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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레시피
테레사 드리스콜 지음, 공경희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만두를 만들때 부추는 대충 얼마만큼이여야 하는지, 김치는, 당면은 미리 이렇게 해야되고.. 라는 여러 방법들을 엄마랑 통화하며 만들다
보면 같은 음식이라도 이렇게 만드는 건 나와 우리 엄마, 그 위로 쭉 올라갈 우리 할머니들만이 아닐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다보면 갑자기 그 음식을 만들던 엄마, 할머니와의 여러 일들이 떠오르게도 되는데요. 그러면 웃으며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내가 그렇기에 가끔이지만 이런 비슷한 음식을 볼 때면 우리 아이들도 나와의 즐거운 시간을 떠올리지 않을까 상상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17년만에 엄마의 "멜리사를 위한..."레시피북을 받은 멜리사는 당황하는 듯 보입니다. 엄마 엘레노어의 1994년 일기와
음식 레시피를 같이 적어놓은 이야기는 멜리사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렸을 적의 장면을 보여주는데요. 자신이 그 곳에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가는
멜리사는 그 순간이 떠오르면 당황하고 가슴아파합니다. 자신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고 싶지 않았던 엄마와 며칠, 혹은 몇
달이면 다시 엄마가 전처럼 자신과 놀아줄거라고만 생각했던 아이와의 갑작스런 이별은 그 둘 모두에게 상처였음을 보게 되는데요.
엄마는 책안에 커가는 딸에게 그동안 알려주고 싶었던 모든 걸 적어놓았습니다. 꼼꼼하게 말입니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요리와 당부, 두려움과
사랑까지, 딸이 자라는 동안 하나씩 알려주고 싶었던 그녀의 온 인생에 대한 이야기일텐데요. 결혼하기까지와 아이가 생기면 알아두어야
할 일들, 그리고 이별을 앞 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면 딸만은 알아야한다고 생각한 비밀의 시간까지
말입니다. 멜리사가 가졌음 하는 인생까지 적어놓았기에 엄마나 아빠, 부모가 된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을까 싶은 아이에 대한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그 모든 것들이 엄마가 된 내가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과 닮아있어 그렇담 나는 무슨 말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할까 상상해보게도 됩니다.
그 시절에는 이런 일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한 귀로 흘려듣기만 했다. 이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내줄 텐데. -225
딸만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 시절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것으로 보이는 남편 맥스에게도 상처가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멜리사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마음 깊숙한 곳에 들어가지 못해 괴로운 샘까지,,, 늘 곁에 있다고, 많은 시간을 공유한다고 해도 누군가의 속까지 알 수
없다는 걸,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소홀해지기 쉽고, 그런 일들이 상처가 더 크다는 걸 알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진 행복이 한 조각뿐이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아빠?"-275
작가 테레사 드리스콜의 멜리사와 비슷한 자신의 경험과 주변에서 있었던 일을 섞어 써내려갔다는 말때문인지 내 경험도 떠올리게 되고,
내 곁에도 있는 누군가도 떠올리게 됩니다. 나에게 제일 소중한 사람이 누굴일지, 그들의 부재라는 슬픔이 어떻게 다가올지에서, 그들이 나와
함께 한 시간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하는데요. 그렇게 소중한 사람을 다시 보게 하는 따뜻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