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이웃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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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끌고가는 줄 알았던 거대한 힘이  개인을 향할때 어떤  일이 생기는 지는 우리를 늘  놀라게 됩니다. 그 수많은 이중간첩이나 스파이에 관한 영화가 실화에서 나왔다는 문구를  한 번도 보지않은 것처럼, 막말하는 국회의원들은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길래 대놓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라고 한번도 놀라지 않은 것처럼, 개헌에도 수학에서나  배웠던 '사사오입'이라는 게 쓰였다는 걸 역사속에서 배우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1984년 9월에 벌어진 서울대 프락치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선한 이웃'은 인간답지 못한 시대를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게 가능할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하는데요.  자신이 왜 존재하고 있는지를 잊어버린 어두운 시대 그대로, 하지만 지금은  없다고  말할 수 없는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전설이 되어버린 시위꾼 '최민석'이라는 신비로운 존재, 연극으로 자신의 뜻을 보이려 하는 재능꾼 '이태주', 그녀를 보면 '정열과 사랑을 그대 품에' 라는 오래전 씨에프 한 장면이 무조건 떠오르는 거 아닐까 싶은 '김진아', 최민석을 쫓고 또 쫓는 성실한  정보원 '김기준', 이태주의 연극 '엘렉트라'의 등장, 정보원들을 조용히 관리하는 관리관, 그리고 다시 등장한  최민석의  이야기가    어떻게든  잇다보면 사람들은  결국 엮이게 된다는, '조작'이 어떻게 가능해지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시위에 참가했지만 누구도 그의 얼굴이나 인상을 정확히 아는 이가 없다는 최민석과 온 신경이 최민석을 어떻게 잡을 수 있느냐로 집중되어있는 김 기준이 등장했을때만해도 쫓고 쫓기는 그들의 관계가 나오지않을까 했는데요. 김진아에게 나타난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그들 사이의 진실이 무엇인지  털어놓으며  우리 눈과 귀를 속인다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를 알려 줄때 놀라게 됩니다. 담담하게 말해서 더 말입니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힘을 내려놓기 싫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시청률 걱정없는 드라마를 직접 쓴다 생각하니 단역배우쯤으로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을 어딘가에 세우고, 치우는 것 쯤이야 하고 여길테니 말입니다.


자신의 선택이라 믿었던 모든 일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의도였다는 건 절망감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다음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이 자신의 온전한 선택인지 혹은 알게모르게 누군가의 의도가 들어간 선택인건지 자신없어지지 않을까 하는데요. 앞으로의 세상에 낙관하는 모두의 장밋빛 전망에 일찌감치 태주가 고개를 흔든 건  거대권력이  의도한다면 개인의 선택쯤이야 너무 쉽게  뭉개진다는 걸 온 몸으로 마음으로 느꼈기때문일겁니다.


여전히 태주가 살던 시대에 있었던 일들이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자신할 수 없어서인지 우리가 꿈꾸는 장밋빛 전망이 그 때 사람들과 닮은 게 아니길 바라게 되는데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역시 죄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기준의 말이 가슴에 와닿게 됩니다. 우리도  해야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건너뛰는 일들이 많다는 걸 알기때문인데요.그 때를 힘겹게 살아간 이들에게 건넬수 있는 최고의 위안은 그래도 지금은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는 거, 내 목소리가 작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고 활용도 한다는 것일텐데요. 앞으로  우리의 선한 이웃은 죄하고는 거리가 있는, 원래 모습 그대로의 '선한 이웃'이였으면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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