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잭에 대해 배운 게 있다면 모든 행동과 말은 마지막 마침표에 이르기까지 다 계산된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진실만을 말한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말 뒤에 숨은 의미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 나라는 걸 즐긴다. -108


모든 것이 계산된 사람과 사는 건 피곤한 일이 아닐까, 그렇지만 진실만을 말한다니 그건 좋은 점이고, 또 남편이 자신의 말 뒤 숨은 의미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 부인이라는  걸 즐긴다는건... 그동안 부부의 친밀도를 말하는 것일테니,  그래도 어느 정도 잘 맞는 부부가 아닐까 ...라고 판단하기가 쉽지만 사람 사이는 역시나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제대로 알수 없다는 걸 잭과 그레이스는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한 눈에 서로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남자와 여자, 그리고   다운증후군이 있는 여자의 여동생을  자신의 동생처럼 여겨주겠다는 남자이기에 그들의 사랑은 더욱 빛나보일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완벽한 부부를 밖에서 보는 이들은 그들이 너무 붙어다닌다는 게 조금 아쉬울 뿐입니다. 가끔은 완벽한 그들에게서  남편이나 아내의 작은 흠이라도 들어 보고 싶은데 말이죠.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라는 걸 위안으로 삼고, 내 옆에 있는 그에게서 장점을 찾아보기도 하고 나도 어느 면에서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위로도 해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눈여겨보면 가끔은 이 부부가 이상해보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아내 그레이스에게 연락하려면 남편 핸드폰으로 해야하고 집으로 거는 전화는 늘 받지 않기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메일도 남편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니... 같이 웃고 떠들땐 멋져보이는 여자이지만 가끔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나 말을 할 땐, 알고보면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폐쇄성이 심한 사람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들 부부사이의 문제는 아내가 아니라 남편 잭에게 있다는 걸 보여 줍니다.


그레이스는  이 집에서 함께 살기로 한 여동생 밀리가 오기전까지 탈출하기로 마음 먹고 시도중인데요.  하지만  결혼 첫 날부터 시작된  수많은 시도가 왜 실패했는지 보여주며  잭에게서 벗어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지켜줘야 할  여동생 밀리를  위해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지만 방법이 없어보입니다.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지 알려주는 그레이스의 매일 매일은 그런 곳에서 과연 탈출이란게 가능한건지, 보다 현명한 방법은 없었는지를 우리에게 물어보게 하는데요.


사람 속을 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하는 "비하인드 도어"는   폭력을 저지르려는 이에게는 결국 모든 일은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엄중 경고도 주지만 (여기서 폭력은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에 상관없이 다 폭력이라는 것을, 그리고 결국엔 그 두개가 합쳐진다는 걸 보여주기에 더 끔찍하게 됩니다.)  폭력앞에 놓인 이에게는 "아니다" 싶을때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날 것을, 그리고  어딘가 이상한 모습의 커플은 없었는지 우리에게도  눈여겨 봤는지를 물어보고 있는 듯 하는데요.   이상하다는 걸 알았음에도 어제의 잭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우물거리는  그레이스의  모습이나  뭔가를 눈치챈듯한 에스터라면 둘만의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수 있었을텐데 그러질 않는다는 아쉬운 대목들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의 마음이란게 무 자르듯 뚝 자를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멀쩡해보이는 남의 집 안 일에 배놔라 감놔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말입니다. 


 폭력으로 사는 사람은 결국은 폭력으로 응징된다는 걸  보여줘   씁쓸하긴 하지만   당신이 무섭게 군다면 상대도 그럴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비하인드 도어"는 당신이 잡은 문 안에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평소 잘 하라는 섬뜩함,아니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의  가르침을  주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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