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리의 노트르담 ㅣ 비룡소 클래식 41
빅토르 위고 지음, 윤진 옮김 / 비룡소 / 2016년 12월
평점 :
파리의 노트르담이란 제목을 보자마자 카지모도가 어떻게 됐더라... 라고 아이가 물어봅니다. 다시 보게된 이 이야기는 우선 아이가 먼저
읽게됐는데요. 줄거리에 그치지않고 나온 이들의 심리까지 자신의 생각에 맞춰 이야기하는 걸로 봐서는 좀 컸나보다 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니
내게 클로드 신부가 생각지도 못하게 안쓰럽게 다가오는 것처럼 아이에게도 이 책이 예전과 다르게 다가오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자신이 사랑한 세상 단 두 사람을 잃은 카지모도가 안쓰러운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네요. 생긴 것때문에 세상에 나오자마자 한번도 타인에게
뜨거운 눈길을 받아본 적이 없는 그가 바라보기만했던 두 사람도, 결국은 그를 자신의 감정이 내키는대로 동정했을뿐 그에게 진정한 애정을
갖지는 않았던것이니 말입니다. 순진한 첫사랑이라 그랬겠지 싶은 서툰 사랑에 자신의 모든 걸 잃어야만 했던 에스메랄다도 안쓰럽구요. 온 세상
자유를 다 가질것처럼 돌아다니고 즐겁게 웃던 그녀지만 한순간에 시작된 사랑이 결국은 그녀의 발목을 잡고 목숨을 잃게했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
둘이 예전엔 제일 안됐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엔 클로드 신부가 제일 안됐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이가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에스메랄다를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은 클로드 신부를 전에는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지독한 사람으로만 기억했던 것 같은데 이제보니 그도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너무 괴로워했던 보통의 인간이지 않았을까, 오히려 신만을 바라보던 그 세월동안 인간들의 다양성, 아름다움을
무시했기에 한 번 눈에 들어온 에스메랄다의 아름다움과 자유가 오히려 더 강하게 작용한.... 더 불쌍한 사람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카지모도처럼은 아니였지만 그 역시 인간에게 제대로 사랑받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적이 없었기에 갑자기 가슴안에 들어온 사랑에 중심을
잃은 거 아니였나 하게 됩니다. 그가 신의 가르침대로, 혹은 누군가의 애정에 의해 제대로 길러져 사랑한 여인이 자신을 사랑하지않아도
자신에게 생긴 다른 사람을 바라보게 할 줄 알게 한 사랑이란 감정을 소중히 할 줄 아는 이였다면 에스메랄다가 그를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싫은 눈으로 보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그녀였다면 클로드 신부도 사랑보다 더 뜨겁고 강한 미움과 증오를 갖게
되지는 않았을꺼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딸을 잃고 온 세상을 원망하는 귀뒬, 사랑하는 사람을 얻지 못한다면 차라리 다른 누구에게도 뺏길수 없다는 클로드, 상대의 행복한
모습이라도 바라보고 싶은 카지모도, 사랑이란 스치면 생기고 스치면 사라지는 것이라 여긴 가벼운 마음의 푀뷔스, 사랑이라 믿은 감정에 목숨도
쉽게 걸 수 있었던 에스메랄다 등등 각각의 사람에게는 각각의 성품과 사연, 그리고 사랑을 나타내는 방식이 있다는 걸, 그리고 그 모든 걸
아우르는 운명이 있다는 걸 보게됩니다. 그들의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 하는 부분들이 난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왔는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사랑이란 감정만큼 상처도 생기는 게 사랑인데 어떻게 받아들일지,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을 맺는 과정속에 지금도 알지 못한
운명은 어떤게 있었을지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게 됩니다.
빅토르 위고의 다른 이야기 "레미제라블" 처럼, 파리의 노트르담도 시대적 상황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곳곳에 얼굴을 내미는
폭동의 기운, 자신만 아는 것으로 보이는 루이 11세, 나이 든 왕 곁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권력만을 늘리려하는 귀족들, 그 틈에 괴로워지는 건
힘없는 이들이라는 것까지 말입니다.
지금과 다른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이야기임에도 다음에 읽을때는 누가 더 눈에 들어올지 궁금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읽었을때는
클로드신부가 이렇게 다가올지는 몰랐으니 말이죠. 나이가 더 들어서는 사람사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또 달라져있을텐데요. 그때는 사랑이 어떤
것이라 말할수 있을지,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