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보다는 분명 빠르게 올 것이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가족중에 누가 중한 병으로 입원한 병실에서 잠깐이라도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느 침상에서건 삶과 죽음이 함께 한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될때가 있습니다. 병원밖에서는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요.  죽음쪽에 무게를 둔 사람들의 걱정은 공기를 타고 어느새 나에게로  옮아와   생각보다 크고 질긴  죽음의 위력에  놀라게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놀랍고 슬픈 건  어디서건 찾아내는 사람의 한 가닥 희망이고 남게되는   우리의 못다 한 사랑과 채울 수 없는 그리움입니다.

'나는 아주 건강하게 시작했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CT 검사 결과지를 휙휙 넘기며 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기까지 자신이 어떻게 의사로서의 길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자신이 인생에서 찾고자 하는 건 무엇이였는지 담담하게 말하는 그는 너무 담담해서   자신이 유명한 신경외과의로써 성공하기까지의 병원에서의 일들을 그려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는 곧 레지던트 최고참에서 교수로써의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때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고, 많이 익숙해졌다 여겼던 죽음이 자신의 일이 되었을 때는 어떻게 달랐는지 고통과 후회, 갈등과 어려움  역시나 담담하고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또박또박 써갔음에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그가 삶에 유난히 진지했고,  어떻게든 다른 이들의 다가오는 죽음의  시간을 늦추기 위해 정면에서 노력했던 의사였기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놀라운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유능한 의사도 멈출 수 없을만큼 가까이 죽음이 왔을때야 비로소 눈치를 챘으니 말입니다.     그가 본 여러 죽음들중에, 그리고 내가 보거나 들은 죽음들중에  어느 하나 아깝지 않고 안타깝지 않은 것이 없기에   죽음만큼 당연하지만 죽음만큼 말하기 어려운 게 있을까 하게 됩니다.

"죽음은 예상보다 느리게 올지도 모르지만, 원하는 것보다는 분명 빠르게 닥쳐올 것이다."

그가 언젠가는 끝낼 수 있을거라 믿었던  완성하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아내와 주변 사람들 이야기는 삶처럼 죽음도 돌아보게 합니다.  삶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처럼 죽음도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끝까지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 폴 칼라니티는 생각하기 꺼려졌던 삶과 죽음, 앞으로 남아있는 내 시간의 가치와 의미의 가치에 대해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지난 삶과 앞으로의 삶이 분명하게 선이 그어질 때, '그래도' 가 '그러나'보다 많아졌음 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