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일까, 그래도 사람인가..

[eBook] 크로우 걸 02 ㅣ 크로우 걸 2
에리크 악슬 순드 지음, 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6년 7월

과거에 잡혀사는 사람들이 벌이는 일들로 크로우 걸 2편은 사건에 사건을 더하게 됩니다. 1편 어린 소년들의 죽음과는  다르게  아동 성애자 사건으로 의심받던 자들의  죽임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지라   범인으로 추측되는 이가  드디어 복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일까 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사건이  생길수록   '해리성 정체 장애'라던가 '다중인격'이라 불리는 정신 질환을 앓을만한 사건에서 살아남은 이가  한 명이 아니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헷갈리게 만들게 됩니다. 이미 범인이라고 알고 있는 이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 인격을 분리한거고 드디어는 그 어떤 인격 하나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건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새로운 인물이 이 모든 것을 일으킨 건지 말입니다.

턱을 쳐들고 있으면 주먹을 맞기 십상이다.-516

이 말이 그녀들의 모든 포기를 대신하는 거 아닐까 싶은데요.  어렸을 때는 어쩔 수 없다 쳐도 어느 정도 나이가 됐으면 법의 심판을 가해자들이 받도록 했어야지 싶지만 그녀들이 그럴 수 없었던 많은 이유들을 보게 됩니다. 날 지켜줘야 할 가족이 이미 보면서도 보이지 않는다고 눈을 돌린 상황이 제일 크겠지만, 희망이 없다는 걸 보여준 긴 시간들, 용기를 내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봐도  이미 그들은 한통속인 거대 집단이라 대항한다는 거 자체가 무리였다는 걸 알게되니  말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자신안에서 지울 수 밖에 없는  그녀들의 운명이 너무 절망적이기에  차라리  어디론가 조용히 사라져버리는 걸  택하는 것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눈에 실수들이 보이고, 무시해 버린 사항들,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들, 그리고 조작이 보인다. 제 할 일을 하지 않은 경찰과 검사들, 거짓말하고 사실을 왜곡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있다.-245

늘 그렇듯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예아네테 형사반장을 통해 보게 됩니다.  자신의 복잡한 가정사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에게 가슴아파하고, 제대로 사건을 처리하기위해 노력하는 그녀와 그녀의 팀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지는데요.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모든 걸 덮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한 윗선에서도 자를 건 자르고, 보탤건 보태는 식으로 자신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궁리가 시작되고, 태연하던 그들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법의 힘으로 비호받고 있는 이들이 조금만 잘해도 이런 어린 피해자들이 훨씬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괴로워지는 건 이게 소설속의 일만은 아니라는 걸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왔기 때문일텐데요. 

누군가는  분노로 자신을 태워  망가뜨리며 또다른 가해자가 되고,  또 누군가는 모든 걸 포기하고 자신을 망가뜨리며 살아가는 것으로 상처 회복이 안 된 채로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들은 모두 망가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게 됩니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사건이 다시 꼬리를 잡고 다른 잔인한 사건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나타나는 것도    피해를 당한 사람의   쏟아지기 시작한 분노는   본인조차도 수습 할 수가 없다는 표시 아닐까 하는데요.

서류없이 죽은 아이들은 경력 있고 은행에 예금이 있는 죽은 스웨덴인보다 가치가 덜하다-226

어느 곳에서는 다를까 싶지만  연고가 없는 이들의 죽음에는 차갑지만 이름있는 이들의 사건엔 누가 잘못했던 바빠지는 경찰수사에 한숨짓는 이들을 보며 그런 이들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싶은 건지, 그들이 너무 소수라 안타까워해야하는건지 종잡을 수 없게 됩니다.  돈이 주는 힘을 믿고 뭐든지 자기 좋을대로 판단하는 자들, 그래서  생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권력위에 있는 자들과  상처입는 이들이 벌이는 사건은  상처입은 자들의 무조건적인 침묵으로 끝날 것 같지만 세상일은  주는 대로 받는 것이고,  자신이 한 행동대로 벌이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그렇지만 잔인한 사건들로 나타나기에   피해자였다 가해자가 되어가는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건지, 잔인한 사건에도  주변에 누가 있는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경찰들의 더딘 수사, 새롭게 등장한 인물을  과연 잡을 수나 있으련지 3편을 기다려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