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아이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당신은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다고 믿는가??'

라는 문구를 만날때 가슴이 섬뜩해집니다. 그건 내가 '그렇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 내가 믿는 그대로의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인데요. 뉴스에서 만나게 되는 '그런 사람인지 몰랐다.' 라는 일이 내 주변에서만이라도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때문일겁니다. 아는 사람이 나에게 다른 사람처럼 다가올때의 공포는 낯선 사람이 어두운 골목에서 다가오는 것보다 더 무서울꺼고 그보다 더 무서운 건 남은 허탈감과 속았다는 분노일테니 말이죠.  "다른 아이"도  사건이 터질때까지  몰랐던... 내가 과연 잘 안다는 사람들의 속을 얼마나 잘 들여다 보고 있었을까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1970년 12월 위험에 빠진 것으로 보이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그 후  2008년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과거의 일이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혹은 그 사건의 범인이 다시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하게 만드는데요.    복수에 불타고 있는 이도, 사건을 벌일만한 고약한 사람도 찾을 수가 없는, 평범한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에이미라는 여인의 죽음과 피오나 할머니에게 말없는 전화가 걸려오는 것만 빼면 말입니다.


별볼일없지만 얼굴 하나는 잘 생긴 데이브,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그웬, 그웬을 딸처럼 키운 피오나, 그웬의 진짜 아버지임에도 남보다 못한 채드. 피오나의 손녀이자 남편의 외도로 괴로운 레슬리, 오지랖 넓은 제니퍼, 그녀를 걱정하는 남편 콜린등이 나오는데요.  우연한 만남으로 데이브가 그웬과 약혼하게 됐다는 소식과 함께 피오나의  사건이 시작됩니다. 자신이 말한 그대로가 법이여야 한다고 믿는 피오나이기에 남들에게 원망깨나 들을만하지만 나이든 그녀를 그렇게 참혹하게 죽인 이가 누구일지 추측하기 쉬운 일은 아닌데요.  사건은 단서를 쉽사리 내놓지 않게 됩니다. 어쩌면 단서가 너무 많아 헷갈리는 것일수도 있을텐데요. 


평범하지만 개성강한 인물들은 사건속에 자신들이 충분히 엮일수 있을만한 복잡한 심리를 가진 이들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남편의 외도로 극도로 외로움을 타는 레슬리는 약에 취해 살았던 엄마와의 시간이 늘 아쉬웠고, 피오나와 채드와의 어정쩡한 거리에 늘 혼자 있을수 밖에 없었던 그웬도 외로운 사람이였으며 사람들에게 너무 감정몰입을 잘 해서인지  사건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제니퍼까지 겉으로는 남들 이목에 상관없어 하는 사람들로 보이지만 늘 괴로움을 담고 있어 어느 때는 터질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그런 그녀들 주변에 있는  이들 역시 저마다의 고민을 하나 이상씩 끌어안은 채 서로 태연한 얼굴을 보이기에  모두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또  그 정도의 고민들이야 다 안고 살게 되지  하다보면 또 다 그 정도이기에 "얼마나 깊이 알고 있는가?"에 반하는 이를 찾기가 자신있게 누구라고 꼭 짚을 수가 없게 됩니다.


전쟁이라는 이유로, 어렸기에, 나는 외로웠기에, 그렇담 나는 그들 사이에서 혼자였기에.. 라는 변명들을 보면서 씁쓸해지는 건, 누구나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때문일겁니다. 누구나 다 제대로 선택할 수 있었지만 단 한 사람 "노바디"만 선택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들이 모두들 그의 사연을 알았더라면 자신들의 인생을 좀 다르게 봤을까, 아니면 피오나와 채드처럼 기억의 다른 방에 묻은 채로 그냥 놔뒀을까... '세상은 다 내 중심으로 돌아간다.' 라는 우리의 착각이   생각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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