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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브레인 - 새대가리? 천만에! 조류의 지능에 대한 과학적 탐험
나단 에머리 지음, 이충환 옮김, 이정모 감수 / 동아엠앤비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가끔 만화 영화같은 곳에서 새들이 인간들이 하는 모양새를 보고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게 될때가 있는데요. 이 책에서
실행됐다는 수많은 실험의 결과들은 그들이 우리의 행동을 보고 뒷담화를 진짜로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인간의 언어로 그들이 이야기를 건넬수만
있다면 뒷통수가 뜨거워 거리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게 됩니다. 그만큼 생각한 적 없었던 새들의 지능이 예상외라는
걸 보게 되기때문인데요. 사람들이 지나가던 말던 내 길을 가련다 라며 멋지게 땅바닥만 보고 느릿느릿 걸어가던 비둘기들 역시, 내가 자신들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겁쟁이라는 정확한 판단력을 내려 그렇게 태연했던건 아닐까 하게 됩니다.
새들에게 부러워할꺼라고는 자유롭게 날아다닐수 있게 하는 날개뿐이라는 이들에게 "버드 브레인"은 각종 새들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데요. 자신이 먹이를 가지고 있을때 누군가 봤다면 먹이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던지, 짝의 기호를 배려해 이전에 먹은 먹이와는 다른
먹이를 가져다 준다던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는 것으로 보인다던지, 싸움이 벌어졌을 때 싸움에 지거나 관계가 원래 있었던 새
곁으로 구경하던 새들이 모이게된다든지, 심지어는 거울에 비친게 자신이라는 걸 알아본다는 등등의 '이게 새야?" 할만한 결과들을 보게
됩니다. 제일 놀라운 건 복잡한 도구도 사용하는 새가 있다는 것과 새들의 노랫속에 그 지방의 옛 언어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솝 우화에 나온 동물들이 떠오르는데요. 까마귀가 물병에 돌을 채워 물을 올라오게 해 먹었다는 이야기는 누군가 까마귀의
그런 모습을 보았던 건 아닌가 싶고, 입의 구조가 달라도 너무 달라 타협할수 없었던 여우와 학의 이야기 결과는 끝까지 지켜본 이가 없어서
그렇지 그 둘 다 결국은 자신의 몫을 먹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게 됩니다. 상황에 안 맞거나 멍청해보이는 짓을 하는 이에게 쉽게들
"새"와 "대가리"를 붙여서 한껏 놀리곤 했을텐데, 생각만큼 심한 욕은 아니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새를 보면 인간의 아이와 비교해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니, " 그래봤자 동물이지."라고 여겼던 우리의 생각이
심한 편견이였다는 걸 알게되는데요. 우리가 제일 무시하는 닭도 경고음에 따라 자신을 방어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지상 포식자가 나타났다는 뜻의
경고음엔 지상을, 공중 포식자가 나타났다는 뜻의 경고음이 제시되면 하늘을 살펴본다고 하니 말입니다. 닭의 어미와 새끼에게 얼굴에 공기불기
실험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자신이 공기 불기를 받았을때는 심장박동수가 변하지 않던 어미닭이 새끼가 괴로워하자 심장박동수가 올라갔다는 건,
고통이나 공감의 경험이라고 단정지을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자식에 대한 모성이라는 감정만은 확실히 가지고 있는 거라 추측해보게 되고, 그러니 닭도 좀
다르게 보이게 됩니다.
비둘기에게 편지를 전달하게 했다거나 매를 이용한 몽골 사냥법이 여전히 남아있는 건 그들에게 믿음직한 구석이 있기때문일텐데요. 그들의 능력이
단지 그것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조류 인지"가 어디까지라고 할 수 있을지의 이야기는 백과사전 급 각 장마다의 깨알 글씨가 다 놀랍다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합니다. 깃털달린 유인원이라 불러도 되지않을까 싶은 새들, 특히나 까마귀들의 지능은 그들이 더 이상 똑똑해지면 좀 무섭겠다는
생각까지 드는데요. 새가 날고자 뇌 발전을 조금 참고 있는 건 아닌지(뇌가 무거우면 날기가 힘들어질테니 말이죠)...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던 것들이 결코 인간만의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동물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를 알려주지 않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