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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 함께
존 아이언멍거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1월
평점 :
얼마전에 본 영화에서 주인공인 여자가 추억이 깃든 반지를 들고 막 뛰어가기에 어딜가나 했더니, 그 반지를 빵과 바꾸는
겁니다. 반지와 빵?? 이라는 평소의 가격을 따져볼 사이도 없이 그 여자 뒤로 빵을 얻어 먹기 위한 많은 이들의 추격이
시작되더라구요. 그러다 다치는 사람들도 생겼는데 다들 사람은 쳐다보지 않고 떨어진 빵 부스러기에 눈이 꽂히고 서로가 서로를
밀다가 집은 사람은 사라지는 아수라장이 반복이였습니다. 물론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이 있었지만 그 장면을 보니, 나는 어떨까 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더라구요. 물론 그러지 않았을까., 집에는 먹을 걸 기다리는 가족이 있고 난 굶었는데, 눈 앞에 누구꺼인지 모르지만 빵이
보인다면 ... 말입니다.
"세끼만 굶으면 우리 사회가 무정부 상태가 될 거라고 하는 얘기. 들어본 적 있나?" -140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을까 ... 고래와 함께 세인트피란에 나타난 조 학이 이런 우리의 이런 궁금증에 답을 주게 됩니다. 투자은행에서
공매도 딜러들과 일하는 조 학은 캐시라는 프로그램으로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회사를 찍고 예상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보는, 돈은 많이
벌지만 직장은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멀쩡한 청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회사의 사장이 물어 봅니다. 이 굳건해 보이는 세계를
무너뜨릴수 있는 게 뭐가 될지 캐시를 돌려볼 수 있느냐구요. 주저하며 말을 꺼내는 그에게 사장은 말하죠. 그 세상을 망하게 할 수 있는 그 두
가지를 이미 자신은 알고 있다고요. 쫓기듯 세인트피란에 들어온 조는 세상의 붕괴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보게 되고 준비를 하게 됩니다. 그게
누구를 위한 건지 몰라 더 긍금해지는데요.
307명이라는 조촐한 숫자인 세인트피란에 308번째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조. 그가 이 세계에 익숙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요.
작은만큼 서로에 대해 관심이 많아 그의 눈빛이 어디로, 누구에게 향했는지를 온 마을 사람들이 벌써 알고 있기때문입니다. 그런 곳에서 조는 사랑을
찾았다 믿게 되고 위협에 대한 준비를 하게 됩니다. 어쩌면 조의 첫번째 시도, 있는 대로 물건을 쟁여놓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기한없이 고립될수 밖에 없는 재난 상황을 미리 알고 있다면 누구나 자신이 사는 마을에 먹거리를 쟁여놓으려 할테니까요. 그렇지만
조의 갈등처럼 그 쌓아놓은 물건을 풀 수 있는지로 갈라지는 마음은 재난이 닥치면 극한만이 올 거라 미리 지레짐작하는 우리에게 다른 희망을 주게도
되는데요.
벌거벗은 잘생긴 남자와 고래의 등장은 무슨 이야기가 될까 싶었는데, 사랑이 흔해졌다지만 잘 모르겠다는 이들에게 시간을 가져보라는
현실적인 지혜를 주기도 하고, 그러다 며칠 사이에 재난이 세상을 덮쳐올 수도 있다는 지금 우리들 세상의 불안 한 구석을 들쑤시다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로 희망을 주기도 합니다. 담을 쌓고 울타리를 치며 싸우는 것보다 더 강한 게 있을 수 있고, 그렇게 강한 걸 당신이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우리라고 왜 세인트피란의 주민이 되지 못하랴, 조가 되지 못할까 라는 생각을 주는데요 . 이제껏 재난의 끝이 파괴위에
남은 소수의 지친 사람들이라는 걱정많은 이들에게 고래와 조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동화처럼, 아직은 당신의 손이 어떤 걸 만들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한시름 덜어주지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