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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레시피 - 요리 하지 않는 엄마에게 야자 하지 않는 아들이 차려주는 행복한 밥상
배지영 지음 / 웨일북 / 2017년 6월
평점 :
아이들 키우다보면 제일 힘든 이야기가 "그래.해봐" 가 아닐까 하는데요. 아이가 어렸을적만 해도 난 자유로운 엄마가 되서 아이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 "그래. 해봐"라고 할 줄 알았는데 어느새 "그것보다는..."이라는 말을 더 자주, 그리고 많이 하는 보통의 엄마가 되어있는
겁니다. 그걸 느낄때면 그래도 아이를 위해서 그런거라..위안을 하는데요. 요즘 들어 자주 부딪치는 아이와의 갈등이 "그것보다는.." 말 뒤에
숨어있는 엄마의 길 강요로 아이가 자신의 길을 잃었기때문이 아닐까 싶어, 미안해질때가 있습니다.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엄마라서 일까요. 요리하지 않는 엄마에게 야자하지 않는 아들이 차려준다는 밥상은 말만 들어도 얼마나 행복할까 하게
됩니다. 그것도 이미 요리되어 들어가있는 반찬을 뚜껑만 열어놓는 것이 아니라 메뉴 선정부터 재료 구입에 요리, 예쁜 그릇에 담는것에
설거지까지를 주로 혼자 하는 거라니 그 행복은 몇 배가 되지않을까 하는데요. 이건 아이가 어느 정도 컸기때문에 하게되는 엄마의 고민과 닮아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주어진 일과만 고민하지 말고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뭘 잘 할수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나이인데, 학교와 공부라는
바쁜 일상생활을 해내느라 다른 곳에 눈돌릴 시간이 없는 울 집 아이들이 제대로 가고 있는건지 고민하고 있는중이라 말이죠.
어쩌면 단호하기도 하고, 무모하기도 한 그의 도전은 가족들 덕분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요. 입 짧은 엄마, 어떤 음식이건 무조건
마음에 안 든다 부터 하는 열살 차이나는 동생, 예전에는 요리좋아할 줄 꿈에도 모르게 입 짧았던 형, 이미 수십년간을 밥상차리고 나가느라
주부 9단의 솜씨를 가진 아빠라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이들이 이미 서로를, 가지각색 성격과 입맛을 고려하며 살고 있음을
보여주기때문입니다. 그의 타인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누군가를 즐겁게 하는 요리에 대한 꿈을 키운 게 그래서이지 않을까 하게
되는데요. 비록 그가 요리사가 안될지 모른다 하여도 그 시간안에서 행복했다면 후회없이 보냈다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하게
됩니다.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없는데,"
"뭐라도 먹어야죠. 먹기 싫다고 안 먹으면
어떡해요?"-220
아픈 엄마를 위해 죽을 끓이고, 죽을 싫어하면서도 같이 먹어주는 아이, 한창 커야하는 동생을 위해 어떻게든 숨기고 다져서 요리해주는
형, 아빠 생일인데도 늦게 일어날뻔한 엄마 대신 벌떡 일어나 뭔가를 만드는 아이 라는....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쓴다는 것도
그렇지만 요리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 눈돌리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당당히 말하고 행동하는 아이라는 점에서 그가 나중에 어떤 일을 또 즐겁게
할까 기대하게 되는데요.
지식채녈e "소년의 레시피" 편에도 나왔다는데, 그 영상을 찾아보며 생각해봅니다. 뭔가를 기다리고 즐기는 사람의 뒷모습은 나이에
상관없이 든든한 거구나 라구요.우리집 아이도 그랬으면 하면서 늘 챙김만 받게했던 건 아닌지, "주고 받다"라는 사람 사이 기본을 챙기면서 더
많이들 자라는 거라는 걸 배우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