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나는,유쾌하게 죽기로 했다

스물아홉 나는, 유쾌하게 죽기로 했다
슝둔 지음, 김숙향.다온크리에이티브 옮김, 문진규 감수 / 바이브릿지 / 2016년 7월

얼마전에 친구 어머님 장례식장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친구가 얼마나 힘들까란 생각을 내내 했기때문인지 둘이 만났을때 눈물을 터뜨린건 저였습니다.   나보다 담담한 그녀는   너무 아팠던 엄마가 하늘에서는 아프지 않을꺼란 생각으로 울지않기로 했다고 하는데, 그 말에 내가 더 눈물이  나는건 왜인지...  죽음이란    슬픔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친구는 내가 너무 삶쪽으로만 치우쳐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나를 돌아보게 했는데요.

스물 아홉에 재능많고 친구많고 할 일도 많은 슝둔 역시 그렇습니다.  건강하고 아름다웠던 그녀는 어느 날 쓰러지게 되고  림프종이라는 진단을 받는데요. 행복한 삶에서 지독한 병으로  죽음을  바라보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그녀는 우리를 금방 오래전 친구로 만들어버립니다.  의사 선생님도 흑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그녀라던가, 병원에서도 화장품이 필요하고  호시탐탐 탈출을 꿈꾸는 그녀에서   멋진 남자를 보고 꾸미려 병실에 들어왔다가  그 잠깐의 움직임이 너무  피곤해 잠이 들었다던가  병원 생활로 불어난 살때문에 평상시  패셔니스타라  자부하던  자존심이 무너졌다는  상황에 안 맞는 그녀의 소리내는 아우성까지,  병명에 안맞는 유쾌 발랄 상쾌한 그녀의 병상 에세이 만화 한 컷 한 컷이  우리의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하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게도 만들게 됩니다. 

그렇게  그녀는 우리가   하고 싶어하면서도 늘 주저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말하기, 몸매때문에 미루기만 하는 예쁜 옷입어보기, 내가 하고 싶은 일 어떻게든 찾아서 해보기  등 '아직은...' 이라는 수많은 도전이 왜  지금 해야하는 건지를 알려주고, 결정과 결과에  뒤 돌아보지 말라고 알려주는데요.   딸이 먹고 싶다는 음식 찾아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아버지나  한시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못하고 드디어는 그녀를 아기로 만들어버렸다는 어머니,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를 찾아와 온갖 수다를 떨어주는 친구의 모습은 우리 곁에서 같은 모습으로 옆자리를 지켜주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번 듣지못한 가까운 이들에게 내가 뭘 해야하는지 나를 돌아보게도 합니다.  

"눈물나게 웃으며 컷을 따라가다 보면

희망을 목격하고 확인하는 나를 찾게 될 것이다."- <미생>윤태호 작가 말 중에서

"꺼져버려 종양군"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지금 웃지않을 이유가 없다는 걸 알려줍니다. 그럴 수 있을까 싶게 씩씩한 그녀는   우리에게    '죽음은  어떻게 맞이해야하는지' 와 '남아있는 삶을  진짜 삶처럼 살아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  친구들에게 건네듯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하게 되는데요.  늘 유쾌했던 그녀를 지금 알게된 게 많이 아쉬울만큼 죽음을 당당하게 맞아들이는 자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삶의 방향도  어디로 놓고 있어야 하는지 역시 밝게 알려주고 있기에    삶의 무게가 버겁다 싶은 우리에게  언제나 그 자리에 함께 해왔던  삶의 희망을   보여주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