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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노인 그럼프 ㅣ 그럼프 시리즈
투오마스 퀴뢰 지음, 이지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삶은 그러하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23
"삶이 우리에게 물어보거나 우리에게 골라보라고 하지는
않는다."-61
매순간 이런 말들을 중얼 중얼 거리는 그럼프 할아버지를 만난다면 누구나 땀깨나 흘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처음 만난 그의 모습은 자기
주관이 너무 뚜렷하고 불평이 쏟아져내리기에 '괴짜 노인'이라 불리는 게 마땅하다 싶게 됩니다. 지금을 살아가면서도 어제가 내일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지금 세상은 마땅한 게 하나도 없기때문입니다. 아내가 요양원에 간 후 극진히 돌보는 그는 자신의 죽음까지 준비하게
되는데요. 관부터 묘비, 음악에 음식, 춤을 출 것인지 말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생각을 누구에게나 말하는 그를 바라보며, '벌써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시쿤둥한 아들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 닮아있어 그럼프로 대표되는 노인세대와 아들, 며느리로 보여지는 우리 세대의 생각 차가
얼마만큼 벌어져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럼프의 이야기는 얼마전부터 같은 말씀을 하시는 우리네 어른들을 생각나게 하는데요. 내가 죽으면,,, 이란 말씀을 꺼내실때 갑자기 알게
될때가 있습니다. 태산인줄로만 알았는데 언제 이렇게 연세가 드셨고, 이런 말씀을 하실만큼 약해졌을까 하구요. 하지만 그럼프 할아버지의 생각과
과거가 어떤지, 그리고 마땅치않은 지금에 어쩔 수 없이 조금씩이지만 적응해가는 그의 모습을 쭉 따라가다보면 약해서가 아니라 삶을 준비해
살았던 사람들이니만큼 당연히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할 뿐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전쟁과 가난, 자신들이 삶을 준비하고 개척해야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사람들에게서 국적을 떠나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인건가
싶은데요.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만들거나 일구어내야 했기에 지금 쉽게 살 수 있는 물건도 어떻게든 만들려해보고, 몸이 아파 생기는
잠깐의 외로움과 고통도 혼자서 견디려하고, 그랬기에 절친에게 어려움이 생겨도 그것에 대한 이야기로 눈물 흘리는 것보다는 화제를 돌리고
그냥 돌아서는 무뚝뚝한 경상도(예전에는 그랬다고들 하니...) 남자식 감정적 처리 방식등으로 혼자 세상 살려는 고집장이로 보인다는 겁니다.
자기만의 공간을 철저하게 만들어놓았기에, 상대가 원치않음에도 상대의 공간도 반드시 인정해 주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공간 인정 방식에서 자식
세대의 사람들과 오해가 생기기도 하는 거지요. 지나친 고집으로 자기 주장만 하는 걸로 보일수 있고, 때로는 상대에게 너무 개인적으로 다가가
무례한 것으로 보일수 있지만 그럼프 노인이 몇 번 대화를 나누지 않은 이들까지도 챙기는 걸로 봐서는 우리의 어른들이 그렇듯 그 역시
모든 이들을 마음에 담아놓고 잘 되었음 하는 마음으로 일일이 신경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를 보면 볼수록 그의 인생처럼 우리 인생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음 세대와 같은 고민으로 충돌하고, 같은 불평을 늘어놓을지 모른다는
걸 인정하게 됩니다. 우리도 가끔 예전이 지금보다 더 좋았는데 ... 할때가 벌써 있으니 말입니다. 삶에 그랬듯 죽음앞에서도 늘 당당한
그럼프 할아버지의 모습이 나의 나중 모습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요. 이렇게 그럼프 할아버지, 그리고 이
세상 연세드신 부모님들의 까칠함과 당황스러운 순간들의 말이 어디에서 오는지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 내 인생을 돌아보고 다음 나이가 되면
아이들, 친구들과 어떤 일들을 어떻게 하는 게 나은지 생각하게 되는 이유를 주게 될지도 모릅니다.