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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왜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게요, 홀레?" 여기서 당신이 할 일은 사건을 깔끔하게 매듭짓고 소란을 피우지 않는 것인줄 알잖소. 어째서 바람 부는
대로 따라가서 당신이나 우리 모두가 골치 아픈 일을 피하게 해주지 않는 게요?"-305
평범한 이였다면 이상한 고집불통으로 불렸을 테지만 한 가닥 의심이라도 생기면 남들의 주장과 상관없이 이 세상 끝까지라도 사건을
쫓아가는 경찰이기에 해리,그가 우리의 지지를 받는 걸 겁니다. 그가 외로워지게 된 사연, 그래서 시작된 여러 불안한 비틀거림에도
말입니다. 여동생과 아버지와의 해결되지않는 일마저 마음의 짐이 되고 있는 그에게, 이번에는 방콕으로의 임무가 주어지게 됩니다.
주태국 노르웨이 대사 아틀레 몰네스가 방콕의 사창가에서 등에 칼이 꽂힌 채 발견되었다는 건데요. 노르웨이 대사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전
세계에 드러나기전에 사건이 해결되길 바라는 높은 자리의 사람들에게 해리가 적임자로 눈에 들어온 겁니다. "역시 해리..." 의 능력을 한 눈에
알아보는 걸까 싶었는데, 그가 선택된 것이 <박쥐>에서 보였던 오스트레일리아 연쇄살인을 해결한 집요한 그의 수사능력때문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유명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태가 몹시 좋지않은 지금의 해리라면 사건의 진실을 보지못하고 덮을 수 있겠다는 기대때문이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건 뒤에 이런 정치인과 경제인들의 파워 게임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해리는 특유의 직감을 따라 의도된대로가 아닌 그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사건을 제대로 구성해가기 시작합니다.
우연히 발견한 바퀴벌레를 바라보며 되씹어보는 그들의 속성, 한 마리만 발견했다고 한 마리만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거나
어딘가에 끊임없이 숨어 있는 존재들이라는 면이 해리가 사건에서 만나는 범죄자들의 속성과 닮아있다는 걸 알게되는데요. 진범은 이번에도
해리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여러 방향으로 눈을 돌리려 애쓰지만 오직 하나만 바라보는 해리에게 제대로 쫓기게 됩니다. 쫓으면 쫓을수록 실체가
희미한 진범의 그림자가 방콕의 낯섦과 함께 해리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절대 굽히지 않는 그는 이번에도 불의와 타협하지는
않는 해리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직 젊은 날이라 그런지, 전에 읽었던 이야기에서보다 패기에 차 있기도 하고 범인이라 짐작한
이에게 자신의 수사를 드러내는 실수를 하며 몸으로 부딪치는 모습을 보다 많이 보여주는데요.
그의 사건을 지켜보며 점점 해리의 이야기속으로 빠지게 되는 건, 그가 언제 죽어도 괜찮다며 내뿜는 어둠의 향기와 그러면서도 그 어둠이
자신의 밑바닥까지 갉아먹지 않도록 어떻게든 극복해내려는 고뇌의 냄새를 함께 내뿜기때문아닐까 해보게 되는데요. 두려움을 느끼는 게 당연한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싶은 욕망을 지니는 게 또 인간이니 말입니다. 이 사건에 관계된 이바르 뢰켄도 그런 어둠으로 이
이야기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데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가로막는 모든 걸 없애겠다는 이와 그런 이를 잡기 위해 모든 걸 거는
반대쪽에 선 이들의 모습,,, 이것이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의 순서가 뒤죽박죽 나옴에도, 해리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음에도 언젠가 다시 살아날
그의 희망이 보일거라 믿으며 우리가 그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이유가 되는 거 아닐까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