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머니 - 박민형 장편소설
박민형 지음 / 작가와비평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들 그런다. 엄마는 세월이 흘러도 엄마라고... 딸이 엄마가 되고 이제 살림 9단은 아니더라도 6단 정도인
자신들에게 살림에 대한 정보며 제철에 먹어야 할거며 해마다 늘 같은 걱정거리를 늘어놓는다고 말이다. 울 엄마도 역시나 그렇다. 얼마전에
통화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몸이 좀 안 좋다고 했더니 전화할때마다 몸은 어떠냐는 말을 먼저 하시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럴때면 누가 누굴
걱정하는거냐고 타박 아닌 타박을 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다르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된다. 나도 잊은, 나에게 일어났던 나쁜 일과 좋은 일들을
언제나 기억하고 있는 이는 이 세상에 엄마 한 사람뿐일테니 말이다. 그걸 알기에 이 나이가 되서도 엄마에게 마음껏 투정부리고 남들 욕을
믿거니 하고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착한 울 엄마가 맞장구는 쳐주지만 또 그 말로 딸이 고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할거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나이가 먹었음에도 열심히 혼자 살아가고 있는 효심도 그렇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이들 셋을 어렵게 가르쳐 다들 각자의 가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데도 걱정뿐이니 말이다. 아이들의 얼굴이 어떤지 늘 살피고, "엄마..."라는 기운없는 목소리가 나올때면 그 다음 일을 미리
지레짐작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부터 하는 그런 우리들의 엄마 그대로이다.
"가장 사랑하는 것이 최대의
적이다."-p.9
사랑하면 져줘야 한다고, 그렇게 사랑을 가르쳐 와서 일까... 엄마는 늘 자식들에게 지게 된다. 자식이 걱정할까봐 한 마디 덜한 것이
자식의 오해를 부르기도 하고, 걱정되고 염려되서 한 마디 더한것이 자식의 화를 부르게도 되는데 상황을 다 알게 되어도 이상하게 늘 쩔쩔매는 건
엄마니 말이다. 열심히 살아온 효심 또한 그런 엄마이기에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열심히 산 엄마를 남들보다 더 챙기는 것으로 보이는
자식들이구나 싶을 즈음에 그들 사이에 삐걱거리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이제 가장이자 남편이 되고, 아내이자 엄마가 된 아들과 딸의 상황을
염려하고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기만 하던 그녀가 아프게 되니 말이다. 자신들의 영원한 힘이기만 했던 엄마가 아프게 되자 당장의 현실이 그들
모두에게 갑자기 닥치게 되고 몰리는 상황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다들 고민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기가 꺼림직한 자식들과 모셔야 하는 상황에 힘들어하는 며느리와
사위, 나름대로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프자마자 예전처럼 움직일 수가 없는 몸에 당황하는 연세든 부모들의 상황.... 누구의 입장이
되어서도 볼 수 있는 이야기라 나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부모는 자식에 대한 부모로서의 의무만 충실히 하면 되는
것이다. 자식이 필요로 할 때만 보고, 자식이 필요하지 않아서 부르지 않으면 보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것이 부모가 지닌 숙명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날이 자식들한테도 머지않아 찾아온다는 것을. 부모인 우리가 자식일 때 몰랐던 것처럼 자식들 또한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곧 알게 될
것이다. 자식들이 자라서 출가를 하면, 그 때는 알게 될 것이다. 부모가 어떤 것인지를."-208
주변의 고민들을 다 담고있는 이야기라 엄마와 나, 나와 아이들, 그리고 내가 해야할 일이 뭔지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늘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계실거라 믿고 바쁘다는 핑계로 흘려보내는 시간에 내가 뭘 놓치고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