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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산장 살인 사건 ㅣ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평점 :
"당신네들은 하나같이 좋은 사람인 척하고 있지만 누군가 한
사람은 가면을 쓰고 있어. 그 여자를 죽인 사람은 당신네들 중에 있다고."-185
억울한 사람들만 보입니다. 몇 달전에 죽은 도모미의 죽음이 석연찮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별장에 모인 가족이나 그녀를 사랑한 이들이 의심을
받으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가면을 쓰고 있다고 호통치는 인물은 이 집에 몰래 숨여든 강도중 하나이니 적반하장도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도모미의 사건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그녀의 부모인 모리사키와 아쓰코, 오빠인 도시아키, 사촌
유키에, 유키에를 사랑하며 육촌이기도 한 기도, 도모미의 절친 게이코에 전 약혼자 다카유키, 아버지 모리사키의 비서 시모조 이렇게 여덟명
사이에 묘한 긴장이 감돌게 됩니다.
갇힌 공간안에서 첫 인상과 다르게 조금씩 변해가는 이들을 보게 되는데요. 이제서야 그들이 여기에 모인 이유가 제각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냥 사고라 생각되었던 일이 사건일수도 있다는 의심이 시작되면서 그렇다면 이 안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일까로 그들이 보이는
행동 하나 하나가 사건과 연관지어지기도 하고, 너무 관심많은 강도들은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건지, 그 와중에 새로 발생한 사건은 무얼
의미하는 건지 우리의 눈과 머리가 바빠지게 되는데요.
사건이 생기기 위해 필요한 동기와 범인을 맞춰볼 수 있게 하는 남아있는 단서들, 그리고 그 시간에 알리바이가 묘한 이들로 추리다
보니 의심가는 인물들이 줄어들게 됩니다. 사건은 맞춰볼수록 단순 사건이 아니라 사연을 품고 있을거라는 추측이 나오게 하는데요. 그 사연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자주 등장시키는, 인간의 욕망이 커질수록 생기게 되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믿음의 배반이 왜 나쁜 짓인지를 우리에게 새삼
보여주게 됩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래야만 했을까'로 사건은 발생했으며, 그런 결말이 꼭 아닐수도 있었기에 우리를 가슴아프게
하는데요.
범인이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가 생각보다 단순할수도 있다는 것도 보여주지만 어떻게 사건이 일어났는지의, 그렇구나 싶으면 그렇게 보이고
이상하다고 보게되면 이상한 단서들로 그 안에 숨은 사연이 뭘지가 더 궁금해지게 만드는 데는 히가시노 게이고, 그만한 작가가 없다
싶은데요. 이것이 트릭이겠구나 싶으면 그거 또한 다른 트릭의 일부였음을 보여주는 추리물의 재미도 가지고 있는데다, 이 모든 마음을 알았더라도
사건이 일어났을까로 안타까움이 생기게 하기에 사람의 어리석음이 벌이는 사건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기때문입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후에 나올 결과를 알았더라도 사건이 일어났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인간의 가면은 몇 개며 얼마나 두꺼워질
수 있는지로 범인은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지만 그보다는 슬픔에 빠진 사람의 마음이 더 보이는, 그런 사건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