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잠든 숲 2 스토리콜렉터 5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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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그게 어때서,,,"라고 쉽게 넘겨버릴수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일, 그래서  감추고 깊은 게  비밀일텐데요.  어쩌면 쉽게 덮일 일일텐데도   신경이 온통 그것에 가 있기에   덮는다는 게  오히려 어려워지는 건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생활 반경이 좁은 시골이라  나도 가물가물한 어린시절이야기 대부분을   동네 사람 절반이 거의   기억하는 곳이라면  더욱 더 말입니다. 어르신들이, 친구들이 "예전에..."라며 자꾸만 꺼내놓는지라  무심한 척도 할 수가 없게되니까 말이죠.  어쩌면 이 사건도 그래서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스위스 정신의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이렇게 말했죠. 건강한 인간은 타인을 괴롭히지 않는다. 보통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다시 타인을 괴롭힌다. 당신의 현재 모습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155

나는 어땠더라, 농담처럼 상대가 싫어하는 이야기들을 반복적으로 꺼내는 악취미는 없었던가 돌이켜보는데요. 친한 사이에서도 생기게 되는 은근히 물고 뜯는 관계를 즐겼던건 아닌지 조금은 고민해보게 됩니다.(그래서 내가 당한건가 싶어서 말이죠) 이 평화로워보이는 곳에 오래 전 나눠지는 집단이 있었다는 걸 알게되고 그 때 해결하지 못한 일은 여전히 다른 사람들을 괴롭게 하고 있다는 게 드러나는데요. 그걸 알고 있음에도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살인이 생기는데도, 자기 입장만 중요하다고 상대를 비난하는 동네 사람들이였지만  안다는 건 서로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건지  자신들만이 가진 누군가에 대한 기억의 파편이 조금씩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사건에 전혀 관계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 그 밤에 누가 나오는 걸 봤지."," 그 곳엔 그 때 그게 없었는데,,,"라던가  "걔랑 그 아이랑 그 때.."라는 추억을 말하면서 말이죠. 그러자 사건은 조금씩 풀려가기 시작합니다. 그 아무렇지 않은 일일줄 알았던 일들이 서로 이야기를 맞춰보니 퍼즐처럼 모양을 갖춰가면서  모르는 척 하려고 했던, 그리고 신경쓰지않으려했던 동네 사람들이 얽힌 추악한 진실이 있다는 걸 보여주며 말입니다.

 

그런 걸 보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완전 범죄'를 꿈꾼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되는데요. 그를 알고있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그가 지금 왜 이런 짓을 했는지를 알아내고, 그리고 그날 밤 그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누군가는 봤을테니까요. 사건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알던 이들이  집 안과  밖에서의 모습, 어른과 아이로 만날때와 사건의 용의자로 만난 이들이 다르게 보인다는 게 보덴슈타인에게는 놀라운 일이였지만 결국 파고들면 '완전범죄도  비밀도 영원할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지라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왜 생각해야하는지를 알려줍니다. 40년이 지난 일들도 스쳐가는  뭔가에 생각나는 게 사람이고, 한 번 품은 앙심은 오래도록 두고두고 쌓아놓는게 인간이라는 걸로 말이죠.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오래도록 속여왔다는 걸 알게될때 어떨까 라는 마음으로 보덴슈타인 반장을 보게되는데요. 오랫동안 타우누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꼼꼼하게 끌고가던 그도 이번만큼은 심하게 힘들거라는 게 보이기때문입니다.  그를 질리게 만든 인간의 어리석은 행동과 끝까지 그를 믿고싶어하는  따뜻한 인간들 사이에서 그는 어떤 걸 선택하게 될지, 다음 번 이야기에서 그는 어떻게 등장하게 될지 기대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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