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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평점 :
"범죄 냄새에
민감하시네요?"
...
"개처럼요?"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않게 할수 있는 남자, 가가형사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누구와 이야기를 하든, 누구를 보든 그의 시선과 생각은 온통
범죄의 가능성만으로 꽉 차있는거 아닐까 싶은 그런 사람인데요. 시간이 지나갈수록 냉정해만 보이는 그에게도 고민이 있다는 걸 알게될때가
있습니다.
역시나 사건에 잡혀 사는 사람답게 사건에 대한 고민이겠지 싶었는데 사실 그 고민이 사람에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그것도 사건
가까이 있어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아니면 사연이 있어 범죄를 저지른 이에 대한 생각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는 걸 알게될때 말입니다.
그때가 우리가 가가를 다시보게 되는 순간일겁니다. 그 순간 살짝 멋있다 생각되는... 멀리두고 보면 반할만한, 가까이에 두고 보면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없어 나를 슬프게 만들... 나쁜 남자이지만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그런 전형적인 형사의 모습인데요.
이번에도 그에게 고민이 생길 사건이 생기게 됩니다. 낮과는 다르게 밤이면 조용한 니혼바시 다리중간쯤 두 마리의 기린 조각상으로 장식된
기둥에서 한 남자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이상한 건 뒤에서 또 다른 경찰이 술에 취한 사람인줄 알고 바라보고 있었는데,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청하려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겁니다. 죽어가는 이에게는 멀었을 그 다리까지 왜 그가 갔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건데요. 단지 죽어가는
자의 이상한 행동이였던건지 사연이 있는건지 알 수 없는 사건인 겁니다. 이에 사건 조사반이 꾸려지는데 다행이랄지 또 하나의 재난이랄지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를 금세 발견하게 되는데 그가 또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이제 그가 범인이라는 것만 증명하면 되겠다.'로 형사팀은 바쁘게 움직이는데요. 가가형사만은 혹시 놓쳤을지도 모를 단서나 사건의 발생원인,
피해자나 가해자의 사건 전 행동반경까지 좁혀가며 사건조사에 여념이 없게 됩니다. 그게 다른 형사들과 가가의 다른 점일겁니다. 범인이 맞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왜 그 사건이 발생됐는지,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의 사건 발생전 행동이나 심리는 무엇이였는지, 그리고 사건으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폭넓게 바라본다는 것이 말입니다.
"용기를 내라,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자신이 믿는대로
하라."-396
이렇게 피해자가 말하고 싶었던 진실을 그는 끝내 밝혀내게 됩니다. 어쩌면 사건이라 이름붙일수 있는 일들이 다 이런 마음이 부족해서 생기는
건지도 모르기에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산재사건을 은폐하려는 회사와
직장이 주는 압박감에 입 다물게 되는 힘없는 사람들, 사건이 발생되면 그대로가 아니라 어떻게든 축소화시키려는 어른들, 한 번 잘못 입력된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양심에 찔리고 아프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더 큰 잘못된 행동을 불러오게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이들을 보여주면서 말입니다.
이번 이야기 역시 제대로 된 어른이 없을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게되는데요. 가가 시리즈가 영화로 만들어진 건 이런
부분때문일겁니다. 날카로운 사건 처리방식의 시크함이 아니라 잘못은 누구나 하는게 당연하지만 그걸 감출수는 없다는 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황이 어떻든 늘 그자리에 있을거니 걱정하지 말라는 따뜻함때문말입니다. 그 사람이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라도 그 죄값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때로는 그 죄값을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이가 받게 되기에 그 아픔이 더해질수 있다는 걸로 왜 우리가 잘못을 잘 수습해야 하는지를
눈에 보이게 보여주기때문에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지. 중요한 건 그 실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야. 도망치거나 외면한다면 똑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르게 되는 법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