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드네의 탄환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CSI란 드라마를 보면  증거를 일일이 모아다 사건을 재구성해간다거나  시체 해부로 어떤 방식으로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됐는지 추측해가는 장면을 보게되는데요. 그럴때면 그들의 노력에 대단하다는 찬사를 보내게 되지만  BONES의 안젤라나 그들과 비슷한 사건을 해결해야하는 다른 이들이  3D 입체 영상으로 사건을 풀어나갈때면 이런 게 진짜로 많은 곳에 활용된다면 사건이 더 빨리, 그리고 쉽게 해결되지않을까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비슷한 기계가 해부대신 사용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이번에 해보게 됩니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의 저자 가이도 다케루는 전작들에서도 외과의였던 자신의 경험을 잘 살렸다고 하는데, 이번 "아리아드네의 탄환" 에서도 병원에서 일하던 그의 경험을 잘 살린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이 '사인 불명의 사회'라는 말이 몇번이나 나오는데요. 100명의 죽음이 있다면 병원에서 죽은 85건중 단 2건, 병원에서 죽지않은 15명의 죽음중 단 1건만  부검으로 죽음의 원인을 밝혀낸다고 합니다.  물론 그것이 꼭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꺼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야기 중간에도 나오지만 갑작스레 숨진 아들의 죽음에 슬퍼하고 사인을 궁금해하면서도  사건이 아닌것으로 보인다면 굳이 부검을 하기 싫다는 어머니가 나오는데 대부분 그렇지않을까   하기때문입니다. 사인이 궁금하더라도 그것이 굳이 부검이라는 절차를 거친다면 하기 싫다는 게 많은 이들의 공통적 생각일텐데.  Ai (사후 화상 진단) 이라는 화상으로   어느정도라도  죽음의 원인을 알려줄 수 있는게 있다면 그 어머니가 그랬듯 갑작스런 죽음이 주는  억울함을 푼다는 심정으로  선택하지 않을까 하게 됩니다.


병원 의사들끼리의, 어쩔수없이 병원과 연관되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찰간의 알력과 이해관계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사건은 있으나 이야기는 우선 사후 화상 진단 센터의 건립에 관한 이야기, 의사들과 경찰들, 그리고 그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관료들의 등장으로  같은 일을 그들이  어떻게 다르게 바라보는지 나오게 됩니다. 전작에서 어땠을까 할 정도로 어딘가 엉뚱하지만 일의 핵심을 기가 막히게 짚어내는 시라토리,  꿍시렁대면서도  자신의 속마음 내놓기를 어려워하는 순진한 의사  다구치, 세상사에 밝은 깍쟁이같다가도 마음 준 이들에겐 기막힌 의리를 보이는  시마즈등이 나와서 두 건의 살인을  풀어가게 되는데요. 한 건은 사건인줄도 몰랐던 일이라 세상에는 이렇게 억울한 일들이 많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됩니다. 


사건과 범인의 의도가   각자의 구미에 맞게  재구성될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지만 생각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만이 자신의 죽음을 정확하게 알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경찰들이 사건의 눈을 돌리기 위해 매스컴을 어떻게 다루는지등의 부분들이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사건이 하나 생겼을 때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을 돌리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기에  현실 세상은 어떨까란 생각을 저절로 해보게 됩니다.   범인이라고 지목된 이의 죽음까지 다 계산해놓는 이들을 보면, 더군다나 그 목적이 다른 사건을 위한 것이 아님에도 우리에게 왜 Ai가 필요한지 소설인듯 아닌듯 우리에게  억울한 죽음의 진실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데요.


전문가인 살인범과 전문가인 사건 해결사가 아니라면  풀 수 없는 사건속에   속이려는 사람은 별다른 이유가 없이도, 자신들을 위해 모든 걸 감출 수 있다는 이야기가 다른 어떤 사건보다도 더 강하게, 그리고 실감나게 다가오게 됩니다. 


죽은 사람을 애도하지 않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한 사람의 죽음을 소홀히 여기면 거기 깃드는 악의가 증폭되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악의는 은밀하게 증식되지만 그 모양새나 움직임은 얼핏 보기에 친숙하게 느껴진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썩은 냄새를 경계해야 한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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