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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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라는 말로 우리는 편을 가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뭐가 다른지 정확하게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잠깐의 판단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걸 뻔히 안다면서도 우리는 종종 그렇게 됩니다. 이건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본능일지도 모르는데요.   죽은 새를 들고와 "이거 먹자"라고 하는 아이라면 난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게 됩니다. 믿도 끝도 없이 반 사회적 인격장애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당황했을 겁니다. 아이는 단지 아빠가 꼬치를 좋아하니 이것도 좋은 음식재료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을뿐인데요.  이렇게  다르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걸 보면서는 안심할 수 있는 걸까 라는 생각과 그래도 이해할 수 있을것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통 사람'이라 당당히 말하는 우리들 안에  표 안나게 섞여 있고 싶다는 그녀의 속마음을 읽을 땐 그녀를 무섭게 생각하는 내가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말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전염하며서 인간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유의 인간이라 하지만, 우리는 계속 누군가를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데요. 티비에서 자주 보거나 책에서 만난 누군가의 작은 어떤 면, 그러다가는   엄마 아빠와 비슷한  나를 보면서 '이렇게  닮아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 하기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18년이라는 편의점 알바생활동안 그녀, 게이코는 자신을 그 곳을 지나간 편의점 알바들의 모습틈에 숨기며 '인간임을 유지' 한 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하는 알바생이 바뀌면   그녀는 전 사람과 지금 사람을 섞어 적당히 자신을 바꾸게 되는거죠. 잘 숨었다 싶은 그녀가   이제 고민하는 건 나이가 들어도 찾지 않는 멀쩡한 직장, 실패를 해도 괜찮을텐데 시도하지 않는 연애와 결혼, 그게 안된다면 왜 애는 없는지에 관한  그녀 미래에 관한 주변 이들의 지나친 관심입니다. 정작 본인은 괜찮은데 일단 말을 트면 다들 그 이상을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러면 안 된다고...' 우리가 정해놓은 것들이 엄청난 수로구나 하게 됩니다. 일정 이상의 학력에, 남들이 인정할만한  직장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상대와의 결혼에, 아이에, 집에, 그리고  가야하는 여행에,  매너라 불리는 대화 양식에... 그러고보면 우리는 늘  행복해 보이는 외관을 닮기위해 이유도 모르면서  죽을만큼 노력하는 건지도 모르는데요.


그런 그녀가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어쩌면 그녀보다 더 이상하기에 앞으로의 그녀 운명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 궁금해질만한 남자인데요. 그 남자가 이제 자신은 진드기처럼 그녀 옆에 달라붙어있을거라는 말로 우리를 걱정시키게 됩니다. 우리의 판단은 그녀보다 그가 더 위험할 거라고 순식간에 판단을 내렸기때문일텐데요. 하지만 그녀는 이제 남자가 생겼으니 남들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거라는 담담한 마음만 보일뿐입니다.    달라진 그녀 상황에  또 다르게 대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입니다. 


모자라면 채워야 하고 인기많은 게 더 잘 팔리는 게 당연한 편의점 세상이 갑자기  우리 세상과 비슷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한 줄로 늘어놓은 곳에서   우리는 그렇게 맨 앞의 좋아보이는 걸 고르듯, 인생의 길도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기때문인데요.  인기있는 건 가봐야하고 먹어야하고, 입어야 하는 세상이지만 정작 내가 뭘 입길 바라는지, 뭘 먹고 싶은지, 어딜 가길 원하는 지  생각해 본적이 언제였었나 싶은데요.   


옳고 그르다 라는 게 사람에게 있을까 싶은, 이 이야기의 저자 무라타 사야카 역시 그녀처럼 18년동안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글을 써 간다고 하는데요. 이제와서야 그녀가 게이토와 비슷할까, 라는 생각을 해보는 건 내가 또 쓸데없이 그녀를 어떻게든 판단하고 싶어서인건 아닌지 고민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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