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위대한 이들은 어떻게 배를 타고 유람하는가
멜라니 사들레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그 때 그런 일이 있었더라면...",혹은 "그런 일만 없었더라면..."어땠을까 싶은 일들이 있습니다. 흥선대원군이 쇄국 정책이 아니라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지금의 우리와 일본과의 관계가 진짜 달라졌을까, 혹은 더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란 상상을 해보게 되는 일들 말입니다. 어이없이 사라진 황금의 제국 아즈텍과 끝없는 힘을 과시할것만 같았던 오스만 제국의 시기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데,  그 때 연결된 뭔가가 있었더라면 그게 과연 뭘까라는  상상을 가진 이를 만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기억력에 문제가 생겨 "많이 읽고, 중요한 것은 잊는다."라는 걸 좌우명으로 삼은 하비에르 레오나르도 보르헤스 교수에게 어느 날 놀라운 그림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1년 뒤 열릴 세미나 자료를 뒤지던 그에게 이스탄불에서 보내온 필사본속에서 아즈텍의 대지의 여신 코아틀리쿠에가 보인겁니다.  의문을 가지고 모든 것을 보게되니,   지나치며   읽었던 글들에서 그냥 놔둘 수 없는 의문점들이  보르헤스 교수에게  또렷이  보이기 시작하고, 갑작스럽게 다가온  연결고리에 그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수가 없게됩니다.


그렇게 그는 우리를 코르테스 무리에게 살해당했다 여긴 쿠아우테모크의 마지막 역사적 사실에 상상을 더해 어떤 일들이 있을까로, 그것을 발견한 자신에게 어떤 일들이 생길까로 현재와 과거의 일에 여러 빛깔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요. 정복자 코르체스와 그의 애인 말린체, 술탄의 하렘에 와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간 록셀라나에게 사실은 가슴에 묻어두고 자신들만 즐긴 비밀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까지, 역사를 많이 알수록 더 궁금해질 보이지않는 시간속 비밀에 뭐가 있을까로 우리의 머리까지 돌아가게 하는 걸 보면 누구나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한 상상을 즐기는 건 아닐까 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에서 기억해둘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시라. 이 세상의 위대한 인물들이 배를 타고 자기 얘기를 할 때에는 모든 것이 표류한다. 결국 남는 건 물결뿐이다. 그리고 해안뿐이다."--181

그랬다면... 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담은 이야기가 우리에게 아즈텍과 오스만의 시대에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란 것 외에도, 가끔 이렇게  세상은 강자가 아니라 약자가 바꿔놓았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지금의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게 되는데요. 그건   다음의 역사를 바꾸는 것도  강한 의지나 계획이 아니라 우연일수 있다는 것이나   힘있는 자가 아니라 그 뒤에서 고개를 숙인자의 지혜일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희망을 갖게 하기때문인지도 모릅니다.  3주만에 완성된 이 작품으로 여러 좋은 칭찬을 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유머 가득한 강장제 같은 작품"이란 말은  뒤집을 수 있는 상상의 즐거움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요. 다음에도 그녀라면 충분히 역사속  사건의 생각지 못한 연결을 만들어  들고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내게도 친숙한 역사속 사건이라면 더 좋겠다, 라는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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