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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연의 2
허중림 지음, 홍상훈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8월
평점 :
능력없는 왕 아래에서는 능력있는 충신도 필요없다는 것을, 그리고 곧은 마음을 가진 왕 아래에서는 모든 일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주왕 역시 능력있는 왕으로, 전장에서의 장수로 오랜 세월을 단련해왔지만 왕이 갖는 풍요로움에 너무 길들여져서인지, 혹은
여우인 달기의 계략에 너무 빠져서인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나라를 잃게 하는 왕의 전형적인 마지막 길을 걷게 되기때문인데요.
봉신연의 2편에서는 우리가 강태공이라 부르는 강상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가 왜 인간세계에 나오게 됐는지, 그리고 그
유명한 땅에 엎어진 물을 담을 수 있겠냐는 아내와의 만남과 헤어짐까지 볼 수 있는데요. 주왕의 고개를 떨구게 하는 유일한 신하, 태사가 계속
터지는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올때마다 변해가는 조정과 임금의 모습에 한탄을 하지만 일개 신하의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과 달리 강상은 인자한 문왕을 만나 그의 뜻을 펼치는 모습을 보입니다. 문왕 역시 어처구니 없는 달기의 계략에 피같은 아들을 잃었기에 원한에
사로잡힐 수 있지만 현명한 자의 처신은 어찌해야하는지 보여주는데요. 충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백성을 아우르는 문왕과 달리, 귀를 막은
주왕은 태사의 일침에 움찔하면서도 어떻게든 그의 눈을 피할수 있기만을 바라기때문입니다. 이미 왕의 지혜로운 모습을 잃은 그에게 충성을 다하려는
충신들의 마지막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기에 천자와 황비호와의 격전에 문을 닫았다는 백성들이 누구를 응원할지는 아마 주왕조차 짐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천하를 가지고 한 사람을 봉양한
꼴이니
독불장군 하나가 만백성을 해진다는 것을
믿겠구나!"-241
태사는 보자마자 주왕이 고쳐야 할 10가지를 간청하게 됩니다. 우선 첫번째가 달기와 함께 만든 누각, 녹대가 백성들의 피와 원성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없애길 간청하게되는데요. 멀리서 온 자도 무엇이 문제인지 금세 알 수 있었던 달기와 간신인 중대부 비중과 우혼에
대한 처벌을 이리 저리 핑계를 대는 모습으로 피하려는 주왕은 결국 그의 남아있던 두번째 충신 황비호 일가까지 풍비박산내는 일을 하게
되고, 충실했던 황비호마저 적으로 만드는 일을 벌이게 됩니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임금의 행태는 결국 간신들의 눈속임을 만들게 되고, 부패한 관리와 무능력한 이들이 가득찬 궁궐의 모습이 어떤지를
보여주며 상나라의 마지막이 다가왔음을 그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게 만들게 됩니다. 이 중요한 때에 훌륭한 인재에 둘러싸여 뭔가 큰 일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문왕이 결국 그의 소심한 성격을 버리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자신만의 나라는 잘 통치할 수 있었지만 주변에서
밀려드는 전쟁과 죽음의 기운을 견디기에는 나약했던 그는, 역시 그의 성격대로 천자가 아무리 악행을 저지르더라도 반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말을 남깁니다. 하지만 그의 유언은 이미 당겨진 운명의 화살과 백성들의 원망에 지켜질 수가 없는 일이 될텐데요.
다음 이야기에서는 상나라와 주나라의 마지막 결전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게 됩니다. 역시 궁금한 건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운명의 싸움에 예전의
모습을 약간이나마 회복하고 주왕이 용기를 낼지, 달기는 마지막에 어떤 기이한 일을 벌일지인데요. 어찌되었든 다른 이에게 못된 일을 저지른 자는
하늘에서라도 마땅한 벌을 내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다음편 결전을 기다려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