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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 미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8월
평점 :
내 앞길을 가로막는 이라면 누가 됐건 주저없이 치워버리는 남자 잭 리처가 돌아왔습니다. 벌써 그의 스무번째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짐
하나없이 발길닿는대로 떠돌다 친구나 전우의 부름에만 발을 멈추는 줄 알았는데, "마더스 레스트"라는 이름에 끌려 기차에서 내릴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런 그에게 기다렸다는듯이 자욱한 기차 연기안에서 몸을 내미는 여인이 있고 말입니다. CF의 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데요.
'마더스 레스트'라는 이름 유래를 알려줄 박물관이나 무덤을 굳이 찾아보고 떠나겠다는 리처는 자꾸 그 여인 '미셸 장'과 마주치게
되고 '장'이 기다리는 친구를 찾기 위한 시간도 내기로 합니다. 어차피 그에게 시간이란 오롯이 그의 마음대로이니까요. 그런데, 대부분 농장쪽
일을 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은 몇 사람되지 않는 이 마을에서 유래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살고 있는 이들이 마을 이름에 관심이
없었기때문이기도 하고, 그가 무조건 떠났으면 좋겠다는 반응으로 너무 냉담하기 때문인데요. 잭 뒤에서 음모를 꾸미며 이런 저런 계획으로 그를
쫓을 수 있다 자신하는 그들은,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겁니다. '잭 리처'라는 이름이 조금의 의심만 있어도 그것들을 다 들추고 갈만큼 철저하고
사건 추리력에 기억력까지 좋으며 무엇보다 제멋대로인 한가한 사람이라는 걸 말이죠.
비밀? 시골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비밀이란 게 뭘까 싶었는데, 그들 뒤에 점점 큰 사건과 돈이 있다는 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찾지 못한 곳에서 잭이 전화번호와 '사망자 200'이라는 엄청난 메모를 발견하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사람찾기는 시체들, 그리고 표면
웹(일반 검색엔진으로 검색이 가능한 웹사이트)과는 다른, 디프 웹( 검색엔진을 따돌리고 내부적으로만 비밀리에 운영되는 웹사이트들의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로 리처를 데려가게 되는데요.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의 몸짓이며 생각을 그리는 560이 넘는 페이지에서 잭의
몰랐던 세세한 면을 보게 됩니다. 오랜 시간 군인이였던것 만큼 싸움도 본능적으로 하지 않을까 했는데 총알 파편이며 주먹이 어디로 튀기고
돌아올지까지 계산한다던가 자신의 편이 어디있는지 다 알아둬야 있다던지 하는 계산이 서야 싸움을 시작하는 분석적 전략가에, 아까 갔던 식당
안의 손님들이 누가 있는지까지 스캔하는 놀라운 기억력, 나쁜 짓이라면 절대 지지않는다는 악당들의 한 수 앞을 보는 반격이 어디에서 시작되야
하는지 알아내는 지혜가 있다던지, 그리고 장을 대할 때 예전 스치듯 만났던 여자들과는 느낌이 다르게 대하는 것까지도 말입니다.
잭 리처하면 떠오르는 톰 아저씨와는 다르게 195센티미터의 키에 110키로라는 거구에 싸움이라면 몸뿐아니라 머리, 눈치까지도
100단인 남자가 장과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말로 자신이 예전과는 다른 남자가 됐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데요. 사건만
끝나면 붙잡고 싶어하는 눈빛을 알면서도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겠죠!"라는 말도 안되는 소릴 해대며 휑하니 등을 보이던 그가 이번에는 "나와
함께 가겠쇼?" 란 제대로 된 말을 건네니 말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늘 혼자였던 잭의 상황이 변해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기게
되는데요.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과의 싸움을 하면서도 지켜야하는 인간이란 판단이 서면 늘 옆에 있어주는 그, 그가 우리에게 박수를 받는
건 그가 그런 잭 리처이기때문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