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의 ˝무코다 이발소˝

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오쿠다 히데오님 글의 매력은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걸 겁니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너무 둥글둥글해  이렇게 다른 글을 같은 사람이 썼을까 하게 하는데요. 이번에는 1950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옛날 이발소, 무코다 이발소를 중심으로 도마자와 면 사람들의 모습을 푸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댁이 시골이라 가면 느끼는 분위기 그대로를 보게 되지않나 합니다. 잘 몰랐을때는 시골이라면 그냥 풍경좋은 곳에서   순박한 분들이 사는 곳이라는 단순한 생각만 했었는데 자주 가보니 그런 느낌만 있는 곳이 아니더라구요.   한 곳에서 오래 살기도 했고 이제는 모두가 다 익숙해진 삶에  낯선 사람이 잠깐이라도 들어오면 과한 시선이 오게 되고 또  그걸 받아야 하는 이는 불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들이 간혹 너무 사적이라  지나친거 아닌가 해서 화가 나기도 하다가 또 그 반대로 훅 들어오는 너무  살가운 느낌에 눈물 날꺼같은 그런 복합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무코다 이발소에서도 그런 느낌과 함께  시간이 갈수록  젊은 사람들이 없어져서 그런지 사라지는 동네의 생기나 미래에 대한 염려까지 볼 수 있습니다.    자식이 고향으로 돌아오겠다고 하면 좋기도 하지만 괜히 도시에서 밀려난 거 아닐까 하는  부모님들의  이중적인 마음, 그리고 마을의 적막함을 보면서 남겨졌다는 느낌의 쓸쓸함,  그럼에도 우리가 시골을 놓지 못하게 하는 그리움을 떠올리게도 되는데요. 

장편같은 단편의 이야기가 우리네 시골과 별반 차이없어 보이는  도마자와의 작은 세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무코다 이발소가 왜 이 마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을지까지도요.   이웃의 마음까지 어루만지거나 새로운 술집이 생기자 잠깐동안만  자신의 잃어버린 열정을 찾아 즐겨볼란다 하며 웃음 짓는  야스히코씨는 우리가 생각하는 딱 그대로의 푸근한 시골 아버지 그대로를 보여주기때문인데요.  

"축제가 끝난 후" 에서는 연세드신 이들의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과 그보다 젊은 세대에게는 다르게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도망자" 에서는 진심어린 애정을 가지고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그리고 "중국에서 온 신부" 나 "조그만 술집" 에서는 낯선 이의 방문에 호들갑떠는게 주책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그것도 다들 사연이 있어서 그런거라는 걸 볼 수 있는데, 늘 그 가운데서 '좋다, 싫다' 양쪽으로 갈라지는 지점에 중심을 잡고 서있는게 야스히코씨입니다.  

그런 그의 시선을 통해  소동처럼 벌어지는 일들은 아무렇지 않은듯  시골의 가까움과 살가움을 점점  보여줍니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같이 풀어가는 건  가깝기에 그런 것이고 또 그렇다보니   우리는 사연은 다르지만 그래도 서로 비슷한 사람일수밖에 없다는 것까지 보게 되는데요.  편리함으로 둔갑한 도시의 익명성인지, 기쁜 일이든 나쁜 일이든 너무 오래도록 동네사람들의 입에 오를내릴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 시골인지 선택해야하는 이들이, 불편하다는 걸 알면서도 시골을 택하겠다고 하는 건 사람은 자신을 진짜로 걱정해주는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걸 , 그렇게 사람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 아닐까 하는데요.  그렇기에   이 이야기가  번뜩이는 사건 없이도  어떤 일이든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오쿠다 히데오님의 이야기구나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