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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독한 오후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도 있는 거야."-575
뭔가를 인정한다는 걸 우리는 제일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딘가 마음에 안 드는 회사, 친구들이나 부모, 아이들과의 모든 관계속에서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다 잘될거라고, 그리고 예전처럼 잘 흘러갈거라고 미련을 키우며 자신 마음을 볶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변해간다
싶은 관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그런 자신이 잘못됐다고 움츠러들고 그러다 자꾸 그 부분만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미워하게 됩니다.
사소하게 넘겨버린 작은 순간이 어떻게 각자의 마음을 괴롭히고, 그게 큰 일이 되어갈수 있는지를 잘 그려가는 리안 모리아티의 "정말 지독한
오후"는 이번에도 세 쌍의 평범해보이는 부부와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서로를 어떻게 괴롭히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내가
매일 느끼는 감정들과도 닮아있어 상황은 다르겠지만 오래도록 지독한 하루였다고 기억나는 어떤 날을 떠올리게도 하는데요. 그건 누구에게나 만일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이라는 아찔한 순간들을 가지고 있기때문일겁니다.
그래도 대부분 그 날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그 때 그걸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내 잘못에 관한
부분으로 상황을 먼저 바라보게 될텐데요. 이들의 이야기도 자신들이 바라보는 시선과 진실은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때로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존재할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각자의 작은 행동들이 어떤 순간에 맞물리면 사건이 될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그냥
평범한 또 하나의 하루가 될수도 있다는 건데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그게 유죄든, 무죄든!' 이라며 그 비밀이라는 걸
다들 붙들고 놔주지 못하지만 돌이켜보면 본인만 모를뿐 다른 이들은 가볍게 넘기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자신들만 바라보고
있기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보여줍니다.
그렇게 아무리 오랜 시간을 우정과 사랑으로 맺어놓은 사이라도 순식간에 멀어질수 있지만 참지못하고 툭 던진 한마디가 다시 그들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게되면서 평범한 나날이 수많은 비밀들의 시간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렇지 않을거야.",'
그렇게 살아야지.", "다음에 말해봐야겠다."라는 아무렇지 않게 넘겨간 일들이 지나가다보면 언젠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 할 수 있는
'나만의 속끓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말입니다.
' 그 날'이라는 말만으로도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리안 모리아티의 이야기는 역시나 나는 어땠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데요.
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고민에서 하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라는 생각도 하게 하지만 나누다 보면 더 크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것이나 드러내보이면 잠깐 얼굴이 벌개질수는 있지만 오래가지 않을수도 있었다는 걸 비밀을 가지고 있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묵어서 좋은 건 친구와 포도주라고 하지만 그건 그냥 놔뒀을 때가 아니라 그 공간을 잘 닦아서 보관을 잘 했을때
라는 것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