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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의 7일간
이가라시 다카히사 지음, 이영미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5월
평점 :
"결과가 너무 처참하면 부모 체면에도 손상이 가고 고우메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벼락치기로 큰 효과를 거둘 순 없겠지만, 아무 노력도 안 하면 또 다시 처참한 결과뿐이겠지."-288
...
"아빠 눈이 새빨갰다. 그냥 벼락치기 정도가 아니라 밤을 꼬박 새워 공부했을지도 모른다. 시험은 걱정말고 맡겨 두라고 잘난 체를
하더니만."-289
공부 좀 한다고 생각했던 고우메의 아빠가 시험 문제에 당황하는 걸 보니 며칠전 있었던 아이와의 일을 떠올리게 됩니다. 시험기간내내
불평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다시 학교다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바꿔서 다니자는 겁니다. 물론 저는 그럴수만 있다면 좋다고 했지만... 어깨너머로
본 아이의 교과서가 예전과 달리 너무 두툼하고 어려워 겁이 나긴 하더라구요. 예전같지 않은 부녀사이를 고민하던 고우메의 아빠와 딸 고우메에게
우리 아이가 바라던 일이 생기게 됩니다. 어느 날 서로의 몸이 바뀐 겁니다. 그래서 언제일지 모르지만 다시 바뀔때까지 각자의 생활을 대신
하기로 하는데요. 그제서야 부녀는 서로의 일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같은 여자인 엄마도 당황스러울텐데 남자인 아빠는 더 당황할 수밖에 없는데요. 아빠는 딸을 생각해, 그리고 자신의 체면을 위해 밤을
새워 시험 공부를 하는데다 딸의 데이트까지 대신 나가기로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망치려는 아빠와 그러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 딸, 그렇지
않아도 중요한 발표가 있는 시점에 언제 무슨 말을 할지 본인도 모르는 십대 딸을 회사에 보내야하는 아빠와 회사생활이 마음에 안 드는
딸이기에 사고가 매번 터질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도 보면 아빠와 딸의 입장차이가 어떤지 알수 있습니다. 딸의 성적이며 친구관계, 새로
사귀게 된 선배와의 앞으로의 일을 무조건 걱정하는 아빠와 달리 고우메는 자신이 대학졸업하기전까지는 아빠가 회사를 다녀야한다는 마음으로 회사에
나가는 걸 보면 말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사춘기 딸과 아빠 사이란 늘 이런 건지 어쩐지 짠한 마음으로 그리고 웃음지으며 그들의 관계회복을 바라게 되는데요.
그건 사춘기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한번씩 생각했봤을 일을 이 책안에서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자랄수록 친구관계나 성적, 그리고
좋은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라는 고민부터 진지하게 사귀는 이성친구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부모들의 걱정 그대로를 보게되는데요.
이제껏 무심하게 "잘 하고 있겠지","별 일 없겠지."라고 생각만 하던 것과는 달리 서로의 입장이 되어보면서 알게 모르게 이해해가는 그들의
모습은 나와 아이들의 일상을 생각해보게도 하고, 나 역시 아이들을 너무 내 시선에서 무조건 걱정으로만 보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요.
서로의 속마음을 볼 수 있어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빠의 마음이, 그리고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딸의 마음이 먼저 눈에 들어오겠지만 상대가 하는
생각도 들여다보며 '우리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우리 아이도 이럴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지않을까 싶은데요.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는 재미와 코믹, 그리고 사건까지 들어있는 이야기들이 이런 아빠와 딸의 일주일이라면 한번쯤 생겨도 좋은 거 아닐까, 우리집에도 이런 일이
생겨줬음 하는 마음도 생기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