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이상한  일들을 이야기하는데요.  '기시다 미치오'라는 화가의 '야행' 연작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야기속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는 걸 알게됩니다.


무서운 이야기의 끝은 "그런 일이 있었어."까지 이야기되는 게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우리도 가끔 "진짜 이상하지. 그런 일을 겪었어."까지 이야기하지 그래서 그 사람이 누구였더라. 그래서 그랬나봐...까지로  확인할수 있는 결말까지 이야기하는 일은 없으니까 말이죠. 야행도 그렇습니다.  기시다라는 화가는 얼굴없는 여인을 그림마다 왜 그려놓은 건지, 갑자기 사라진 여인은 뭔지, 그렇다더니 사실은 네가 10년동안 연락이 없었던거야 에서 합쳐질 수 없는 세상에 한 명씩만 실종된 이가 다르다는  다른 세상 이야기까지, 그들에게 있었던 일은 뭘까로 우리를 아직도 궁금하게 하는데요. 명확한 결론은 없지만 뭔가가 가슴에 남아서 내가 보았던, 혹은 누군가 보고 느꼈다던 어떤 일을 떠올리며 우리가 모르겠는 끝도 모를 밤의 깊이를  느끼게 해줍니다. 


낮과 같은 세상,   어두울뿐이라고  되뇌여보지만 그래도 다르게 다가오는 건 그 어둠 속 끝에 내가  모르는 누군가. 처음 보는 세상이라도 있을까 두려워서 그런건 아니였는지...그리고 그보다  더 두려운 건  나도 모르게 그 낯선  걸 기꺼이  따라가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아니였는지...  이게 '야행'이구나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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